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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당하는 인간 - 삶을 무너뜨리는 반복에는 이유가 있다
김석재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P / 2025년 7월
평점 :
우리는 늘 새로운 결심을 하지만 결국 후회로 끝나는 경험을 반복한다. 이는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즉각적인 보상을 우선시하는 본능적 작동 방식 때문이다. '조종당하는 인간'은 이러한 반복의 원인을 철학에서 시작해 뇌과학으로 풀어내며, 습관과 충동이 단순한 의지 문제가 아님을 강조한다. 저자는 뇌가 보내는 신호가 문제의 핵심이므로 이를 이해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특히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말이 왜 실패하는지, “왜 고치고 싶은 습관이 반복되는지”를 뇌 회로의 물리적 구조와 연결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흡연이나 과소비 같은 반복적 행동은 뇌의 보상 시스템과 연결된 습관 회로가 강화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마치 자전거 타기처럼 처음에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점차 무의식적 행동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뇌가 스스로를 조작하는 과정”이라 부르며, 습관 교정을 위해서는 뇌 회로를 재구성하는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철학자들의 통찰을 현대적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며, 습관과 충동의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한번의 제비가 봄을 만들지 않듯이 한번의 좋은 행동이 우리를 덕 있는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다”며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스피노자는 “감정을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차분히 분석하라”고 조언했다. 쇼펜하우어는 음악이나 예술에 몰입하면 욕망의 굴레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고 보았으며, 니체는 “충동을 적이 아닌 창조적 파트너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상들을 통해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관찰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치킨 먹고 싶다”는 충동이 들면, 니체처럼 그 에너지를 요리 창작으로 돌리거나, 스피노자처럼 감정을 차분히 분석해보는 것이다. 이는 감정을 단순히 통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요소로 바라보게 만든다.
저자는 뇌의 감정 조절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구체적 방법을 소개한다. 분노나 불안이 밀려올 때 가장 먼저 변하는 것은 호흡이라는 점에서, 박스 호흡법(4초 들이마시고 4초 멈추고 4초 내쉬는 방식)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또한 감정 일기는 뇌의 과부하를 줄이고 감정을 ‘저장’하지 않고 ‘배출’하게 돕는 도구로, 자신의 패턴을 객관화해 반복을 막는다. 메타인지 역시 현재의 자기 상태를 관찰해 충동을 미리 차단하는 기술이다. 저자는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실제로 자기 통제력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언급하며, 긍정적인 자기 암시가 뇌의 작동 방식을 바꾼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이론적 설명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적용 가능한 전략을 제시하는 점이 이 책의 실용적 장점이다.
책은 습관을 바꾸려면 의지보다 환경을 바꾸는 노력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담배를 끊으려면 재떨이를 화분으로 바꾸고, 술을 마시던 시간을 산책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결심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유혹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또한 리듬의 중요성도 언급되는데, 하루를 조금 다르게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회복은 자신을 질책하는 대신 관찰하고 설계하며 반복하는 과정”이라며, 작은 루틴의 지속성이 큰 성과를 이끈다고 말한다. 특히 “5분쯤이야”라는 생각이 뇌가 좋아하는 말이라는 점을 경고하며, 작은 습관이라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진로 탐색에 관한 부분에서는 아이의 ‘좋아하는 마음’을 존중할 때 진정한 열정이 자란다는 점을 강조한다. 외부의 압력이나 사회적 기준보다 내적 동기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끈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목표 설정 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제안하는 메시지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의 성적에만 집중하기보다 아이가 진정으로 즐기는 활동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이를 통해 “자기 비난의 꼬리를 끊으려면 행동을 정체성의 문제가 아닌 전략의 문제로 보라”는 조언을 덧붙인다. 즉, “난 안 돼”가 아니라 “이번 방법은 안 맞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유연한 접근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종당하는 인간'은 습관과 충동의 문제를 뇌과학적 분석과 철학적 통찰로 풀어내며, 이론과 실천을 균형 있게 결합했다. 철학자들의 재치 있는 해석은 지루함을 덜어주고, 호흡법이나 환경 설계 같은 실용적 조언은 즉시 적용 가능하다. 특히 의지 부족을 탓하던 독자에게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시켜주며 뇌 기능의 먼저 이해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다. 다만 철학과 뇌과학의 융합은 초반에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일상적 예시와 철학적 인용이 이를 보완한다. 결국 이 책은 “인간은 자기 의지만으로 충동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뇌를 조절하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을 더 너그럽게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충동으로 끝나서 후회하는 분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