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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뽑기 ㅣ 자치통감 행간읽기 2
권중달 지음 / 도서출판 삼화 / 2012년 7월
평점 :
자치통감 행간 읽기 시리즈 중 하나.
자치통감이 다루는 시대 중 권력자가 황제를 세우는 경우를 뽑아 정리했다. 황제는 만왕의 왕으로 군림한다고 여겨진다. 천자, 즉 하늘 그 자체인 황제는 모든 진리의 근원이고 권위의 기초였다. 그러면서도 그 위치는 실제로 진시황 때 황제의 시작부터 삐걱 거리고 비틀 거리며 밑으로 이어졌다. 권력자가 입맛에 따라 황제를 뽑고 갈아치우는 과정은 황제제도가 끝장나는 청말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진시황이 처음 황제가 되고 순시를 하는 도중 죽자 승상 이사와 환관 조고가 유조를 조작하고 황제를 농락했다. 이어서 한고조 유방이 죽자마자 여태후가 권력을 잡고 황제를 갈아치웠다. 이후에도 중신, 태후, 외척, 환관 등에 의해 허구헌날 황제들이 갈려나갔다. 국가 중대사에 권한을 갖는 태후 혹은 태후를 등에 업은 외척, 선 황제의 유지를 받은 중신, 군사력을 장악한 장군, 막강한 지방 장군, 궁궐 정보를 장악한 환관 등이 얽히고 얽혀 황제의 세습은 황제 맘대로 되기가 어려웠다. 걔중에 권력을 되찾고 부자세습을 이루어내는 등 황제의 역할을 다시 찾는 사례도 있긴 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권력자에 의해 처단되거나 권력자를 처리한 후 동원했던 세력에 의해 다시 제압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더 웃긴 건 황제를 제압해 새 왕조를 세운 권력자 역시 몇 대 안에 다른 세력에게 그 종실이 끊겨버린다는 것이다. 읽으면서 계속 ˝왜 후사가 없이 죽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알고 보면 황제 자리가 어지러워지는 경우 태반이 아직 어린 태자를 두고 급사를 하거나 형제세습과 부자세습이 충돌하거나 유조가 아예 조작되거나 하는 경우다. 제 명에 죽지도 못 하는데 후계를 탄탄히 할 도가 있겠는가. 어떻게 미리미리 태자를 세워놓아도 그에 따라 줄서기, 황후와 귀비들 끼리 다툼, 파벌이 판치니 ... 비운의 황제들이 다시는 황제 가문에서 태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탄식하는 모습이 가련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책 머릿말과 종언에서 작가가 언급하듯이 권력의 표상이 되는 황제가 아니라 실제 권력을 잡고 있는 자들이 어떻게 투쟁을 하는지, 즉 겉으로 말하는 사건 사고들이 아니라 실제 상황은 무엇이고 왜 어떻게 그렇게 된건지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