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 시티 소설Q
손보미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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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건 과학 기술뿐일까?

첨단 과학이 이 세계를 안정적으로 흘러가게 만들고

통제 가능한 질서를 만들어 나간다면

세상의 암흑은 사라지고 평화만 공존할 수 있는 걸까.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과연 그건 어떤 삶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걸까.

이 책은 인간의 기억을 조절할 수 있는 세상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과학기술의 양면성과 모순을 드러내 보인다.

기억 교정술이라는 선택적으로 기억을 삭제,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을

범죄자에게 사용함으로 세상의 질서를 잡으려 하는

좋은 취지로 보여지는 이것이 화두가 된다.

물론 고통받는 사람들, 트라우마, 외상후스트레스를장애 등

여러 중독과 우울을 겪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이점도 존재한다.

범죄 예방 차원에서 기억 기술을 사용한다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윤리를 두고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여전히 많다.

범죄자의 기억을 조절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거론하며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대쪽 의견은 단순히 기억을 없애면

너무 가벼운 형벌에 그치게 된다는 사실이다.

너무 간단한 방법으로 마음의 평화를 준다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가 분명하다.




공청회가 실패로 끝난다면, 여자 화장실을 부수고 그녀의 배를 찢은 그 남자의 기억은

온전하게 남아 있게 될 터였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남자가 그날 밤의 기억을 언제까지 간직하게 될지 그녀는 궁금했다.

그 기억이 어떤 식으로 그 남자의 머릿속에서 변질되고 오염되고 흐르고,

결국 어디서 고정될지 궁금했다.

결국 모든 기억은 변한다고, 똑같은 일을 기억하는 일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느 다르다고,

기억이 흐르는 방식이야말로 한 인간이 존재하는 특정한 방식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p193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잊어버리고 그걸 기억하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기억을

모조리 없앤다 한들, 잘못을 저지른 자신은,

그 시간 속에서 존재했던 자신은 여전히 이 세상에,

이 지구에, 이 우주에 남아 있을 것이다.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p215

"갈등이 표면에 드러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니까.

이봐요, 이건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는 게 아니에요.

이건 삶이고, 싸움이에요.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싸움이요.

우린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어요.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p230

책의 배경이 된 신도심과 구도심의 양극화 갈등도 심각하게 보인다.

5등급으로 나뉘어 가장 극빈층을 엑스 구역이라는

위험 지역에 두고서 범죄의 취약성과

그곳에서 발생된 '여자 화장실 파괴 사건'이

주된 이야기의 흐름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사건의 범인과 경찰의 취조가 이야기의 전반적 흐름이긴 하지만

기술 발전이 주는 양면성이 뚜렷하게 보여

이점과 위험 또한 존재함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예가 된다.

기술이 장악한 미래 세상에서

인간은 어떠한 입지를 가지고 목소리 낼 수 있을까.

점점 입지가 줄어가고 기술이 앞서 나갈 것을 예상해본다면

발살되어갈 존엄과 윤리,

차별과 박해가 분명 더 큰 고통으로 이어지리라 본다.

결국은 인간 혐오로 이어질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해보게 되는데

그렇게 되기 전까진 좀 더 상용화 될 기술에 대한

검증과 파장 효과를 더 신중하게 염두해야 하지 않을까.

"만약 기억을 없애는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당신은 어떤 기억을 없애고 싶나?"

괴로운 기억들을 간편하게 지울 수 있는 편리함도

마음의 가벼움도 있겠지만,

너무 가볍고 쉽게 고통과 진실을 소멸해 간다는 것이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건 왜 일까.

인간이라 느낄 수 있는 고유한 감정과 기억,

서서히 잊혀지는 망각들..

쉽게 은폐해서도 소멸해서도 안될 무수히 많은 진실을

떠안고 사는 편이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조심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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