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큰 소리로 그 단어를 발음해 봤다. 마치 주문을 욀 때처럼 발화를 통해야만
단어의 의미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듯이.
하지만 그 의미는 내 의식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내 잠재 의지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아야 할 것 같았지만, 내게 그런 것 따위는 없었다.
'변환'이라는 단어를 먼저 휘갈겨 적고 그다음에 분노에 찬 수정을 가한 것으로 보아.
두 단어가 내 머릿속에서 혼동될 정도로 비슷했으리라는 추정밖에 할 수 없었다.
p77
나는 탈출했다.
그것이 돌아오고 있다.
도로 나를 끌고 들어가려고 오고 있다.
도로 다른 이들이 있는 곳으로.
떠나라, 아직 그럴 수 있을
p251
미지의 구조물을 찾아 떠나는 데메테르호.
이 탐험대가 항해 중 미세한 균열을 발견하게 되는데
여러 탐사선들의 알 수 없는 죽음들이
시공간이 바뀌면서 반복되는 스토리로 흘러간다.
변해가는 시대와 구조물들.
북해의 바다를 건너는 범선에서 20세기 증기선을 거쳐 비행선과 미래의 우주선까지.
시대와 기술의 발전은 뚜렷해 보이나
불가피한 죽음의 결말은 같다.
시작은 항해로 끝은 파멸로 닿게 되는 결론말이다.
이 죽음은 과연 끝이라 볼 수 있을까.
또 다른 시작점이라고 본다면
다시 판을 짜고 쓰여지는 새 항해의 이야기 속에
뭔가 모를 단서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야기 중반부까지는 헷갈리게 만드는
복잡미묘한 세계관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서사의 구조가 빠르나 현실과 꿈을
헷갈리게 만들어 맥락을 잘 이어가지 못했었다.
결론에 다다르면서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일정하게 나아가는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고 해야하나..
중심부로 옮겨 생각하면 본질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미래를 향해가면서 여러 시대를 거쳐가면서
미세한 단서들을 발견하게 되는 주인공.
세족에서 느껴지는 전환은 뭔가를 뒤집어보는
새로운 세계로의 안내를 말하는걸까.
접점에 닿을 수록 생명체에 근접할 수 있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미스터리한 죽음의 항해가
풀어가는 수수께끼를 책 속에서 맛보고 깨달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