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다섯 살 환자 그렉을 진료했다. 
하루에 위스키 두 병을마시는 그는 다 쓰러져가는 눅눅한 집에서 혼자 산다. 집에 쥐도있다. 
그렉은 오늘 아들의 마음이 편해지라고 혼자 진료를 받으러 왔다. 꾀죄죄하고 옷차림도 볼품없는 그렉은 음주가 자신의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데도 술을 끊을 마음이 전혀 없다. 그는 술이 자신을 죽이고 있다는 걸 잘 안다고 말한다.
나는 그가 정말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십 년간의 알코올 남용 때문에 그의 의사결징 능력이 손상되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 상황을 판단할 의사 능력이 그에게 있을까? 그렉의 상태가 안쓰럽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시점에 제3자가 개입해야 할까?
우리는 거의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그렉은 한 달 후에 나를 다시 만나러 오기로 하고 그 사이에 공중보건간호사가방문해도 좋다고 허락하기로 약속했다.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다. 그렉의 음주 습관처럼 누군가의 오랜 습관을 바꿔주려고 돕는다는 건 아주아주 어려운 과제다. 부디 지금이 너무 늦지 않은시점이길 바란다. 물론 결코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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