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활을 알아야 한다. 무엇을 중심으로 생활을 꾸리고 어떤 일들을 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알면, 그 시간 속에서 역할이 없는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낭비가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해질 만큼 다른 곳에 한 톨의 자원도 쓰고 싶지 않아진다.
마실 것이라곤 커피와 물이 전부인 내가 오렌지 주스와 탄산수를 살 리가 없다. 팟캐스트와 라디오, 귀로 듣는 방송만소비하는 내게 텔레비전은 공간을 잡아먹는 덩치 큰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 동안 내 손이 스치고 내 발이 닿은 흔적이 잔존하는 모든 물질과 시공간을 유심히 뜯어 보면 그 속에 미소의 담배, 위스키, 애인처럼 나만의 핵심 가치가 보인다. 시간과 돈과 자유를 쓰고 싶은 대상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공고하게 뿌리 내린 하루 일과와 생활이 완성되면 낭비,
과소비, 물욕과도 영영 결별하는 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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