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네 반찬가게 - 주부들 입맛 사로잡은 특급 손맛 Stylish Cooking 30
홍은찬 지음 / 싸이프레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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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의 입맛 사로잡은 특급 손맛


​지금이야 간편식이 워낙 잘 나오니 그런 걱정일랑 없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 요리란 결혼과 동시에 찾아온 지상 최대의 과제이자 미션이었다. 김치찌개를 끓이면 깊은 맛이 안 났고, 수제비를 해 먹으려면 3~4시간은 족히 걸렸으며, 김치를 담으려고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왜 그렇게 절여지지가 않았던지. 게다가 시장에서 사온 나물들은 손질하는 데만 반나절이 걸리곤 했다. 그럴 때 나에게 큰 힘을 주었던 건 요리책이었는데 요리의 기본을 알려주기도 하면서 '오늘은 뭘 해 먹을까'라는 그 흔한 고민에 방점을 찍어 주기도 하는 고마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예전 생각이 나기도 하고 온라인 개학 중이라 조금은 한가한 중학생 아들과 함께 요리를 해 보고자 책장을 뒤져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요리책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뒤늦게야 제법 사들였던 그 요리책들을 동질감을 불러일으킨 지인들에게 여기저기 선물해 주고 우리 집엔 남은 것이 없다는 게 떠올랐다. 그래서 이참에 한식의 기본을 알려주는 요리책을 하나 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총각네 반찬가게>를 만나보았다.


​저자 홍은찬은 (주)구선손반 대표이사이자 요리연구가이다. 2013년 서울 어느 뒷골목에 9평짜리 반찬가게를 처음 오픈하였을 때는 '총각이 무슨 반찬가게야!', '젊은 사람이 만든 반찬이 깊은 맛이 있겠어?'라는 우려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부지런함과 깔끔함, 시식 행사 등을 통해 동네 아주머니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고, 지금은 방송에도 출연해 지방은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반찬가게가 되었다고 한다.


​사실 매일 먹는 반찬 별스러운 맛이 있겠어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메인 반찬 두고 먹는 밥보다는 밑반찬 서너 개 두고 먹는 집밥을 좋아하기에 은근 기대가 되었다. 우리 집만의 맛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맛있다고 여기는 반찬 맛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 아이와 함께 맛있는 추억을 쌓을 기대와 함께 말이다.


​책은 기본 가이드와 오늘반찬, 밑반찬, 저장반찬, 고기반찬, 해산물반찬, 한끼요리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재료 손질과 조리 시 꿀팁, 맛간장·맛국물·맛가루 등의 천연 조미료 만들기, 기본 계량 가이드, 불 조절 가이드, 재료 썰기 등 요리의 기본을 알려주는 기본 가이드를 정독하였는데, 초보 시절에는 하나하나 암기해야 할 것 투성이였지만 지금 돌아보니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중 특이한 점은 불 조절 가이드였는데 가스레인지와 인덕션의 두 가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며 어떤 조리법에 적합한지 알려주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요리법을 알려주는 부분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오늘반찬·밑반찬·저장반찬의 반찬 부분과 고기반찬·해산물반찬·한끼요리의 메인 요리 부분이 그것이다. 그중 반찬 부분은 무침·나물·볶음·조림과 전, 마른 반찬과 조림, 장아찌와 피클, 김치로 구분하여 한 번에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었는데, 마치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두루 둘러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이를 보며 오늘 반찬은 뭘로 해 먹을지 빠르게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기에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기도 했다.


​또 반찬가게 사장님이지만 밑반찬만 할 수는 없는 일. 뒤이어 고기반찬, 해산물 반찬, 한끼요리 등이 이어지는데, 이 부분들은 전통적인 요리책의 편집을 따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밑반찬은 반찬 가게에서 두루 둘러보다 고르는 것 같이, 메인 요리는 그날 그날 먹고 싶은 것을 이름만 보고도 선택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중학생 아이와 함께 하는 점심 식사, 오늘은 <총각네 반찬가게>를 보며 밑반찬 두 가지를 골라 그중 하나는 엄마인 내가, 또 다른 하나는 아이가 만들어보았다. 상추겉절이를 하는 아이는 불안한 마음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꾸 확인을 받긴 했지만 제법 잘 만들어냈고, 스스로도 갖은양념의 조합이 만들어낸 맛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좀 더 화려하고 대중적인 맛을 내는 유명 반찬가게의 맛을 알 수 있었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조금은 투박한 우리 집 반찬과의 차이도 찾아볼 수 있었다.


​요즘 매체가 발달하여 다방면으로 요리법을 습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들이고 나서 은근 든든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굳이 핸드폰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특정 요리법을 즐겨찾기 해 놓지 않아도 반찬가게 앞에서 골라잡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인기 반찬 레시피 140


​인기 반찬 레시피가 140개나 담긴 요리책 <총각네 반찬가게>. 요리 초보자에게는 매일 반찬도 손맛이나 연륜이 없어도 만들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오랜 세월 집밥을 해 온 분들에게는 우리 집만의 맛이 아닌 인기 있고 대중적인 맛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또 오랜 세월 집밥을 해 왔지만 그렇기에 더욱 나와 다른 점을 찾는 재미가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좀처럼 자신이 없어서 용기를 내지 못했던 요리에도 도전하는 기회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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