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노동 - 적게 일해도 되는 사회, 적게 일해야 하는 사회
데니스 뇌르마르크 지음, 손화수 옮김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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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분야: 사회정치

부제: 적게 일해도 되는 사회 적게 일해야 하는 사회

예스퍼는 회사에서 서로에게 정직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며 쓸모없는 업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직하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때로는 갈등을 피하지 않고 업무에 도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우리는 모든 직원들이 가치에 대해 생각하기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그 가치는 얼마나 오래 일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있는지의에 관한 것입니다."

서문

이 책은 속편을 써달라고 요청한 많은 독자들의 요청에 대한 답신이다. 

... 먼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려 한다. 이 책은 문제 해결을 위해 매일 다르게 도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의 예를 보여줄 것이다. 

서문


[가짜 노동]의 공저자인 '데니스 뇌르마르크'의 신간, 
노동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진짜 노동]을 읽어보았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가짜 노동]에서 다뤘던 요점들이 정리되어 있다. 전작인 [가짜 노동] 과는 차별화되는 [진짜 노동]만의 이야기는 2부부터 이어진다. 
2부에서는
 정직성이 결여된 조직문화와 관리자 그리고 직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제시한다. 또, 구인 광고에서 헛소리를 판별해 내는 방법이 자세히 담겨 있다. 
3부에서는
 결국 정직성의 부재가 책임과 협업 그리고 리더십의 결여와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4부에서는
 직장 내 비생산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들로 범위를 좁혀 이야기한다. 
5부에서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제안을 제시하고 우리의 상식에 재정립이 필요다는 주장과 근거에 대해 다룬다. 
마지막 부인 
6부에서는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과잉생산을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사회의 변화를 위해 투쟁을 요구했던 전작보다 훨씬 비정치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여전히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작고 구체적인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문


이 책은 관리자와 비효율적인 업무를 반복하며 자신의 일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직원들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정말로 무언가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직원보다는 관리자 직급의 독자가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난 나의 경험을 돌아볼 때 프로세스에 대한 회의감을 표시하는 건 거의 직원들이고 관리자들은 그런 경우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이에 대해선 직원에 따라 경험이 부족해서 프로세스를 의심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숙달 노동자를 기준으로 하므로 이런 회의감은 매우 타당해 보인다. 


앞서 챕터별 구성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기는 했지만, 나는 이 책을 크게 1 - 3부(전반)와 4 - 5부(후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짜 노동'의 개념과 이런 현상이 사회에 만연하게 된 원인에 대해 다루는 전반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후반. 
개념부터 찬찬히 짚어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지라, 전반에 후반보다 많은 페이지 수가 할당되어 있다. 서문에서 저자는 후반에서 구체적인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힌트를 제공하는 수준의 구체성이라 자신의 상황에 맞는 질문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서 독자 스스로의 노력이 요구되는 편이다. 독자마다 종사하는 산업군도 부서도 천차만별이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러한 생각의 단초를 얻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질문을 던지고 싶은 사람에게는 굉장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결국에 모든 것은 정직과 협력의 문제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또 혼자서는 절대 해내지 못할 멋진 결과가 생겨나기도 한다는 걸 사람들이 다시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정직과 협력을 바탕으로 구축된 신뢰를 통해 가능해질 효율성을 상상해 본다.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리자들이 이 책을 읽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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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비치
레이철 요더 지음, 고유경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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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분야: 소설, 여성학

[82년생 김지영], [채식주의자], 영화 <VVITCH>... 레이첼 요더의 [나이트비치]를 읽으며 이 작품들을 떠올렸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여자(MM, 이니셜만 등장한다)'라는 두 살배기 아이를 둔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평범하다'라는 건, 남편보다 고학력이지만 적은 임금을 받고, 그럼에도 꽤 괜찮은 번듯한 직장에 다녔지만 아기를 낳고 신체적, 정신적인 한계에 다다른 데다 아기를 직접 돌보지 못하는 데에 죄책감을 느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며 워킹맘이었을 때와는 다른 고통의 구렁텅이에 빠진 상태라는 뜻이다. 

한때 예술가로 입지를 쌓아가던 여성에게 남은 유일한 프로젝트는 자신의 궁극적 창조물인 아들뿐이다.

여자는 남편의 벌이가 더 좋으니 직장을 그만두는 건 자신이어야 했다고 머릿속으로 생각하지만 마음으로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남편은 걸핏하면 출장을 떠나고-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여자는 독박 육아를 하며 점점 마모되어 간다.

그런 
여자의 분노와 울분은 응어리져 결국 신체적인 변화로 표출되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이트비치'의 정체다. 

'여자'와 같은 상황에 놓인, 비참한 여성이 분명 그뿐만은 아닐 테지만 사회적으로 이런 주 양육자로서의 여성의 어려움은 좀처럼 인정받기 힘들다. 왜냐하면 이런 여성들이 경험하는 것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일, 정의할 수 없는 종류의 어려움이고 사회는 규정할 수 있는 어려움만을 납득하기 때문이다. 


괴로운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시도로 여자는 <신비한 여인들에 대한 현장 안내서>라는 판타지 요소가 가득한 책을 탐닉하기로 한다. 

신비롭지만 비현실적인 책에 빠져든 여자에게 점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아니, 어쩌면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서 그 책에 빠져든 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여자는 자신이 경험한 비현실적인 상황에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정말 실제 벌어진 일들이라고 점차 확신하게 된다. 

결국 여자는 완전한 '나이트비치'로 거듭나 '개'와 '인간'의 형태를 오가게 된다. [나이트비치]를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서 혼란과 불안함을 느끼던 주인공이 폭력에서 먼 형태, 식물의 모습으로 변화하길 원했던 반면, [나이트비치]의 주인공은 여성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혼란과 불안함을 느낀 결과, 그런 감정을 통해 축적된 분노와 슬픔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완전히 동물적인 모습으로 변화했다는 점이었다. 

여성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겪는 사회적, 구조적 억압과 폭력에 대응하는 너무나 상반된 이 모습이 내게는 어쩐지 큰 울림을 주었다. 


[나이트비치]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자'가 나이트비치로서의 정체성을 완전히 각성하는 것으로 '1부'는 끝이 난다.


<2부>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각성한 '여자'는 불안함과 혼란 시기를 지나 해방감을 느낀다. 그러나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단계에 도달했음에도 여전히 여자의 실질적인 문제는 그 무엇도 해결되지 않았기에, 여자의 분노는 결코 해소될 수가 없다.


자신과 같은 여성이 자신뿐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자는 연대감보다는 절망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의 분노는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의 저녁식사에서 자신의 처지를 절실히 깨닫게 되면서 완전히 폭발한다. 그리고 다소 충격적인 사건과 함께 <2부>가 마무리된다. 

'나이트비치'의 정체성을 받아들임으로써 해방감을 느꼈던 <2부>를 지나, <3부>에서 여자는 '나이트비치'의 부정적인 부분, 즉 자신의 폭력성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여자는 이런 폭력성을 보완할 방법으로 원래 여성 이전의 정체성,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이었던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런 예술가 자아를 통해, 여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젠을 비롯한 다른 여성들을 비참한 상태에서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채식주의자]와 [82년생 김지영]은 이 책에 비하면 매우 온화하다. [나이트비치]의 주인공은 활활 타는 자신의 분노를 훨씬 과격하고 폭력적으로 여과 없이 표출한다. 종종 등장하는 잔인한 묘사에 조금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슬픔에도 큰 힘이 있지만 진정한 변화는 분노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인간은 불을 파괴의 상징으로 삼았지만, 한편으로 불은 정화의 상징이기도 했다. 주인공인 여자가 3부에 걸쳐 자신의 분노를 받아들이고 분노가 주위 사람들까지 태워버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모든 걸 삼켜버리는 불이 아닌 변화의 불, 정화의 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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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가 - 불확실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인생을 위한 수학
키트 예이츠 지음, 노태복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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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목차를 훑어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책은 통계 분석 중에서도 특히 비선형성을 가진 현상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긴, 직관에 반하는 일들은 거의 선형적인 특성과는 거리가 멀고 이 책은 바로 그 직관에 반하는 사례들을 수학적 사고를 통해 어떻게 타파해 나갈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니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주제를 설명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일상적인 아이디어나 상황에서 출발해 관련 이론에 대한 이야기와 실험 사례가 등장하고 그런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어느새 짠! 모호했던 개념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적어도 읽은 직후에는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놀라웠던 점은 저자의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의 방대함이었는데 수학(통계)가 메인이기는 하지만, 뇌과학, 심리학, 사회 실험 등 다양한 분야를 휘몰아치며 이어지는 설명을 읽다 보면 일종의 지적 도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사례도 흥미로운 것들만 등장해서 어떻게 이런 자료들을 취합할 수 있었을까 정말 신기했다. (맨날 재밌는 거 나만 모르지..)


설명 자체는 쉽고 재밌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수학적 개념(이론)들은 전공자가 아니라면 다소 낯설 수 있는 꽤나 심도 있는 주제들이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이 책에는 수식이 거의, 아니 전혀 (글로 설명된 부분도 수식이라면 수식일까?)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독자는 재밌는 이야기책을 읽는 느낌을 읽어나가다 보면 대략적인 개념이 어느새 머릿속에 그려져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마 전공자의 경우에는 이 책을 읽으며 관련 이론을 직접 전공서에서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예시로 든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친절하게 핵심 개념이 볼드체로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책에 별도로 표시하지 않아도 나중에 해당 개념을 검색하기 매우 편리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점은 우리는 본능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현재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또, 직관의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너무 성급히 판단을 내리면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배웠다.


저자는 책의 본문을 다음과 같은 교훈으로 끝맺음한다.

예측이 틀릴 때는 보통 그런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기 마련이다.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 처할 때 도움이 될 교훈 말이다. 만약 이 책에서 얻어 갈 교훈을 단 하나만 꼽자면, 계획이 어긋날 때 왜 그랬는지 헤아려서 장래에 똑같은 실수를 막을 방법을 배우려고 해야 한다는 점이다. 


추론을 할 때 우리는 실수록 하도록 유도하는 내재적 편향들을 알아차려야 한다. 알고 보니 우연의 일치밖에 없는데도, 어떤 모종의 관련성이 있다고 너무 많이 생각하진 않았는가?

우리가 전체 그림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따라 특정 데이터 주위에 가짜로 그려놓은 과녁을 보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 자신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가?

과거에 옹호했던 견해에 아무리 깊게 심취했더라도 새로운 증거가 나올 때 자신 있게 견해를 바꿀 수 있다면, 무언가에 100퍼센트 확신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보를 통해 마음을 바꿀 여지가 생기게 된다면, 적절한 데이터가 나올 때마다 기존 견해를 기꺼이 수정해 나갈 수 있다면,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우리는 이전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을 예상하는 법을 배워나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사의 미래]에서 얻은 깨달음과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반응하는 삶이 아닌 이야기가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살아 있는 한 예측을 아예 하지 않을 수도, 그럴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예측에 매달려 전전긍긍하는 것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편이 더 충만한 삶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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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린 게임과 개발자들 NEON SIGN 6
김쿠만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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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분야: 경장편, 장르소설, 한국문학

이 책의 첫인상은 가벼움이었다.

일단 물성 면에서 가벼웠다. 180 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 5가지 단색으로 구성된 표지 디자인.

내용은 어떨까. 이야기의 전달방식이랄까 표현 역시 가벼웠다. 최대한 무게를 덜어내고 서술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네온 사인> 시리즈는 MZ세대를 타겟 독자로 상정하고, 빠르고 가볍게 독자에게 다가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누군가는 가벼움에 치중한 나머지 이야기 자체의 묵직함이 부족한 건 아닐지 걱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가벼워도 묵직한 펀치 같은 이야기라고.


이 책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직 출간 경험이 없는 소설가(지망생)인 주인공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게임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이야기를 창작한 경험 덕분에 맡게 된 업무는 게임 시나리오 창작 관련 일이다.

그런데 이 회사 어딘가 이상하다. 호러 게임을 만드는데 굿이(no good, yes exorcism) 왜 필요한거지..?

귀신보다 무서운 게임회사 생존기.>

줄거리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중소 게임 회사의 노동착취와 체계적이지 않은 업무 시스템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다.


등장 인물들의 대화는 가벼운 느낌인데 미쳐 돌아가는 회사 모습을 보다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웃긴데 안 웃겨 (눈물)

시람은 괴로운 와중에도 웃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괴로움이 사라지진 않지만…


+김쿠만 작가는 <한국과문학상> 수상집에서 단편으로 처음 접했는데 여전히 유쾌한 이야기를 잘 쓰는 것 같다. (그런데 이제 현실로 쥐어패는…)


가벼움과 무거움의 대비 덕분에 펀치가 유독 아프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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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 인문 기행 나의 인문 기행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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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분야: 인문 에세이

어렸을 때부터 예민하다는 소리를 듣고는 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외부 자극에 대한 민감한 편이다. 특히 내가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건 사람들의 악의다. 물론 예민해서 안 좋은 상황을 미리 피한 적도 있지만 별일 아닌 것에도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내가 만성 피로인 이유.) 그리고 여기, 나보다 훨씬 민감하게 인간의 악의를 감지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서경식 교수다.

 

아무런 위험이나 위협이 없는 경우 예민함은 오히려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자질이 될 수도 있다. 외부 자극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능력이 예술 등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에서는 당연히 아무 일도 없는 날보다는 무슨 일이 있는 날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예민한 사람은 거의 항상 피로를 느낀다.

예민함은 타고나는 걸까, 학습되는 걸까. 내 생각에는 둘 다인 것 같다. 어린 시절 나는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고 동시에 눈치를 살펴야 하는 양육 환경에서 자랐다. 이 중 어떤 게 나의 예민함을 형성하는 데 더 영향을 미쳤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예민하지 않은 성격을 타고난 사람도 일상이 무너질만큼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 특정 주제에 대해 아주 예민한 성격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서경식 교수의 선천적인 성격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재일한국인이라는 신분과 가족이 정치범으로 수감된 경험이 예민함이라는 자질의 개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서경식 교수님의 타계 소식이 큰 충격이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근 몇년간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얀마 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은 이미 불안으로 넘실거리는 저자의 마음에 연쇄폭발을 일으켰을 것이다.

 

서경식 교수는 평생을 폭력에 반대하며 싸워왔다. 나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예민한 사람과 싸움이라니. 그것도 승산이 거의 없는... 그런 거대한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점이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다.

 

이 책을 읽으며 서경식 교수님이 좀 더 오래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좋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프리다 칼로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겠지. 그러나 에드워드 사이드와 마찬가지로 이제 서경식 저자는 이제는 생전에 출간한 저작물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

[나의 미국 인문 기행]은 미국이 가진 양면적인 모습을 그 누구보다 예리하게 그려낸 인문 에세이다. <여는글>에서 역자가 말했듯 정말 서경식 저자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예민한 사람의 눈은 돋보기와 같아서 추악함도 아름다움도 선명하게 포착한다.

빛만이 있는 세계, 어둠만이 있는 세계. 둘 다 평면적인 모습의 세계일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빛도 있고 어둠도 있기 때문에 입체적이다. 세계는 정말 완전한 어둠으로 향해 가고 있는 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림자가 점점 더 짙어지고, 길어지고 있음을 느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아메리카의 선한 면을 기억하려 애썼던 것처럼 나도 세상의 밝은 부분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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