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 시간 전,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아이들이 내 사물함 앞
에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누구야? 이렇게 바꿔 놓은 게?"
"꾸질이가 그런 거 아냐?"
"야! 아무려면 자기가 자기한테 그러겠냐?"
"꾸질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마지막 말에 아이들은 지들끼리 킬킬거렸다. 그러다가 나를보자 황급히 입을 다물고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내 사물함을 보았다. 꾸질이‘ 글자가 X 표시로 지워져있고 그 옆에 큰 글씨로 ‘바보‘ 라고 쓰여 있었다. 저희들끼리북 치고 장구 치면서 연극을 하는 걸까? 아니면 누구 짓인지정말 모르는 걸까? 어느 경우라도 유치하긴 마찬가지다. 이런유치한 장난 한가운데에 끼어 있는 나도 유치했다. 모든 게 너무 유치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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