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내 안에는 열 살에 떠난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아이가 있는 듯하다. 웅크리고 있다가,어른인 내가 약해지면 이런저런 말들로 나를 괴롭힌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타인에게 쏟아낸다. 그러고 나면 탈진해버린다. 나도 나를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한다. 올해 6월에 페이스북에 쓴 글을 모아 에세이를 내기로 출판사와 계약을했다. 작년에 다른 출판사에서도 제안이 있었는데, 도저히내가 쓴 글을 들여다볼 자신이 없었다. 올해는 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만큼 시간이 흘러 무뎌지기도 했고, 글을 정리해서 책으로 묶으면 지난 일들도 기억의 서랍 속에 넣고문을 닫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을 정리해야 하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간다. 나는 남편을 만나서 처음 안정된 사랑을 받았다. 그와 연결된 느낌이어린 시절 불안을 가라앉혀주었다. 그에게 기댄 15년의 시간 동안 내 몸이 기울어졌다. 이제 그가 없으니 바로 서야하는데, 자꾸 몸이 기울고 비틀거린다. 혼자 서야 나도 살고, 아이도 키울 수 있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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