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열심입니다 - 취미가 취미인 취미 수집가의 집념의 취미생활
조기준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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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열심입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조기준

작가, 에디터, 인디밴드 ‘체리립스’ 리더 겸 베이시스트, 칼럼니스트, 방송 패널, 강연가, 인플루언서. (많기도 하다.)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살면서, 그에 대한 책임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멀티 플레이어이자 도시형 노마드. 쓸데없이 열심이지만 어느 날 문득 ‘하기 싫어 죽겠어’를 동네방네 떠나가라 쉴 새 없이 외친다. ‘나답게 신나게 살래요’가 좌우명이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확실히 구분할 줄 아는 두 번째 스무 살(더하기 몇 살 더).

스물에는 뮤지컬 배우를 꿈꿨고, 서른에는 에디터가 되었으며, 마흔에는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며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남들 하는 것은 하지 않고, 남들 하지 않는 것만 골라서 한다. 취업, 결혼, 육아, 내 집 마련처럼 나이마다 풀어야 할 숙제가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으로 살다보니 삶에 정답이 존재하는지를 항상 고민하게 된다. 옆 사람의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때로는 고전을 읽으며 그 답을 찾아나가는 중이다.

쇼팽과 차이콥스키, 이적과 브라운아이드소울을 즐겨듣고, 윤동주와 톰 포드, 잭 케루악을 좋아한다. 드라마 <소울메이트>와 영화 <쉘부르의 우산>을 그리워한다. 《밤 열두 시, 나의 도시》,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를 썼으며 <눕다>, <동경방랑자>라는 곡을 작사, 작곡했다.

첫 책 《밤 열두 시, 나의 도시》에서는 마흔이라는 나이를 앞두고 맞이하게 되는 감정과 일상 속 변화에 대해 털어놓았으며, 두 번째 책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에서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살아갈 때 깨닫게 되는 소박한 행복을 전한다. 밴드 ‘체리립스’의 멤버로 활동하며 싱글 앨범 <눕다>를 발표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의 빈자리를 노래하기도 했다. 마흔은 두 번째 스물일 뿐이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여섯 고양이를 인생의 동반자 삼아 함께 빈둥거린다.

인스타그램 @jeremy.cho
브런치 brunch.co.kr/@chojeremy


[예스24 제공]







취미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한참을 고민한 적이 있다.


뭔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내가 이걸 잘하는지 구지 연관지어 생각한다.


왜 가볍게 즐기는 것만으로도 좋은 취미를

골똘히 생각하며 내 이력에 중요시 남길 자료처럼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신중하게 말을 꺼냈던 건지.


그 물음에 취미를 답하는 게 어려운 과젯거리가 된 것 마냥

내뱉고도 확신하지 못한다.


난 왜 쓸데없이 고민하고 애쓰는 걸까.


고작 가벼운 질문 하나 받아들고서도 말이다.


취미 수집가인 그의 모습을 보면서

한껏 즐기고 한껏 가벼운 기분을 느낀다.


아...  바로 이런 기분인데 잊고 있었다.


오늘도 한 글자 한 글자 때로는 정성스레, 가끔은 무심하게 써내려 간다.

편집자의 과도한 편집증을 조금만 옆으로 치워놓고서 쓰면,

오탈자 좀 보이면 어때, 비문 좀 나오면 어때, 하는 털털한 문장들이 소복이 싸힝기 시작한다.

이 문장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지 않아도 상관없다.

몇 글자, 몇 줄, 몇 문단 싸아나가다 보니 글자들이 함께 춤을 추자고 수줍은 나를 끌어내려 하는 것만 같다./p62


글쓰기..


나에겐 설레는 취미 생활이다.


뭔가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야겠다란 부담감에서 벗어나

그냥 소소한 끄적거림이 글이 되어

누군가에게 잘 보일 필요 없이 그냥 쓰고 싶은 걸 쓰는 자유로움이

한껏 나를 들뜨게 하고

마치 내가 생동감있게 살아있는 것 같은 쉼을 느낀다.


꽤 멋스러운 곳에서 집필할 장소와

성능 좋은 노트북이 아니더라도

난 부엌 식탁 한 쪽에 앉아

아이들과 남편을 아침 먹여 보내고

보리차 한잔 구수하게 우려 홀짝 마시며 쓰는

자판의 글들이 두서없이 나열되는 것에도 행복하다.


그냥 쓸 뿐이다.

 그냥 그것 뿐이다.


의미를 부여하기엔 너무 이르다.


더 다듬어지고 완벽한 글쓰기엔

명함도 못 내밀 형편없는 졸작이겠지만

이 하루를 타이핑하는 재미가 난 제법 쏠쏠하기에 계속 내 취미 생활로 가져갈 생각이다.


가끔은 책을 읽다가 책상 위에 기대어 눈을 감아보아도 좋다.

뭐 어떤가. 책을 읽을 때 반드시 엄청 집중해서 한 글자라도 놓칠까 봐 도끼눈을 떠가며 바라보지 않아도 좋다.

이곳은 수업을 위한 교실이 아니지 않은가.

학점이나 취업, 또는 승진을 위해 아등바등하는 세렝게티와 같은 치열함의 독서실도 아니다.

여유가 피어나고, 안락함이 느껴지며, 차분함이 다가온다.

도서관은 그런 곳이다./p207


어른이 되서 이 책읽기가 더 재미있다.


학업에 치여 살때는 책을 보며 속 답답함을 뻥 뚫게 만드는

탄산 음료 한잔을 마시는 청량감과 쾌감이

활자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 찰나를 간간히 맛보면서 현실의 긴장감 속에서 살다가

이젠 학점도 취업도 승진도 어떤 결과물을 얻기 위한 도구로서가 아니라

여유가 넘치고 고요함이 묻어 있는

도서관이란 공간 속에서 묻혀

책에 스며드는 시간들이 행복하다.


그렇다보니 책이 주는 매력이 어른이 되어서는 배가 된다.


날 다그칠 사람도 눈치볼 이들도 없기에

이 자유로움을 도서관 산책을 시작으로

지금은 나만의 힐링 공간처럼 함께 한다.


아이들이 소곤거리는 소음도

도서관에서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 자리에 흡수되어 아늑함 속에 파묻혀 있다보면

그냥 아이들도 나도 이 분위기에 젖어들게 된다.


자발적인 충근 도장을 찍으면

집 앞에 작은 도서관에 가벼운 에코백 하나 어깨에 메고

마실 차 한 잔 텀블러에 우려서 넣으면

이보다 더 든든한게 없다.


추운 겨울 훈훈한 난방이 틀어진 도서관 어느 한 구석에

오늘도 나를 위한 최적의 독서 장소를 찾아

책 한권 들고 앉아

따스함에 꾸벅 졸다가도 깨어 책장을 넘기기도 하면서

나의 오전 오후를 보내본다.


좋아하는 것으로 내 삶을 채우는 것보다 행복한 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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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어른이 되는 법은 잘 모르지만 - 처음이라서 서툰 보통 어른에게 건네는 마음 다독임
윤정은 지음, 오하이오 그림 / 애플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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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괜찮은 어른이 되는 법은 잘 모르지만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윤정은

책 읽기와 글쓰기가 주는 위로에 기대어 살고 있다. 할 줄 아는 게 읽기와 쓰기밖에 없어 가끔 초라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글쓰기를 업으로 할 수 있어 행복하다. 타인과 눈을 마주 보며 대화하는, 그 순간의 온기를 좋아한다. 글쓰기는 마치 나와의 따스한 대화 같다고 여긴다. 때론 종이에 적힌 활자를 보며 기쁘고 슬프고 안쓰럽고 초라하기도 한 모습에 내 마음을 읽으며 이야기 나눈다. 그런 지금이 소중하다.

산책하며 흩어지는 생각을 글로 옮겨 적는 걸 좋아한다. 걸으며 종종 딴생각을 해 자주 넘어지긴 하지만, 자연스레 착지법을 익히기도 한다. ‘익힌 착지법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다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며 감탄하는 사람이다. 오래도록 읽고 쓰고 사랑하는 이들 곁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히 나이 들어가길 바란다.

[밀리의 서재] 리딩북에서 에세이 분야를, 오디오클립 [윤정은 작가의 독서위로]를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하이힐 신고 독서하기』 『일탈, 제주 자유』 『같이 걸을까』 『세상의 모든 위로』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 등 10여 권이 있다. 2012년 ‘삶의 향기 동서 문학상’ 소설부문을 수상했다.


[예스24 제공]




어릴 땐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다.


어른들의 세계가 부러웠고

제약이 많았던 나에게 강한 힘을 느낄 수 있던

넓고 커보이는 그 세계 속에 빨리 뛰어들고 싶었다.


막상 어른이 되서는 유쾌함과 불쾌함 속에서

균형 맞추며 살아가기가 참 힘겹다.


무거운 책임감과 나에게 주어진 짐이

꽤나 무겁기에 이전보다 가벼운 자유로움이

비대해진 몸집만큼이나 움직이기가 힘들다.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애써 고민하고 걱정에 쌓여

마냥 웃고 즐기는 일이 전보다 줄었다.


점점 미소를 잃어가는 내 모습을 볼때면

이건 아니란 생각에 현실을 도피하고 싶을 때도 많다.


보통의 어른으로 살기 위해 지금도 부던히 애를 쓴다.


적어도 최소한 나에게 필요로 하는 것들을 찾아

나에게 안겨주는 일부터 나를 챙기며 살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안다.

어느 날 이 축복이 버거워 벗어나려 몸부림치며 원망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렇지만 역시 안다.

벗어나려 몸부림쳐도 결국 돌아와 쓰며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쓰는 삶이 나를 숨 쉬게 한다는 것을./p69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호기심이 많다.


뭔가 배우는 것이 재미있어 이것저것 찾아서

배워보고자 원데이 클래스에서 평생 학습관을 다니며

자격증도 따보고 이것저것 내 취미를 바꿔가며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수집하며 관찰한다.


그런데 막상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 하고 싶고

뭔가 큰 결과물이 있길 바라지만

그것이 이룰 성과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도 커서

참 재미있게 시작했다가도 막상 일처럼 느껴져

고단함이 느껴질 때도 있다.


때론 권태로움도 느끼며 한동안 손을 떼다가도

다시 돌아간다.


내가 나를 잘 알기에

좋아하는 것을 거부하려 해도 내 삶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어색하지도 불편하지도 않기에 다시 기꺼이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산다.


어리석게도 그렇게 헤어나려해도 벗어날 수 없는

취미 이상의 일들을 우린 찾아헤메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으로 돌아올 수 없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

더이상의 불필요한 소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한 끼, 두 끼, 세 끼....

나에게 정성을 들여 대접하는 끼니가 늘어날수록 얼굴빛도 맑아졌다.

내가 나를 귀하게 대해야 남들도 나를 귀하게 대할 테니

몸에 정성을 기울이는 일을 귀찮게 생각하지 않아야겠다.

이 몸을 데리고 앞으로 살날을 생각하면서,

건강해야 좋아하는 글쓰기도 오래 할 수 있고,

사랑하는 이들 곁에 오래 머물 수 있을 테니./p88-89


얼마전 다시 메니에르가 재발하고 말았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내 몸과 마음을 돌보지 않았는지

잠시 멈춤 버튼이 작동되고 말았다.


어지러움이 시작되면 온 몸이 마비가 되는 것처럼

빙빙 돌아가는 머리를 세게 부딪혀서라도 회전을 멈추고 싶다.


저염식과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름의 비상약을 받아서 돌아오면

재발의 위험도 알면서 무뎌진 내 몸에

너무 인색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먹고 싶은 것들 마구 먹고

내 몸 관리에 소홀하면서 소화도 몸에 부종도

방관하면서 꾸역꾸역 뭔가 밀어넣고 있었던 미련함이 우습다.


제철 과일과 채소들을 사들고

저녁엔 맑게 끓인 된장국에 속을 편안히 달래본다.


자극적인 맛이 순간의 쾌감을 만족시켜주지만

이후에 나에게 책임수 없는 실책들을 이젠 그만하고 싶다.


아이들에겐 균형있는 영양식을 강조하면서

찾아 먹이려 애쓰면서도

혼자 있는 낮 시간엔 그렇게 꿀맛 같은 라면이 땡길 때가 많아

몸에 미안함을 범할 때가 참 많았다.


그렇게 소용돌이가 몰아치면

그제서야 몸의 신호를 감지한다.


어리석은 나이지만 그런 나를 끌어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후회없는 내일을 꿈꾸지만

후회할 오늘의 일 속에서 반성과 깨달음 속에

날 달래면서 오늘도 괜찮은 나였다고 다독거리며 살아간다.


여전히 괜찮은 어른이 되는 법은 잘 모른다.


그러나 오늘도 수고하며 살아가는 나를 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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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심이, 널 안아줄게 - 고민이 많은 세상 모든 영심이에게 하는 말
이지니 글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영심이, 널 안아줄게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이지니

유쾌하지만 진지하며 여린 감성이지만 명확하다. 지금껏 서른다섯 가지의 일로 실패라 불리는 수많은 실수를 경험했다. 오뚝이 정신이 무기인 그녀는 위로와 도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가려 이 책을 썼다. 시간을 먹을수록 따스하고, 넉넉한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쓴 책으로는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 『영화 속 심쿵 중국어』, 『간체자랑 번체자랑 중국어 명언집』등이 있다.


[예스24 제공]







고민이 많은 세상 모든 영심이에게 하는 말



추억의 만화라 하면 단연코 떠오르는 영심이..


당시 나의 10대 시절

사춘기 소녀의 고민거리와 우리네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었던

추억 팔이를 이렇게 나이들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서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더없이 행복하다.


기억의 저편 속에 잠시 잊고 있던

지난 날 내가 설레여했던 그 마음을

조금씩 꺼내보는 시간을 큰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어서

뭔가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 좋았다.


영심이라면 지금 사춘기 큰 아이와

소소한 고민거리들을 이야깃거리 삼아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거란 기대감이 있기에

이 책을 아이와 돌려 읽으며 내 이야기로 풀어 대화할 수 있는

화제가 많아서 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당신은 덜 먹고, 덜 즐겨도

내 자식만큼은 잘해주고 싶은 마음,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은 은혜를

다음 생이 있다고 해도 갚을 수 없겠지.


좋은 음식, 좋은 옷으로 효도할 수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야./p92


친정엄마가 갑자기 수술이 잡히게 되어

집에 할머니와 남동생과 지냈던 일주일간

아버지는 병원으로 출퇴근하시고

동생과 나는 할머니 눈치를 살피며

엄마가 보고 싶어 울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밤이 되면 더 서글펐던 감정이 차고 올라

이불을 눌러쓰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평소에는 잘 모른다.


부모님의 사랑이..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는 걸

새삼 떨어져 있는 그 잠시동안

쓰나미처럼 모든 그리움과 애정이 마구 가슴을 파고든다.


 그저 엄마가 돌아올 때를 기다리고만 있던

내 마음도 참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래도 손자 손녀 밥 때를 잊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주신 할머니를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리고 힘드셨을까.


당신의 딸이 큰 수술을 앞두고서 있는데

손주들  밥을 차려주면서도 밥 한술 제대로 뜰 수 없었던 할머니의 마음을

이젠 알것만 같다.


지나고보면 문득 깨닫게 된다.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것도

그 때를 놓치고 후회하는 이들이 많다.


나 역시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안부 전화도 잘 드리지 못하는 무심함과

무뚝뚝하게 애정 표현에 전무한 이 뻣뻣함을

벗어던지고 손이라도 따뜻하게 잡고 눈을 맞추며

사랑한다고 그 한마디 꼭 해드리고 싶다.


이 땅에 태어난 자체가 기적인데

우린 그 수많은 '기적' 중 하나인데

착하고 따스한 기대를 품으며 살자.

미래가 궁금할수록 현실에 집중하자./p164


영심이의 미래 남편이 누가 될지

점치는 거울을 숨죽여 기대해보게 되지만

사실 경태만한 해바라기도 없기에

예상은 했으나 빗나가지 않았다.


이를 알고 절규하며 미래의 왕자님이 경태라는 걸

부인하고픈 영심이의 참담한 심정이

마냥 웃기기만 했는데

지금은 그리 유쾌하게 웃을 순 없는 어른이 되었다.


우린 많은 걸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한다.


더욱이 나의 먼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산다.


가끔은 그 미래를 꺼내보고픈 마음이 든다.


그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를 미리 안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다.


적어도 지금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겠지만

결과에 따라 공허함과 허망함을 느낄 수도 있다면

이런 에너지 낭비조차 지금의 시간에 더 집중하는 것이 답일 것이다.


그렇게 지금을 살아가고

앞으로를 살아가야 하는 나에게

지금은 '기적'같은 하루란 걸 잊지 말고 기억하고 싶다.


이젠 이 만화가 아이들에겐 제법 촌스럽게 느껴질지 몰라도

화려한 영상미를 사로잡진 못해도

나에겐 고민스러운 지난 시간을

영심이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 속에

나를 묻어보며 친구처럼 여겼던 정겨운 추억의 시간이었다.


그림과 글로 만난 영심이가 더 애틋해지는 마음에

오래도록 기억 속에 머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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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권미선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밤 정엽입니다], [오후의 발견 스윗소로우입니다], [굿모닝FM 오상진입니다], [새벽이 아름다운 이유 손정은입니다], [보고 싶은 밤 구은영입니다], [Hi-Five 허일후입니다], [차 한 잔의 선율], [행복한 미소] 등에서 글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과 막스 리히터의 음악을 좋아한다. 라디오 작가로 일했으며 지은 책으로 《아주, 조금 울었다》(2017)가 있다.

[예스24 제공]





 



해가 짧아지면서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요즘

가을이 더 깊이 깊이 와있다.


계절만큼이나 내 감성도 이 책의 고요한 분위기 속에 함께 녹아든다.


아이들이 잠든 밤 조용히 거실로 나와

혼자서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본다.


아주 잘 씹어 넘기면 느낄 수 있는 단 밥처럼

그 풍미를 제대로 느끼고자 급하지 않고 천천히 읽는다.



어느 날은 좋고 어느 날은 나쁘다.

어느 날은 엉망이고 어느 날은 참을 만하다.

어느 날은 웃고 어느 날은 운다.

어느 날은 별로고 어느 날은 괜찮다.


그냥 그렇게 산다./p31



그런게 삶이다.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는 법.


단짠을 다 느껴볼 수 있는게 우리의 삶이 아니던가.


비율의 정도는 다를 법도 하지만

마냥 기쁘지도 마냥 슬프지도 않은 인생 길이기에

나만 그런게 아니란 것이 웬지 모를 위안이 된다.


별일 없던 오늘이었지만,

내일은 나를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

가끔 먹구름 끼는 날을 견뎌본다.


다시 해가 뜨는 날이 오니깐.



나는 아무리 애써도 되지 않는 일에 애를 쓰고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어둠을 걷고 있던 나는 어둠이 되었다.


너무 애쓰지 말아. 너무 노력하지 말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아.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오래 자고 일어나렴.

그럼, 봄이 네 곁에 와 있을지 몰라./p39-40



너무 애쓰지 말라는 말을 누군가가 말해주기 기다리기보다

스스로에게 말을 해주자.


뭔가 해야만 되고 변화의 흐름 속에

끊임없이 자기 계발에 열을 올리는 반열에

내가 오르지 못하면 낙오자가 될 것 같아

오늘도 열심으로 애를 쓰며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풀어지지 않는 승모근을 손으로 만져보니

어제 보다 더 단단하다.


무엇이 나를 긴장하며 살게 만들까.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음에도

혼자서 외부의 스트레스를 애써 가져와

나에게 던져주는 것 같아 짜증도 난다.


느긋하게 별 것 없는 오늘을 즐기며 살아도 좋다.


점심을 먹으면 그렇게도 졸린 요즘,

잠시나마 눈을 부치며 나른한 오후를

달콤한 낮잠으로 보내도 누가 뭐라하지 않는다.


그만 좀 날 괴롭히자.


결국 내가 날 못살게 구는 것처럼.


카페에 온갖 화려한 신메뉴들과 먹어보지 못한

다양한 메뉴를 보면서도 막상 고르는 건 늘 먹던 맛을 찾는다.


손님들을 더 끌기 위한 신메뉴를 개발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정성에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주저없이 늘 먹던 그걸 또 주문하는 나란 존재도 참...


변수 없이 모험도 없고 밋밋하고 심심해 보이는 선택이지만

한 모금 입에 넣는 순간 오늘의 주문도 탁월했도라 생각이 든다.


애써 변할 필요도 애써 일탈하지 않아도

늘 그 자리에 있는 나라도 좋다.


그게 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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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에 은퇴하다 - 그만두기도 시작하기도 좋은 나이,
김선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40세에 은퇴하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김선우
‘남들’ 하는 건 어떻게든 흉내라도 내고, ‘남들’ 안 하는 건 일말의 의문도 없이 절대로 안 하는 무난한 삶을 살았다. ‘남들’처럼 살면 그게 좋은 인생일 거라는 막연하지만 강력한 믿음 때문에 학업 입시 스트레스, 취업 난관, 직장 생활의 부침이나 신혼의 막장 싸움조차 ‘남들’도 다 하겠거니 은밀히 안심하면서 견뎠다. 그러다가 40세가 되던 해에 갑자기 아무 계획도 없이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웠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자신감이 와장창 깨지는 데 겨우 몇 달… 40세 백수 가장으로 사는 법도 ‘남들’ 보고 따라 하면 ‘남들’보다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나 보다. 낯 뜨거운 계획을 수정하는 데 수년… 이젠 진짜 평범하게 ‘남들’처럼 웃고, 사랑하고, 하루하루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노력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인문 지리학을 전공했고 미국 시애틀 소재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12년 동안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미국에 살면서 네이버 비즈니스판 인터비즈에 ‘미국 농부 김선우의 세상엿보기’를 연재하고, IT 전문 매체 아웃스탠딩에 미국 IT 기업 관련 글을 쓰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코리아를 번역한다. 기자로 일할 때는 내 기사를 읽을 때마다 창피했는데, 지금은 내가 쓴 글을 읽으며 감동하곤 한다. 일주일에 두어 번 동네 수영장에서 수상 안전 요원으로 일한다. 직원 혜택으로 무료 수영을 하면서 라커 룸 청소를 잘한다는 고객 칭찬을 지구를 지키는 일을 하는 것처럼 자랑스러워한다. 저서로는 『싸우지 않는 부부가 위험하다』(공저)가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커가는 아이들과 바깥 일로 분주한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보낸

평범한 주부인 내 일상이 특별히 빛날게 없어 보일 때가 많아

가끔은 공허함이 사뭇치도록 마음이 텅빈 기분이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는데

내 시간은 멈춰있는 걸 자주 느낀다.


지금 이 정체된 듯한 패턴을 벗어나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하는 건지 사실 많은 고민들을 했었다.


하고 싶었던 공부를 시작할까.

새로운 취미 생활을 더 해볼까.

취업을 할까.


남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것에 내 모습을 대비해보면

난 변화에 뒤쳐져 있고

열정적으로 살아가지도 않으며

뭔가 뜨거움 없는 다 식어버린 커피처럼 미지근한 온도 속에서

그저 그런 하루를 보내는 것만 같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더 위협한다.


이대로 괜찮은지...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해야 한다는 시선은 그리 달갑지 않다.


그 틀 속에 살다보면 숨막히고 힘들어

내가 튕겨져 나올 것이 불보듯 뻔해보인다.


딱히 하고 싶은게 없어도 괜찮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마음 맞는 사람을 찾아 헤매일 바에

그냥 맘 편히 살고 싶다.


조금 부족하고 조금 모자라도 말이다.


마흔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지루하고 무료할 수 있을 법도 하지만

억지스럽게 날 어딘가에 소속되어 숨막히게 살 바에

그냥 나이 들어가는 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천천히 살고 싶다.


뭔가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었지만 그 뭔가는 실체가 없었다.

남들이 앞만 보고 달리니까 따라서 달렸던 거다.

어른들이 좋다고 하니까 생각해보지도 않고 그냥 따랐던 거다.


행복은 고생 끝에 오는 게 아니라 이미 현재에 와 있었다./p73



심심한 일상을 견딜 수가 없다.


별일 없는 이 하루가 너무 특별할 것 없어 더 지루하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도 말하지 못한다.


여백을 보면 뭔가 채워넣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에

일상의 여유로움이 달갑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이 아이러니함이라니..


내 생존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라면

지금의 한가로움을 좀 더 편하게 받아들여도 괜찮다.


억지스러운 삶은 언젠가 탈이 나고야 마니까.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고자 하는 건 뭔가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최대한 누리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회사에서 더 많은 권한을 갖고,

더 좋은 집에서 더 좋은 차를 타고, 더 좋은 곳으로 해외여행을 가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걸 해주고....

반면 뭔가를 하지 않을 자유를 내려놓고,

욕심을 버리고, 자족하는 삶의 기본이다.

역설적이게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게 많다./p295


선택의 몫은 나에게 있다.


얻을 게 많다면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사회적인 명성과 부가 주는 달콤함 것들이 참 많다.


그 달콤함에 녹아 있는 피로감이 싫다.


난 좀 더 뒤로 물러서서 앞다퉈 달려가지 않지만

천천히 갈 길을 걸어가며 계절의 멋드러진 변화를 느끼며

하루의 소소함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싶다.


마흔이 되어도 쉰이 되어도

딱히 변한게 없어도 그런 날 다독거리며 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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