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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 교양의 탄생 - 명작이라는 식민의 유령
박숙자 지음 / 푸른역사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교양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 스스로를 기르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식민지 시절 조선에 삽입된 ‘교양‘은 이와 무관하다. 그 시절 교양이란 모름지기 금자박이 외국 원서와 호화본과 각종 문학전집과 서양식 책자와 서재와 노블이었다. 신분을 드러내는 지표였고 외국 것이었다. 가진 자는 교양을 소유하였다. 너도나도 교양을 소유하고자 했다. 교양을 팔기 위해 출판사들이 나섰다. 교양은 철저히 세속이다. 속물의 교양이다.
비틀어진 교양관 삽입은 명작에 대한 곡해와 곡조를 같이했다. 명작은 점잖은 사람이면 알만한 작품들, 즉 유명한 작품이었다. 전집에 포함된 작품들이었다. 전집에 들어갔기 때문에 명작이었고 그렇기에 유명했고 그렇기에 명작이었다. 여기에 물론 조선 것은 없었고 조선 것이란 명작이 없었다. 식민지인의 피해의식은 강박관념이 됐다.
교양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 스스로를 기르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삶에 도움이 되기 위해 가꾸는 것이다. 명작이란 시대와 소통하는 도구이다. 내가 여기 있는 것처럼 저기 저 사람이 있음을 알게 해준다. 지평을 열어준다. 교양을 쌓는 데 이로운 것이 명작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20세기 초반과 얼마나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