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를 괴롭히고 있던 유령은 예전에 그곳에 살았을 사람의 유령도 아니고, 7년 전 애인의 유령도 아니었다.(전 애인과는 그 여행에서 돌아오고 1년 만에 두 사람의 삶이 다른 곳을 향하고있음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헤어졌다.) 그때 나를 괴롭히고 있던 유령은 7년 전에 나였던 여자의 유령이었다. 리로부터전 애인의 가족사를 들어서였는지, 전 애인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게 되어서였는지, 그때 나는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심한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서늘한 우울을 떨쳐버리려면 전 애인과 헤어지고 나서 생긴 좋은 일을 하나하나 되뇌어야 했다. 하지만 그 창문 앞에서 갑자기 나는 옛날의 나 자신이 여기 죽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여자의 모든 꿈들, 그 여자의모든 실현되지 못한 계획들이 여기 죽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있었다. 모든 인체 세포가 7년에 한 번씩 새것으로 바뀐다면,
7년 전에 여기 있었던 그 여자, 지금의 나보다 어리고 소심한 그여자가 물리적인 의미에서 내게 남긴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 여자와 나를 이어주는 것은 한 장의 여행사진에 매달려야 할 정도로 희미한 기억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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