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걸까. 또 왜 이렇게 먹먹해지는 건지 모르겠다.

난 여전히 이가 닳을 정도로 앙다물고 참기만 했어.
 하지만 마음의 병은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지. 
시간은 오고야 만다. 언젠가 나는 길을 걷고 있었다.
 이어폰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23번 2악장이 흘러나왔다.
 누군가는 이 곡이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 편안하게 누워 있는
 느낌이라고 하더구나. 그러나 나에게는 너무, 그러니까 지나치게 아름다웠어. 그 음악에 비하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 그 안을 걷고 있는 나 자신은 견디기 힘들 만큼 추했다. 
아들아, 고백하마. 
그때 나는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죽을 수 있을까? 
나는 자살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떠올렸어. 그리고 번뜩 정신이 들었다.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아픈 사람이며 치료가 필요했다. 곧바로 병원을 찾아가 우울증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어. 내가 모든 일을 그만둔 지 어느첫 2년이 훌쩍 지났을 때였다.
다시 2년 뒤, 나는 웃음을 되찾았고 약도 끊었다. 기억하니? 
아직 둘째가 태어나기 전이었던 그 몇 해 동안, 우린 여느 아빠와 아들 부럽지 않게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 우린 여행도 가고 수영도 즐겼다. 웃을 때면 만화 주인공처럼 초승달 모양이 되던 네 눈꼬리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구나.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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