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도둑질을 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수남이는스스로 그것은 결코 도둑질이 아니었다고 변명을 한다.
그런데 왜 그 때, 그렇게 떨리고 무서우면서도 짜릿하니 기분이 좋았던 것인가?
 문제는 그 때의 그 쾌감이었다.
자기 내부에 도사린 부도덕성이었다.
 오늘 한 짓이 도둑질이 아닐지 모르지만 앞으로 도둑질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의 일이 자기와 정녕 무관한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소년은 아버지가 그리웠다. 
도덕적으로 자기를 견제해줄 어른이 그리웠다. 
주인 영감님은 자기가 한 짓을나무라기는 커녕 손해
 안 난 것만 좋아서 "오늘 운 텄다." 고 좋아하지 않았던가.
수남이는 짐을 꾸렸다. 
아아, 내일도 바람이 불었으면.
바람이 물결치는 보리밭을 보았으면.
마침내 결심을 굳힌 수남이의 얼굴은 누런 똥빛이 말끔히 가시고, 소년다운 청순함으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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