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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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SF 장르 소설의 또 한번의 경이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다 만나게 되는 변수와 소용돌이를

흥미롭게 풀어갈 이야기의 전개가 기대되는 책이었다.



"전환." 큰 소리로 그 단어를 발음해 봤다. 마치 주문을 욀 때처럼 발화를 통해야만

단어의 의미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듯이.

하지만 그 의미는 내 의식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내 잠재 의지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아야 할 것 같았지만, 내게 그런 것 따위는 없었다.

'변환'이라는 단어를 먼저 휘갈겨 적고 그다음에 분노에 찬 수정을 가한 것으로 보아.

두 단어가 내 머릿속에서 혼동될 정도로 비슷했으리라는 추정밖에 할 수 없었다.

p77

나는 탈출했다.

그것이 돌아오고 있다.

도로 나를 끌고 들어가려고 오고 있다.

도로 다른 이들이 있는 곳으로.

떠나라, 아직 그럴 수 있을

p251

미지의 구조물을 찾아 떠나는 데메테르호.

이 탐험대가 항해 중 미세한 균열을 발견하게 되는데

여러 탐사선들의 알 수 없는 죽음들이

시공간이 바뀌면서 반복되는 스토리로 흘러간다.

변해가는 시대와 구조물들.

북해의 바다를 건너는 범선에서 20세기 증기선을 거쳐 비행선과 미래의 우주선까지.

시대와 기술의 발전은 뚜렷해 보이나

불가피한 죽음의 결말은 같다.

시작은 항해로 끝은 파멸로 닿게 되는 결론말이다.

이 죽음은 과연 끝이라 볼 수 있을까.

또 다른 시작점이라고 본다면

다시 판을 짜고 쓰여지는 새 항해의 이야기 속에

뭔가 모를 단서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야기 중반부까지는 헷갈리게 만드는

복잡미묘한 세계관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서사의 구조가 빠르나 현실과 꿈을

헷갈리게 만들어 맥락을 잘 이어가지 못했었다.

결론에 다다르면서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일정하게 나아가는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고 해야하나..

중심부로 옮겨 생각하면 본질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미래를 향해가면서 여러 시대를 거쳐가면서

미세한 단서들을 발견하게 되는 주인공.

세족에서 느껴지는 전환은 뭔가를 뒤집어보는

새로운 세계로의 안내를 말하는걸까.

접점에 닿을 수록 생명체에 근접할 수 있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미스터리한 죽음의 항해가

풀어가는 수수께끼를 책 속에서 맛보고 깨달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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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와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유희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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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

마음의 고요를 넘어서 이따금 말 걸어주기를 바래기도

배웅할 누군가가 와주기를

그렇게 열고 나가고 싶은 마음의 경계를

담백하고 담담한 문장 속에 담겨 있는 책을 만났다.

저자가 운영하는 작은 서점은 시집 서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기다림의 형태로

이곳에서 조우하게 될 소박한 바램이 생긴다.




은근한 짐작과 적잖은 우려보다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대체로는 사람들의 예상만큼이나 적적한 소외 속에 있는 것이 시집이다.

어느 순간엔 놀랄 만큼 북적거리다가도, 일순 고요해지고 마는 서점에서 나는 늘 기다린다.

누군가 찾아오기를, 찾아온 그가 한 권 시집을 골라 집어내기를.

그것을 내 앞으로 가지고 와 말을 걸어주기를 바란다.

p26

시의 영역이 나에게 아직 맞닿아 있지 못해서 그런걸까.

가장 어려운 책의 분류 속에 두고 있다.

글과 글 사이의 긴 호흡과

온갖 상념들이 오가는 여유를 두고만 볼 수 없었다.

뭐라도 눈에 담고 읽어내야 하는 강박을 가진 나에게

'시'는 벗어남의 일탈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말이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시집을 함께 읽는 모임을 통해

여태껏 내가 사랑하는 형태와는 다른 책이 말을 걸어왔다.

기꺼이 문을 열어주지 못하고

여전히 기다리게 만들고 또 기다리게 만들다

이제서야 살짝 그 문을 열어두었다.

긴 기다림 속에서 만난 책이라 그런지

시의 다정함을 찾고자 손을 뻗게 되는 어른이 되어간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기다림 뒤에 건네는 말과 같이 나를 반기는 듯하다.

내가 자주 되뇌곤 하는 단어는 후숙. 천천히 익어가다.

후숙의 마침은 알맞게 익음이며 나는 내 삶 어딘가에 그러한 지점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성숙하지 못하여 자주 누군가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풋내나는 떫은맛을 느끼곤 하지만 이 또한 후숙으로 가는 과정이리라.

나는 반점 하나 없는 바나나를 다시 한 번 들여다 본다.

어째서 바나나로부터 아무런 욕망이 일지 않았는지 알 것 같다.

삶이라는 양태를 지켜보는 나만의 방법이 거기에 있었다.

p98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마음.

늘 조급함이 화를 불러 일을 그르칠 때가 많았다.

후숙해서 먹어야 제 맛인 음식들을

급한 마음에 입에 넣고서야 금새 후회하고마는 일이 어디 빈번하다.

사람 또한 익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알맞게 익어가는 삶의 형태를 가질 필요가 분명 있다.

삶의 중반부를 넘어가는 나는

어느 정도 숙성되어가는 사람일까.

천천히 느긋하게 나의 세계를 오밀조밀 만들어가는

이 시간들이 책들과 함께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긴 시간동안의 기다림에 고요한 문장에 시선을 빼앗기다

끝내는 쓰지 않고서는 않될 욕구를

책 속 곳곳에 흔적으로 남기는 기쁨.

좋아하는 것들로 그 시간들을 후숙하며

사유할 수 있는 문장들로 생각을 넓혀가는

근사한 매일 매일이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다.

기다리는 인생이 마냥 힘들지만도 않을

기쁠 일들을 찾아가는 매일이 되길.

책 속에서 또 나는 마음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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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오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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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시간을 사랑한다.

하루의 분주함을 내려놓고

깊어지는 밤의 아늑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사랑한다.

더욱이 밤독서는 나에게 특별한 시간이자 선물이다.

빼곡한 텍스트를 읽어내느라 분주했던 마음과 눈의 피로를 덜어줄

고마운 책친구가 찾아왔다.

오은 시인의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에세이를 소설 사이 사이에 읽는 편인데

시집은 아직 나에게 멀고 닿기 힘든 그 어딘가에 속한다.

이 책은 에세이와 시집을 중간에 걸쳐있어

나에겐 더없이 시집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용기를

시로 스며드는 감성과 필사의 욕구가 일으켜지는 책이기도 하다.

떠도는 생각들을 가만히 담백히 건네는 위로의 말들이

그 어느 것보다도 따뜻하고 강한 울림을 준다.

시인만의 단단한 필력일지 모르겠지만

읽고 곱씹고 천천히 써보며

문장 하나 하나 마음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기에 너무 좋은 책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나는 밤마다 속삭임을 찾아 나서기 위해 습관처럼 책을 펼친다.

책장과 책장이 스칠 때 속삭임이 들려온다.

책 속 등장인물이 하는 말이 심상치 않은 속삭임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생각해보니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속삭이는 순간이 많아진다.

빠진다는 것은 몰랐던 세계에 풍덩 뛰어드는 것이므로.

p16

꽤 오랜 시간동안 다정한 속삭임으로

나를 붙잡고 있는 책이라는 세계에 빠져있다.

천천히 다가와 깊게 스며들었던

추억할만한 책들의 책장 곳간에 한 권씩 채워지고

지금은 나의 거대한 유토피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상의 지침을 이 세상 속에서 저 곳으로의

시공간을 넘어 깃들고 흘러가는 책의 세계에서

나는 벗어나기 힘든 깊은 사랑에 빠져있다.

이같은 시간이 한밤중이라 더 속삭임으로 다가온다는 비유가

더없이 공감되고 웃음이 난다.

문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내 맘을 들킨 것 같아

반갑기도 설레기도 했던

시인의 다정한 말에 또 한번 반해본다.

낮동안 여기저기서 감정을 긁히고 돌아와

한밤중에 거울을 보며 우는 사람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흐느끼는 내 모습을,

나만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울고 있었다.

p103

견디던 마음들이 밤에는 무장해제되어 버린다.

단단했던 마음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

많은 밤들을 혼자서 울었던 눈물을 난 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없어서

소리내 마음껏 울 수 없었던

뱉을 수 없었던 무수히 많은 말들을

마음에 새기다 아파오는 깊은 상처가 긴긴밤을 채우던 날.

기억을 소환하는 깊이 있는 문장에

난 또 눈시울이 붉어진다.

흑과 흑이 만나 흑흑..

흐느끼던 나를 위로해 준 많은 밤의 날들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마음을 만지는 문장들을 조용히 쓰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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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시티 소설Q
손보미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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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억을 조절할 수 있는 세상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과학기술의 양면성과 모순을 드러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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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시티 소설Q
손보미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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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건 과학 기술뿐일까?

첨단 과학이 이 세계를 안정적으로 흘러가게 만들고

통제 가능한 질서를 만들어 나간다면

세상의 암흑은 사라지고 평화만 공존할 수 있는 걸까.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과연 그건 어떤 삶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걸까.

이 책은 인간의 기억을 조절할 수 있는 세상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과학기술의 양면성과 모순을 드러내 보인다.

기억 교정술이라는 선택적으로 기억을 삭제,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을

범죄자에게 사용함으로 세상의 질서를 잡으려 하는

좋은 취지로 보여지는 이것이 화두가 된다.

물론 고통받는 사람들, 트라우마, 외상후스트레스를장애 등

여러 중독과 우울을 겪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이점도 존재한다.

범죄 예방 차원에서 기억 기술을 사용한다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윤리를 두고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여전히 많다.

범죄자의 기억을 조절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거론하며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대쪽 의견은 단순히 기억을 없애면

너무 가벼운 형벌에 그치게 된다는 사실이다.

너무 간단한 방법으로 마음의 평화를 준다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가 분명하다.




공청회가 실패로 끝난다면, 여자 화장실을 부수고 그녀의 배를 찢은 그 남자의 기억은

온전하게 남아 있게 될 터였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남자가 그날 밤의 기억을 언제까지 간직하게 될지 그녀는 궁금했다.

그 기억이 어떤 식으로 그 남자의 머릿속에서 변질되고 오염되고 흐르고,

결국 어디서 고정될지 궁금했다.

결국 모든 기억은 변한다고, 똑같은 일을 기억하는 일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느 다르다고,

기억이 흐르는 방식이야말로 한 인간이 존재하는 특정한 방식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p193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잊어버리고 그걸 기억하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기억을

모조리 없앤다 한들, 잘못을 저지른 자신은,

그 시간 속에서 존재했던 자신은 여전히 이 세상에,

이 지구에, 이 우주에 남아 있을 것이다.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p215

"갈등이 표면에 드러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니까.

이봐요, 이건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는 게 아니에요.

이건 삶이고, 싸움이에요.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싸움이요.

우린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어요.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p230

책의 배경이 된 신도심과 구도심의 양극화 갈등도 심각하게 보인다.

5등급으로 나뉘어 가장 극빈층을 엑스 구역이라는

위험 지역에 두고서 범죄의 취약성과

그곳에서 발생된 '여자 화장실 파괴 사건'이

주된 이야기의 흐름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사건의 범인과 경찰의 취조가 이야기의 전반적 흐름이긴 하지만

기술 발전이 주는 양면성이 뚜렷하게 보여

이점과 위험 또한 존재함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예가 된다.

기술이 장악한 미래 세상에서

인간은 어떠한 입지를 가지고 목소리 낼 수 있을까.

점점 입지가 줄어가고 기술이 앞서 나갈 것을 예상해본다면

발살되어갈 존엄과 윤리,

차별과 박해가 분명 더 큰 고통으로 이어지리라 본다.

결국은 인간 혐오로 이어질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해보게 되는데

그렇게 되기 전까진 좀 더 상용화 될 기술에 대한

검증과 파장 효과를 더 신중하게 염두해야 하지 않을까.

"만약 기억을 없애는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당신은 어떤 기억을 없애고 싶나?"

괴로운 기억들을 간편하게 지울 수 있는 편리함도

마음의 가벼움도 있겠지만,

너무 가볍고 쉽게 고통과 진실을 소멸해 간다는 것이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건 왜 일까.

인간이라 느낄 수 있는 고유한 감정과 기억,

서서히 잊혀지는 망각들..

쉽게 은폐해서도 소멸해서도 안될 무수히 많은 진실을

떠안고 사는 편이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조심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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