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날씨처럼 변하는 게 감정이지요."
"그런데 이것 보게. 그 마인드를 무엇이 지탱해주고 있나? 컵이지, 컵 없으면 쏟아지고 흩어질 뿐이지. 나는 죽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내 몸은 액체로 채워져 있어. 마인드로 채워져 있는 거야. 그러니 화도 나고 환희도 느낀다네. 저 사람 왜 화났어? 뜨거운 물이담겼거든 저 사람 왜 저렇게 쌀쌀맞아? 차가운 물이야. 죽으면 어떻게 되나? 컵이 깨지면 차갑고 뜨겁던 물은 다 사라지지. 컵도 원래의 흙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러나 마인드로 채워지기 이전에 있던 컵 안의 void는 사라지지 않아. 공허를 채웠던 영혼은 빅뱅과 통했던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거라네. 알겠나?"
컵 하나로 바디와 마인드와 스피릿, 현존과 영원을 설명하는 이어령 선생님 앞에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토록 심오한 이야기를이렇게 간단하게 풀어버리다니! 스승은 풀피리 불 듯 말을 이었다.
영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유리컵 안의 빈 공간을 인정하지 않는거라고,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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