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방을 싸놓고 간호사와 의사들이 모여 기다리는방으로 가서 퇴원 축하공연을 했다. 굳이 노래하라기에 다죽어가는 소리로 잠꼬대처럼 희미하게 불렀다. 배에 힘을줄 수가 없어서 시원찮은 노래였지만, 병원 식구들은 격려의 박수를 쳐주었다.
석 날 시한부 인생이었던 나에 대한 응원이었을까. 이후 한 걸음 한 걸음 겨우 데미 허리를 펴고 기운을 추슬렀고, 기력을 되찾아 라디오도 다시 시작했다. 그로부터 8년뒤, 1989년에 두 번째 수술을 겪고도 지금까지 살아 있다.
이렇게 칠십까지 살아서 이러쿵저러쿵할 줄 몰랐다. 어떤 나이든 간에 죽음 앞에서는 모두 절정이라 치면, 그래, 지금이 내 삶의 절정이고 꽃이다. 인생의 꽃이 다 피고 또, 지고 난 후라 더 이상 꽃구경은 없는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니 지금이 가장 찬란한 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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