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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권미선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밤 정엽입니다], [오후의 발견 스윗소로우입니다], [굿모닝FM 오상진입니다], [새벽이 아름다운 이유 손정은입니다], [보고 싶은 밤 구은영입니다], [Hi-Five 허일후입니다], [차 한 잔의 선율], [행복한 미소] 등에서 글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과 막스 리히터의 음악을 좋아한다. 라디오 작가로 일했으며 지은 책으로 《아주, 조금 울었다》(2017)가 있다.
[예스24 제공]


해가 짧아지면서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요즘
가을이 더 깊이 깊이 와있다.
계절만큼이나 내 감성도 이 책의 고요한 분위기 속에 함께 녹아든다.
아이들이 잠든 밤 조용히 거실로 나와
혼자서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본다.
아주 잘 씹어 넘기면 느낄 수 있는 단 밥처럼
그 풍미를 제대로 느끼고자 급하지 않고 천천히 읽는다.
어느 날은 좋고 어느 날은 나쁘다.
어느 날은 엉망이고 어느 날은 참을 만하다.
어느 날은 웃고 어느 날은 운다.
어느 날은 별로고 어느 날은 괜찮다.
그냥 그렇게 산다./p31
그런게 삶이다.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는 법.
단짠을 다 느껴볼 수 있는게 우리의 삶이 아니던가.
비율의 정도는 다를 법도 하지만
마냥 기쁘지도 마냥 슬프지도 않은 인생 길이기에
나만 그런게 아니란 것이 웬지 모를 위안이 된다.
별일 없던 오늘이었지만,
내일은 나를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
가끔 먹구름 끼는 날을 견뎌본다.
다시 해가 뜨는 날이 오니깐.
나는 아무리 애써도 되지 않는 일에 애를 쓰고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어둠을 걷고 있던 나는 어둠이 되었다.
너무 애쓰지 말아. 너무 노력하지 말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아.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오래 자고 일어나렴.
그럼, 봄이 네 곁에 와 있을지 몰라./p39-40
너무 애쓰지 말라는 말을 누군가가 말해주기 기다리기보다
스스로에게 말을 해주자.
뭔가 해야만 되고 변화의 흐름 속에
끊임없이 자기 계발에 열을 올리는 반열에
내가 오르지 못하면 낙오자가 될 것 같아
오늘도 열심으로 애를 쓰며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풀어지지 않는 승모근을 손으로 만져보니
어제 보다 더 단단하다.
무엇이 나를 긴장하며 살게 만들까.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음에도
혼자서 외부의 스트레스를 애써 가져와
나에게 던져주는 것 같아 짜증도 난다.
느긋하게 별 것 없는 오늘을 즐기며 살아도 좋다.
점심을 먹으면 그렇게도 졸린 요즘,
잠시나마 눈을 부치며 나른한 오후를
달콤한 낮잠으로 보내도 누가 뭐라하지 않는다.
그만 좀 날 괴롭히자.
결국 내가 날 못살게 구는 것처럼.
카페에 온갖 화려한 신메뉴들과 먹어보지 못한
다양한 메뉴를 보면서도 막상 고르는 건 늘 먹던 맛을 찾는다.
손님들을 더 끌기 위한 신메뉴를 개발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정성에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주저없이 늘 먹던 그걸 또 주문하는 나란 존재도 참...
변수 없이 모험도 없고 밋밋하고 심심해 보이는 선택이지만
한 모금 입에 넣는 순간 오늘의 주문도 탁월했도라 생각이 든다.
애써 변할 필요도 애써 일탈하지 않아도
늘 그 자리에 있는 나라도 좋다.
그게 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