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죽음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난 그래서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해 라고.

보통 무릎을 가슴에 붙이고 엎드려 글을 썼다. 
어떻게 하든 어느 정도 통증은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게 등이 가장 덜 아팠다. 
그렇게 집중해서 이런저런 내 마음의 찌꺼기를 쏟아내다보면 참을 수 없는 한계의 순간이 왔다. 그래서 읽게 되었다.
남들은 대체 무얼 쓰는지.
우연히 두 글을 동시에 만났다. 
하나는 안락사, 존엄사, 조력 자살에 대한 정의부터 꼼꼼히 기술된 논리 정연한 글이었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에게 대한 지지를 담은 글이었다. 
첫번째 글을 읽으며 이론으로 무장되었던 고드름 같던 마음이
두 번째 글을 만나 주르륵 녹아내렸다. 
냉랭했던 마음에 온기가 돌았고, 나만 보던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되었다.
후자 쪽 글을 쓰고 싶어졌다. 
내가 그다지 다정한 사람이아니란 것, 
그런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지만, 죽기 직전인데 뭐 어때? 
예전과는 완전 다른 사람인 듯, 한 번 시도해보고 싶어졌다.
- P1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