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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 끊기 - 반복된 문제를 부수는 최소한의 행동 설계법
빌 오한론 지음, 김보미 옮김 / 터닝페이지 / 2026년 1월
평점 :
살다 보면 누구나 비슷한 문제로 넘어지고,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괴로워할 때가 있다. 빌 오한론의 '관성 끊기'는 바로 그런 '반복의 굴레'에 갇힌 어른들을 위한 명쾌한 처방전이다. 20년 전 '하나만 다르게 행동하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오프라 윈프리 쇼 등에서 격찬받았던 이 책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 행동의 핵심 원리를 꿰뚫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과거 분석'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기 위해 과거의 상처나 트라우마, 혹은 자신의 성격을 분석하느라 에너지를 다 쓴다. 하지만 저자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원인을 분석하는 것은 문제에 대한 '해석'을 줄 뿐, '해결'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을 과거의 희생자로 규정하게 만들 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 지향적 접근법'은 원인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지금 당장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책에서 강조하는 '패턴 깨기'는 무척 흥미롭다. 영어를 못하는 현지인에게 더 크고 요란한 영어로 길을 묻는 미국인 여행자처럼, 우리도 효과 없는 방법을 더 열심히 반복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저자는 어리석게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며 다른 결과를 기대하지 말고,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라도 '다르게' 해보라고 조언한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예외적인 순간을 기억해 내고, 그때의 행동을 의도적으로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일상에서 흔히 겪을 만한 풍부한 사례들이 수록되어 있어 내용이 매우 쉽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상담사이자 가족 치료 전문가인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불만을 말할 때 감정을 배제하고 명확한 '행동' 위주로 요구하라는 기술은 당장 오늘부터라도 실천해 보고 싶은 대목이었다. 상대를 분석하려 들지 말고 나의 반응 패턴을 먼저 바꾸라는 제안은 관계의 주도권을 다시 나에게 가져오게 한다.
또한, 과거와 감정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되, 그것이 나의 미래를 결정짓게 두지 말라는 메시지는 큰 위안이 된다. '과거는 나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나의 행동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는 선언은 무기력에 빠진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준다.
이 책은 단순히 이론을 나열한 심리학 책이 아니다. 엉망인 채로 제자리걸음 중인 인생의 관성을 끊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설계법'이다. 수많은 일상의 문제에 치여 사는 성인들에게, 그리고 매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자책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해결의 열쇠는 분석적인 머리가 아니라, 작게나마 다르게 움직이는 '손과 발'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