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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어른이 되는 법은 잘 모르지만 - 처음이라서 서툰 보통 어른에게 건네는 마음 다독임
윤정은 지음, 오하이오 그림 / 애플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괜찮은 어른이 되는 법은 잘 모르지만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윤정은
책 읽기와 글쓰기가 주는 위로에 기대어 살고 있다. 할 줄 아는 게 읽기와 쓰기밖에 없어 가끔 초라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글쓰기를 업으로 할 수 있어 행복하다. 타인과 눈을 마주 보며 대화하는, 그 순간의 온기를 좋아한다. 글쓰기는 마치 나와의 따스한 대화 같다고 여긴다. 때론 종이에 적힌 활자를 보며 기쁘고 슬프고 안쓰럽고 초라하기도 한 모습에 내 마음을 읽으며 이야기 나눈다. 그런 지금이 소중하다.
산책하며 흩어지는 생각을 글로 옮겨 적는 걸 좋아한다. 걸으며 종종 딴생각을 해 자주 넘어지긴 하지만, 자연스레 착지법을 익히기도 한다. ‘익힌 착지법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다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며 감탄하는 사람이다. 오래도록 읽고 쓰고 사랑하는 이들 곁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히 나이 들어가길 바란다.
[밀리의 서재] 리딩북에서 에세이 분야를, 오디오클립 [윤정은 작가의 독서위로]를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하이힐 신고 독서하기』 『일탈, 제주 자유』 『같이 걸을까』 『세상의 모든 위로』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 등 10여 권이 있다. 2012년 ‘삶의 향기 동서 문학상’ 소설부문을 수상했다.
[예스24 제공]


어릴 땐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다.
어른들의 세계가 부러웠고
제약이 많았던 나에게 강한 힘을 느낄 수 있던
넓고 커보이는 그 세계 속에 빨리 뛰어들고 싶었다.
막상 어른이 되서는 유쾌함과 불쾌함 속에서
균형 맞추며 살아가기가 참 힘겹다.
무거운 책임감과 나에게 주어진 짐이
꽤나 무겁기에 이전보다 가벼운 자유로움이
비대해진 몸집만큼이나 움직이기가 힘들다.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애써 고민하고 걱정에 쌓여
마냥 웃고 즐기는 일이 전보다 줄었다.
점점 미소를 잃어가는 내 모습을 볼때면
이건 아니란 생각에 현실을 도피하고 싶을 때도 많다.
보통의 어른으로 살기 위해 지금도 부던히 애를 쓴다.
적어도 최소한 나에게 필요로 하는 것들을 찾아
나에게 안겨주는 일부터 나를 챙기며 살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안다.
어느 날 이 축복이 버거워 벗어나려 몸부림치며 원망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렇지만 역시 안다.
벗어나려 몸부림쳐도 결국 돌아와 쓰며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쓰는 삶이 나를 숨 쉬게 한다는 것을./p69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호기심이 많다.
뭔가 배우는 것이 재미있어 이것저것 찾아서
배워보고자 원데이 클래스에서 평생 학습관을 다니며
자격증도 따보고 이것저것 내 취미를 바꿔가며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수집하며 관찰한다.
그런데 막상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 하고 싶고
뭔가 큰 결과물이 있길 바라지만
그것이 이룰 성과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도 커서
참 재미있게 시작했다가도 막상 일처럼 느껴져
고단함이 느껴질 때도 있다.
때론 권태로움도 느끼며 한동안 손을 떼다가도
다시 돌아간다.
내가 나를 잘 알기에
좋아하는 것을 거부하려 해도 내 삶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어색하지도 불편하지도 않기에 다시 기꺼이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산다.
어리석게도 그렇게 헤어나려해도 벗어날 수 없는
취미 이상의 일들을 우린 찾아헤메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으로 돌아올 수 없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
더이상의 불필요한 소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한 끼, 두 끼, 세 끼....
나에게 정성을 들여 대접하는 끼니가 늘어날수록 얼굴빛도 맑아졌다.
내가 나를 귀하게 대해야 남들도 나를 귀하게 대할 테니
몸에 정성을 기울이는 일을 귀찮게 생각하지 않아야겠다.
이 몸을 데리고 앞으로 살날을 생각하면서,
건강해야 좋아하는 글쓰기도 오래 할 수 있고,
사랑하는 이들 곁에 오래 머물 수 있을 테니./p88-89
얼마전 다시 메니에르가 재발하고 말았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내 몸과 마음을 돌보지 않았는지
잠시 멈춤 버튼이 작동되고 말았다.
어지러움이 시작되면 온 몸이 마비가 되는 것처럼
빙빙 돌아가는 머리를 세게 부딪혀서라도 회전을 멈추고 싶다.
저염식과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름의 비상약을 받아서 돌아오면
재발의 위험도 알면서 무뎌진 내 몸에
너무 인색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먹고 싶은 것들 마구 먹고
내 몸 관리에 소홀하면서 소화도 몸에 부종도
방관하면서 꾸역꾸역 뭔가 밀어넣고 있었던 미련함이 우습다.
제철 과일과 채소들을 사들고
저녁엔 맑게 끓인 된장국에 속을 편안히 달래본다.
자극적인 맛이 순간의 쾌감을 만족시켜주지만
이후에 나에게 책임수 없는 실책들을 이젠 그만하고 싶다.
아이들에겐 균형있는 영양식을 강조하면서
찾아 먹이려 애쓰면서도
혼자 있는 낮 시간엔 그렇게 꿀맛 같은 라면이 땡길 때가 많아
몸에 미안함을 범할 때가 참 많았다.
그렇게 소용돌이가 몰아치면
그제서야 몸의 신호를 감지한다.
어리석은 나이지만 그런 나를 끌어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후회없는 내일을 꿈꾸지만
후회할 오늘의 일 속에서 반성과 깨달음 속에
날 달래면서 오늘도 괜찮은 나였다고 다독거리며 살아간다.
여전히 괜찮은 어른이 되는 법은 잘 모른다.
그러나 오늘도 수고하며 살아가는 나를 안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