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언트 - 영어 유창성의 비밀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저자의 이전 책을 읽다가 덮은 적이 있다. 덮었다기보다 던져버렸다고 하겠다.

과장과 자뻑이 난무하고 아주 작은 한 조각 읽을 거리를 가지고 뻥튀기한 시덥잖은 책이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달랐다. 실은, 서점에서 이 책을 뽑았을 때 저자 이름을 보고 내려 놓을 뻔 했다.

그러나 책을 차별하려니 살짝 아쉬워서 슥 넘겨보았다. 헛소리와 헛구역질을 기대하면서.

그러나 이 책은 달랐다. 생각보다 덜 역겨웠다. 일리있는 내용들이 보였다. 얼레?

서가 옆에 독서공간에 앉아 검토해보았다. 내가 뭔가 잘못 본 걸까 혹은 아주 적은 영양가 있는 그 부분만 딱 읽은 걸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읽어야 한다.

영어를 배우는 한국인이 유념해야 할 사항들을 잘 서술해놓았다.

비록 책 구성이 아쉽고 더 연구하고 가다듬을 부분이 적지 않다 해도 누군가 해야 할 얘기를 했고 충분히 잘 했다.

책의 완성도를 떠나서 담고 있는 생각이 적시타였다.


예를 들면, 책 첫 단원 제목이 이러하다. "식민지 시대의 영어관에서 벗어나자."

저자는 우리가 갖고 있는 영어관이 식민지 시대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우리에게 영어는 정답과 오답이 있다. 더 많은 정답을 맞추면 타인으로부터 인정 받고 사회 지위가 향상되고 더 좋은 직업을 갖게 되는 서열 지표이다. 우리에게 영어는 소통 도구가 아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남의 언어로 사회적 서열을 결정하는 병정놀이에 빠져 본질에서 벗어난 엉뚱한 방법으로 영어 공부를 해온 셈이다.

우리 근대화 역사는 침략을 당한 역사이고 패배한 역사이다. 영어는 '문명'과 함께 문명으로서 왔고 계몽으로서 왔다.

우리는 졌고 영어는 승자의 말이었다.


하지만 영어는 말일 뿐이다. 영어는 도구이다. 영어는 수 많은 영어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이다. 구글과 영어로 된 지식으로 나를 무장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무식한 식민지 영어 세계관이 나은 광풍 중에 하나가 외고 열풍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외고 열풍 시기에 학교를 다녔다. 외고 면접을 준비하러 목동 학원에 갔다. 외고 선생이 물었다. "왜 외고냐? 왜 영어냐?"

그 당시 내가 했던 대답이 스스로 대견했다. 아직도 기억한다. "영어는 돌이킬 수 없는 만국공통어다. 컴퓨터가 영어고 인터넷이 영어다. 어떤 학문을 하든 원문은 영어다. 21세기에 살려면 영어가 기본이다. 그래서 나는 외고에 가야하고 영어를 배워야 한다."


지금 생각해도 나는 기가 막히게 대답을 잘했다. 기가 막히게 순박했다. 외고 가면 영어 잘 할 거라는 가정 자체가 틀렸다.

그들이 가르치는 영어는 English가 아니다.


책은 우리가 갖고 있는 발음 컴플렉스도 지적한다. 언어는 정치적이다. 이전 시대에는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언어가 달랐다. 따라서 계급어가 있었고 국어는 없었다. 그러나 근대 국가가 들어서면서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을 강요해야 했다. 따라서 국어가 등장하고 표준어가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영어에 표준어가 생기고 표준 발음이 생겼다. 그런데 우리가 영어를 강요당할 때 영어는 계급어이다. 표준 발음으로 (들리는) 영어를 구사하는 자는 우월하다. 그렇지 못한 자는 저열하다. 


프랑스 사람은 문화 자부심이 강하다. 영국이든 미국이든 프랑스 문화를 존중한다. 영미권 사람이 그 사람을 프랑스 사람이라고 인식해야 오히려 유리하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은 프랑스 악센트 잔뜩 묻은 영어로 얘기해도 꺼리낌이 없다.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들 중에도 "굳이 원어민처럼 발음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다양한 발음은 더 재밌는 영어를 만든다고.


하지만 피해의식이 있는 우리는 다르다. (여기에는 우리가 영어 교육을 일본으로부터 배워온 것도 한 몫 한다고 본다. 미국에게 직접 패배한 일본은 영어에 대한 열등감이 더 강할 것이다.) 우리에게 영어는 영어이다. 영어권 국가에서 장기간 거주하고 영어로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사람도 한국에 와서 영어를 하려면 긴장한다. 모두가 귀를 쫑끗 세우고 평가하고 있다. 교과서에서 들어온 그 우월한 영어를 하는가 아니면 나와 다를 바 없는가. 영어는 서열 지표이고 평가 대상이다. 오로지 교과서에서 인정한 표준 발음에 고상한 문법으로 완벽하게 구사하는 영어만이 인정 받을 뿐이다.


책은 이러한 현실의 한계를 깨고 일어나 도구로서 영어를 잘 하자고 얘기한다. 그러기 위해 맞닥뜨리는 문제들(사고방식 차이)과 그동안 잘못 해왔던 교육(단어 암기, 5형식 암기, 구문 암기)을 지적하면서 보다 상식적이고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사고방식 차이를 인지하고 영어는 영어로 이해할 것, 암기가 아니라 영어 어휘 구성을 이해하고 시 낭송과 고전 탐독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힐 것 등. 시험영어와 우리 사회가 인정하는 영어, 그러나 마치 책으로 배운 연애처럼 쓸데 없는 영어를 완벽하게 익힌 나로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방법들이다. 연애는 실전으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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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공부 - 창의성의 천재들에 대한 30년간의 연구보고서
켄 베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파렴치한 제목에 새로울 것 없는 내용.
필요한 부분만 단장취의하면 될 듯.
15000원이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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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찾기 2016-11-0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ㅋㅋ 감사합니다ㅋㅋ
 
2030 대담한 도전 - 앞으로 20년, 세 번의 큰 기회가 온다
최윤식 지음 / 지식노마드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학력 자랑으로 시작하는 저자 소개
끊임 없이 등장하는 자기인용 ˝나는 다 알았거든?˝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인터넷 뉴스와 다큐 인용

대담한 주장을 하는 데는 통찰력이 필요하지 않다
자가가 통찰력 있다는 착각만 있으면 된다
B급도 안되는 C급
*별이 하나가 아니라 둘인 이유는 두꺼워서 받침으로 쓰기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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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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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소설 따위가 ...˝ 같은 중얼 거리는 소리가 얼핏 들렸다.

구성이 지지리도 철저하게 짜여진 건 아니다. 그래도 오베를 떠올리면 감정이 날뛴다. 그만큼 그 기구한 이야기와 인물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알만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인정하는 것이다.

개떡같이 비현실적인 주변인물과 오베에게 너무 못살게 굴어서 때려주고 싶은 작가 등 신경에 거슬리는 것이 한둘이 아니지만, 어떤 장면이든 통찰력 있고 독특하게 표현하는 실력을 보면 이 책이 모니터 받침으로도 못 쓸만큼 아주 형편없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당장 불쏘시개로 쓸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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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 펭귄클래식 9
생 텍쥐페리 지음, 윌리엄 리스 해설, 허희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오직 정신만이 진흙에 숨결을 불어넣어 인간을 창조할 수 있다.

초기 비행기 조종사로서 겪은 고독하고 험난한 세월이 그의 안에서 차곡차곡 응결됐다. 그의 정원사와 같은 관점이, 모험가의 기질이, 초월하는 정신이 자신 속에 단단히 자리 잡은 경험의 퇴적층 가운데 보석들을 포착해냈다. 섬세하고 명료하게 진실을 비추는 비유로 나 스스로 바람과 모래와 별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마치 조감(鳥瞰)하듯이 비행하며 바라보는 세상은 더이상 내가 속한 세계가 아니어서 저 작은 개미들이 군집을 이루고 이리저리 철 따라 움직이는 것이 인간이 동물임을, 그리고 인간이 왜 동물이 아닐 수가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깨어있어야 한다. 환경 가운데 매몰돼 동물처럼 피동적으로 살 수는 없다. 영양이 길들여지지 못하고 뛰쳐나가려는 것처럼 사람도 갇혀 있는 지금 이 곳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뛰쳐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모차르트도 별 수 없이 썩을 것이다. 정원사는 가슴이 아프다.

죽음을 맞는 상황에서 결연하거나 초연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누구나 그러하다. 진정한 죽음 앞에서 누구나 담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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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23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이 소설을 안 읽어봤어요. 작품의 전체적 분위기가 니체 느낌이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