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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10가지 방정식
데이비드 섬프터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7월
평점 :
세상은 수많은 문제로 가득 차 있다. 어떤 이에게는 사소한 결정이 다른 이에게는 인생을 바꿀 선택이 되기도 한다. 만약 나에게 중요한 문제가 닥친다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해결책이 없다면 애초에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 수학이 놀라운 해결사가 될 수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10가지 방정식'은 학창 시절 쓸모없는 과목이라 여겼던 수학이 실제로 부자 되기 위한 전략, 직장 선택의 균형점 찾기, 올바른 선택을 위한 판단 기준 등을 제공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수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데이비드 섬프터로, 이전 저서 '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과 '더 좋은 삶을 위한 수학'에서 이미 수학적 사고의 사회적 영향력을 탐구했다. 책에서 '알고리즘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통념을 부정하며, 수학적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이 얼마나 과장되었는지 논박했다.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이 알고리즘의 위협을 과대평가하는 동안, 저자는 복잡한 사회 현상을 수학으로 해석함으로써 오히려 인간이 더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음을 증명했던 것이다. 이번 책도 수학으로 세상을 조금 더 명확하게 보려는 저자의 노력이 보이는 책이다.
책의 핵심은 10가지 방정식을 통해 세상을 수학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체계화한 것이다. 이 방정식들은 베팅, 판단, 신뢰, 기술, 인플루언서, 시장, 광고, 보상, 학습, 보편이라는 주제로 나뉘어 설명된다. 예를 들어, ‘베팅 방정식’은 투자 결정 시 리스크와 수익을 계산하는 방법을, ‘판단 방정식’은 편향된 정보 속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특히 ‘보상 방정식’은 개미 군집의 행동에서 영감을 얻어 티핑포인트를 찾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이는 개인의 커리어 개발이나 자산 관리에도 적용될 수 있다. 가령 주식 투자자가 과거의 손실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의 데이터에 집중해 최적의 매수, 매도 시점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복잡한 변수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문제를 관찰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단순화하는 과정이 수학적 사고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사회적 흐름을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재정의할 수 있다.
왜 우리는 수학적 인식을 훈련해야 할까? 단순히 계산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통계적 판단을 통해 사회의 작동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시장 방정식’은 주식 투자를 하는데 우리가 느끼는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기술한다. 이는 수학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학습 방정식’은 신경망의 학습 방법을 통해 데이터가 많을 수록 예측의 질이 더욱 향상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수학은 단순히 공식을 외우는 학문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구조화하고 최적화하는 언어로 기능한다. 저자는 복잡한 세상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데이터를 모으고 관찰하면 불확실성은 줄어든다'고 말하며,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수학적 사고의 진정한 가치는 자신감 있는 삶을 이끌어간다는 점에 있다. ‘보상 방정식’에서 강조된 티핑포인트 개념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티핑포인트란 탐색과 활용의 최적 지점으로, 이를 넘어서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승진을 위해 무리하게 야근을 하다 건강을 해치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이는 티핑포인트를 지나친 결과다. 반면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사람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의 데이터를 신뢰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다면 더 이상의 집착은 불필요하다'는 메시지로, 현대인이 겪는 ‘더 많이, 더 빨리’라는 압박에서 벗어나게 한다. 이는 경제적 성공뿐 아니라 정신적 안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이 모든 독자에게 쉽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 방정식의 설명은 수학적 배경이 부족한 이에게 다소 압축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번역체의 어색함이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학은 천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책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일상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마다 ‘어떤 방정식이 적용될까?’를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교양서를 넘어 실용적인 삶의 지침서로 의미를 가진다. 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현대인에게, 수학은 오히려 그 두려움을 해체하고 자신만의 논리로 세상을 해석하는 힘을 준다. 결국 이 책은 수학이 어떻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