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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변의 모르면 호구 되는 최소한의 법률상식
허윤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세상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습니다. 나에겐 우리 가족에겐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일들이 줄줄이 벌어지는데요. 평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사는 우리 부부도 짧은 인생 사는 동안 법원에 들락거린 일만 해도 두 손을 채울 정도이니 법에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네요. 그러니 한때 법을 공부하지 않고 살 수는 없겠다 싶어 민법부터 공법, 형법 등 줄줄이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요.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법을 알아야만 호구되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하며 <허변의 모르면 호구 되는 최소한의 법률상식> 만나보았습니다.
저자 허윤의 이력이 재미있습니다. 종합일간지 법조기자, 사건기자로 5년 동안 활동하다가 변호사가 되어 현재 대한 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분이랍니다. 기자로 일하면서 겪었던 일들이 직업을 바꿀 만큼이었다는 대략적인 짐작만 해 보았는데요.
뒤이은 언론중재위원회 중재 자문 변호사, 장애인 태권도 협회 이사, 대한 변호사협회 인권 위원 등의 활동과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세월호 명예훼손 사건, 박유천 성범죄 의혹 사건, 산후조리원 신생아 결핵 사건, 자동차 연비 과장 사건 등의 이력을 보며 사회적 약자들의 법적 권리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는 분인 것 같아 호감도 살짝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법을 몰라 억울하고 답답한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그런 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한 부분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어 목차만 봐도 굉장히 유용해 보였습니다.
근로계약서, 유급휴가, 퇴직금 등 월급쟁이에게 필요한 법률상식부터 공동주택에 살면서 일어나는 분쟁, 이혼, 고소, 의료사고 등의 소송과 관련된 것들, 저작권·초상권 침해, 금전적 피해, 부동산 거래 시 입을 수 있는 피해 등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억울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정리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변호사여서인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승소 확률을 높일 수 있는지도 이야기하는데요. 정말 특이했던 점은 자신이 변호사인 만큼 더더욱 언급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부분, '변호사 사용설명서'를 각 파트마다 정리해 놓은 것이었어요. 뭔가 마음에 찡함이 생기더군요.
시작은 근로계약서입니다. 지금이야 사회생활 좀 해봤다고 제법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새삼 사회 초년생 시절 고용되면 다 같은 피고용인인 줄로만 알았던 시절이 떠오르네요. 일용직 노동자와 상시근로자의 차이도 몰랐거든요. 그러다 보니 일용직 노동자, 상시근로자, 개인사업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 다양한 형태로 10년 이상을 일하고서야 차이와 장단점을 알 수 있었고, 그나마 지금은 찾을 수 있는 제 권리를 조금씩 주장하고 있는 편인데요.
책은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디디며 처음으로 하게 되는 법률행위인 근로계약서로 시작하며 근로자 입장에서 근로 시간, 휴일 관련 규정, 임금액, 임금 지급 방법, 상여금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수없이 들었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 뒤이어 현재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라고 합니다. 사실 이것도 확인할 것이 많은데요. 직장에 고용주를 제외한 상시근로자(매월 임금 지급의 근거가 되는 근로 일이 16일 이상인 근로자)가 5인이 넘어야 적용되는 규정이거든요. 또 만약 4인 이하인 사업장이라면 40시간 초과 근무가 가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유급휴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지는데요. 저자는 각각에 대해 구체적인 부분까지 언급하며 만약 규정을 어기고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이야기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첫 파트부터 현직 변호사의 충고가 정말 중요하며, 새삼 책이 쓰인 시점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법은 계속 바뀌니까요.
요즘의 저와 밀접한 부분은 저작권 침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이 부분은 읽고 또 읽었어요. 그동안 네이버에 비하면 유튜브는 너무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왔는데요. 음원이나 초상권, 저작권법, 인터넷 명예훼손 등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제법 상세한 대답을 들을 수 있어 좋았어요.
예를 들면 저는 책 읽기를 좋아해서 가끔 서평을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이때 제가 받았던 느낌을 잘 전달하고자 책의 내용을 인용할 때가 있어요. 이럴 때 어느 선까지 인용이 가능한가, 인용을 한다면 매번 출판사에 허락을 받아야 할까, 인용 글마다 일일이 출처를 표시해야 할까 등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요. 이런 예매한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답을 들을 수 있었어요. 다만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건 참 힘들고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거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요. ^^
그리고 변호사 사용설명서의 경우에는 다 재미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보수와 관련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주로 해 와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서비스에 대한 대가는 깍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왔는데요. 이런 제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어요. 결국 세상일은 다 사람이 하는 거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네요.
<허변의 모르면 호구 되는 최소한의 법률상식> 호구 되지 않으려고 읽기 시작했으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선도 알 수 있는 책이었는데요. 무엇보다 억울한 상황에 처하지 않기를 바라는 변호사가 알려주는 법률상식과 변호사 사용설명서가 실려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살면서 소송할 일, 당할 일, 피해볼 일 없으면 좋겠지만 결국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다 보니 알게 모르게 서로 피해를 주고 입게 되는데요. 이런 일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법에서는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를 안다면 피해를 주거나 입을 일을 서로 좀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무조건 읽어봐야 할 책이고요. 그렇지 않더라도 유령이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