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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해당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장르: SF
2020 휴고상, 로커스상, 네뷸러상, 오로라상
2019 BSFA상, NPR 올해 최고의 책
화려한 수상이력을 보고 굉장히 기대했던 SF작품.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에 대한 나의 감상평은
1. 표지/편집디자인이 멋지다. 겉표지뿐만 아니라 속지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보였다. 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판의 경우 두 화자를 더 잘 구분하기 위해 글씨색을 마젠타와 파랑색 두 가지로 표현했는데 확실히 읽기 편했다. 개인적으로 겉표지도 한국판이 더 마음에 든다.
2. 내가 생각했던 SF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내가 제목을 보고 떠올렸던 이미지는 '레드'와 '블루' 두 시간 전쟁 요원들이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고 또 시간 전쟁과 관련 있는 큰 사건들을 해결하고... 이런 모습이었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순수문학과 SF의 결합이었다. 여기에 로맨스가 가미된. 결론적으로 꽤 괜찮았다.
3. 초반에는 솔직히 집중이 잘 안 됐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초월적인 존재인 두 화자에 공감을 하기가 힘들었고, 두번째는 도치법이 지나치게 빈번하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어서 낯선 인상을 주려는 작가의 의도인가 싶기도 하고. 그러나 무엇보다 장면 묘사가 많은 점이 가장 힘들었다. 보통 나는 소설을 읽을 때 특정한 사건이나 시간 흐름을 따라 등장인물을 좇아가기를 기대하는데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에서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포 가능성이 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
중반 정도 읽고나서야 이 책의 진가를 조금씩 깨달을 수 있었는데, 엄청나게 거슬렸던 묘사방식이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 있었고 '가든'이나 '에이전시' 같은 설정들이 독창적이라 재밌었다.
4. 읽고 나서 이 책의 주제라고 생각하는 '외로움', '유대' 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끝나지 않는 싸움에서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그 누군가와 주고 받는 대화는(이 소설에서는 편지 형식이지만) 어떤 느낌일지.
어쩌면 두 저자는 코시국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에 대해, 단절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유대에 대해서 쓰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워하는 게 뭐냐고? 이해야. 대화야. 승리야. 그리고....... 게임이야. 숨바꼭질이라는 게임.
69p
편지는 단순한 글 이상이다. 레드는 블루를 자기 안으로 읽어 들인다. 눈물, 숨결, 살갗을, 그런 것들은 대부분 쓸려나가고 없지만, 몇몇은 아직 남아 있다. 레드는 편지에 남은 말들을 단서로 블루의 의식을 닮은 모형을 만든다. 편지를 거푸집 삼다 자신의 몸을 주조한다. 블루와 거의 똑같아지도록.
251p
'레드'와 '블루'가 주고 받은 편지를 모두 읽고 나서, 누군가를 믿는 일은 위험하기 때문에 매혹적이고 또 상대방도 나를 똑같이 믿어준다면 아름다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