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에게 미끄럼을 탈 수 있는 층층다리가 있는 큰 집앞에서 본 전중이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그럼 네가 여태껏 놀러 다닌 데가 감옥소 마당이었단 말이냐?"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내 종아리를 걷고 자막대기로 매질을 하기 시작하셨다.
"이년어디 가서 못 놀아서 감옥소 마당에서 노냐, 놀길. 내일 당장 시골로 내려가거라."
그러면서 엄마의 눈에선 반짝 어리는 게 보였고, 나도 따라울었지만 소리는 못 냈다.
내가 감옥소 앞마당을 놀이더 삼있다는 건, 엄마에게 있어서나 나에게 있어서나 곤궁한 서울 살림의 비참함을 살을 저미는것처럼 절실하게 해 준 사건이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시골로 쫓겨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이미 나는 마음속에서 개나리 울타리에 둘러싸인 터줏가리가 있고, 장독대가 있고, 앵두나무와 돌배나무와 파리나무가있는 나의 뒤란을 상실하고 있었다.
잃어버린 뒤란 중에서.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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