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우선 해변 도로를 달려보기로했다. 그런데 도로를 달릴 때까지 초여름의 해는 쉽사리 저물지 않았다. 바다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햇볕이 한낮처럼환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개와 늑대를 충분히 식별할 수는있었다. 그렇게 우연히 찾아간 해변은 6월 초의 성수기임에도인적이 드물었다. 바다를 보고 소년처럼 좋아하는 영하쌤과 그런 영하쌤을 스마트폰에 담는 재승쌤을 촬영하기에, 적당한 조도의 한적한 바닷가는 더할 나위 없이 최적이었다.
언젠가 영하쌤은 여행이 재밌으려면 계획이 어그러져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의외의 사건들이 여행을 가장 여행답게 만든다고 말이다. 강릉에서 우리는 그런 여행의 시간‘을가진 셈이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 찾아온 건 해변을 떠나 차로 이동할 때였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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