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노예
아군의 목이 또 하나 잘려 땅바닥에 나뒹군다.
종일토록 벌인 긴 전투에 병력 손실이 적지 않다.
아군 하나마다 두세 명의 적이 덤벼들고 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적을 당할 길이 없다. 지원군을 불러들이기 위해 발빠른 병사 몇몇이 후방으로 향한다.
삼국지를 방불케 하는 이 장면은 실제로 개미사회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모습이다.
인간의 전쟁에서처럼 돌격〉 또는 작전상 후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진두지휘하는 사령관 개미가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소한 적의 병력을 파악하여 증원이 필요할 때는 신속히
집으로 돌아가 알리는 이른바 연락병 개미가 있다는 사실은 관찰되었다.
미국 애리조나의 사막지대에 사는 꿀단지개미 (hon
eypot ants)의 전쟁을 십수 년에 걸쳐 연구해 온 필자의 스승휠도블러 박사에 의해 발견된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