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느 한 작가에 열중하여 그 사람 작품만을 집중적으로 읽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여러가지 책을 닥치는 대로 읽는 편입니다.
일부러 이 사람 작품은 전부 읽어 보자는 생각으로 작정하고 읽은 것이 거기에 있는 베르자예프 정도입니다.
베르자예프 저작집, 1960년대 것이로군요.
베르자예프를 접하게 된 출발 지점이라고 할 만한것이 세 가지 정도 있었습니다. 하나는 도스토예프스키입니다.
수많은 도스토예프스키론 중에서 베르자예프의 것이 가장 훌륭하다고 보았습니다. 또 하나는 실존주의입니다. 당시 실존주의가 크게 유행하였는데, 저는 사르트르가 주장하는 무신론적 실존주의에는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키에르케고르, 도스토예프스키, 베르자예프로 이어지는 계보의 기독교적 실존주의에 더 공감하였습니다.
저의 부모님이 크리스천이어서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기 때문에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베르자예프를 접하게 된 또 하나의 출발 지점에는 마르크스주의가 있었습니다. 베르자예프는 젊은 시절에 마르크스주의적 혁명 운동에 매우 적극적으로 가담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구보다도 격렬한 비판자가 되었습니다. 마르크스주의가 목표로 하는 것은 결국 카라마조프의 대심문관이 목표로 했던 것과 같다는것을 간파하였기 때문입니다. - 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