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오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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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요한 밤의 시간을 사랑한다.

하루의 분주함을 내려놓고

깊어지는 밤의 아늑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사랑한다.

더욱이 밤독서는 나에게 특별한 시간이자 선물이다.

빼곡한 텍스트를 읽어내느라 분주했던 마음과 눈의 피로를 덜어줄

고마운 책친구가 찾아왔다.

오은 시인의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에세이를 소설 사이 사이에 읽는 편인데

시집은 아직 나에게 멀고 닿기 힘든 그 어딘가에 속한다.

이 책은 에세이와 시집을 중간에 걸쳐있어

나에겐 더없이 시집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용기를

시로 스며드는 감성과 필사의 욕구가 일으켜지는 책이기도 하다.

떠도는 생각들을 가만히 담백히 건네는 위로의 말들이

그 어느 것보다도 따뜻하고 강한 울림을 준다.

시인만의 단단한 필력일지 모르겠지만

읽고 곱씹고 천천히 써보며

문장 하나 하나 마음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기에 너무 좋은 책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나는 밤마다 속삭임을 찾아 나서기 위해 습관처럼 책을 펼친다.

책장과 책장이 스칠 때 속삭임이 들려온다.

책 속 등장인물이 하는 말이 심상치 않은 속삭임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생각해보니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속삭이는 순간이 많아진다.

빠진다는 것은 몰랐던 세계에 풍덩 뛰어드는 것이므로.

p16

꽤 오랜 시간동안 다정한 속삭임으로

나를 붙잡고 있는 책이라는 세계에 빠져있다.

천천히 다가와 깊게 스며들었던

추억할만한 책들의 책장 곳간에 한 권씩 채워지고

지금은 나의 거대한 유토피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상의 지침을 이 세상 속에서 저 곳으로의

시공간을 넘어 깃들고 흘러가는 책의 세계에서

나는 벗어나기 힘든 깊은 사랑에 빠져있다.

이같은 시간이 한밤중이라 더 속삭임으로 다가온다는 비유가

더없이 공감되고 웃음이 난다.

문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내 맘을 들킨 것 같아

반갑기도 설레기도 했던

시인의 다정한 말에 또 한번 반해본다.

낮동안 여기저기서 감정을 긁히고 돌아와

한밤중에 거울을 보며 우는 사람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흐느끼는 내 모습을,

나만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울고 있었다.

p103

견디던 마음들이 밤에는 무장해제되어 버린다.

단단했던 마음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

많은 밤들을 혼자서 울었던 눈물을 난 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없어서

소리내 마음껏 울 수 없었던

뱉을 수 없었던 무수히 많은 말들을

마음에 새기다 아파오는 깊은 상처가 긴긴밤을 채우던 날.

기억을 소환하는 깊이 있는 문장에

난 또 눈시울이 붉어진다.

흑과 흑이 만나 흑흑..

흐느끼던 나를 위로해 준 많은 밤의 날들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마음을 만지는 문장들을 조용히 쓰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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