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놀랍게도 그 칠흑같이 어두운 밤의 숲속에서 다시 만난 잎꾼개미들은 초록빛 나뭇잎들이 아니라 작은 분홍빛 꽃잎들을 나르고 있는 게 아닌가?
어둠을가르며 숲으로 이어진 그 아름다운 꽃잎의 행진을 난 한동안 넋을 놓고 지켜보았다.
그리곤 혹시 잎꾼개미들이 나뭇잎뿐만 아니라 꽃잎도 수확한다는 사실을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처음으로 관찰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적이 흥분했다.
그래서 나는 동료 열대학자들에게 질문을 던졌으나 아무도 이렇다할 해답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당시 야외 연구소에는개미에 관한 자료서적도 없었고 지금처럼 이메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던지라 나는 우리가 다시 산호세로 돌아가 도서관에 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어쨌든 그 다음날부터 나는낮에 일행과 함께 숲속 이곳 저곳을 다니미 여러 자연현상을 조사하는 가운데에도 틈틈이 잎꾼개미들이 나뭇잎을 운반하는 것을 관찰했고, 저녁 식사 후에는 딱딱한 나무 평상 위에서 짧은 칼잠을 즐긴 뒤 곧바로 숲으로 달려가 관찰을 계속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