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 바이러스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고작 한 대처라고는 감염된 환자를 수술할 때 예방 차원에서 장갑 두 컬례를 착용한 게 전부였다.
어느 날, 수술실에서 에이즈 환자의 팔에서 흘러나온피 한 방울이 바닥에 떨어졌고, 마취과 의사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펄쩍 물러났다. 그들은 모두 의사였지만, 겁에질려 있었다. 완전히 새로운 임무 앞에서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없다.
그때와 똑같은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는 분노, 공포,
불안, 냉소, 불신, 체념으로 대응하고 있다. 두려움 앞에 툭튀어나오는 인간의 반응이자 민낯이다. 이것을 인지한다.
면 우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신중하게 행동하고, 연민의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 아마도 슈퍼마켓에서 모욕적인 말을 퍼붓는 무례한 언동은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시아인의 국적을 외모로 구별하지 못 하는 우리 한계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전염병이 ‘그들‘ 탓이 아니라는 걸이해해야 한다. 굳이 따져야 한다면,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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