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흉터 하나만 갖고도 친구와 종일 얘기 나는며 놀 수 있었는데, 어른이 되면서 모든 상처를 영돌이처럼멋진 털로 그럴듯하게 가리고 아픔이나 상처는 보이지 않도록 조심하며 산다. 자신의 아픈 부분을 더 깊숙이 조여서영돌이처럼 버둥대며 뻗을 때도 있다.
털어내면 아무것도 아닌 상처, 비슷한 아픔 앞에 서면차라리 가벼울 수도 있는데…… 상처는 내보이면 더 이상아픔이 아니다. 또 비슷한 상처들끼리는 서로 껴안아줄 수있으니까, 얘기 끝에 서로의 상처를 상쇄시킬 수도 있다.
같은 값을 지워나가듯 그렇게 상처도 아문다.
왜 상처는 훈장이 되지 못하는 걸까? 살면서 뜻하지 않게 겪었던 아픔들을 수치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대체 어떻게 아무런 흉도 없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사람은 제 겪은 만큼‘이란 말이 있다.
나는 내가 가진 상처 덕분에 님의 상치를 알아볼 수 있다. 그러한 눈과 마음이 있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같다.
- P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