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손에 닿았을 뿐
은탄 지음 / 델피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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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벚꽃을 보니 봄의 로맨스 향이 나는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예상해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첫 장을 펼쳤다.

어떤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꽃피게 될까.




내 인생을 왜 할아버지에게 바쳐야 하나 원망할 때가 많았다.

남들 다 가는 대학도 못 하고,

남들처럼 내 월급 고스란히 나를 위해 쓰지도 못했고, 그게 그렇게 억울했다.

내 무능함은 뒤로하고 할아버지 탓만 하며 초라한 삶을 떠넘기려 했던 게 죄송하긴 했다.

나 서지영이 이 미친 년은 정말로 이제 끝났다고 생각해 해방감마저 느꼈다.

이 속마음 아마 평생 누구에게도 말 안하고 나 혼자 안고 살아가겠지.

p37

"마란톤에서 당신 일으켜 줄 때도 그렇고,

그 이후에도 나는 당신에게 한 번도 능력을 쓰지 않았다는 걸 말하고 있는 거예요.

내 능동적 사랑을 표현하려고."

이 시점에서 그의 능력이 진짜 '초능력'인지 알 수 없다.

사실 초능력을 현실에서 믿는 게 말이나 되겠는가.

사촌마저도 그를 조현병 환자로 분류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그의 '초능력'은 그만큼 자신이 보유한 능력의 '특별함'을 말하는 것이고,

난 그의 초능력 같은 '매력'에 지배당한 것으로 해석하면 되는 것이다.

p209

주인공 서지영은 치매 걸린 할아버지를

10년 넘게 돌보며 지내고 있다.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이 생활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상태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장례식에서 만난 서은우,

운명을 상대를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그는 '사람저널' 대표로 서울로 와서

자신의 신문사에서 일해보자고 제안하게 된다.

힘든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 서울로 상경하기로 결심한 지영.

그와의 대면에서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된다.

자신의 손을 잡으면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초능력을 가진 사나이.

정말 어이가 없는 이야기이지만

그 고백을 믿어주는 지영을 보면서

이 로맨스는 지금부터가 시작이겠다 싶었다.

그러다 옛 여자친구 이윤경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이하나 싶었다.

얽힌 관계와 숨겨진 비밀은 후반부로 가면서

더 흥미진지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더욱 놀라운 예상치 못한 반전도 있지만

서로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힘을 바탕으로

둘의 사랑은 끈끈한 신뢰로 이어진다.

초능력을 소재로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너무 뻔하지 않은 스토리라 맘에 들었다.

주인공 지영이 가진 아픔과 상처들을

누군가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독자인 나 역시 둘 사이가 더 끈끈해질 수 있었던 건

믿음과 신뢰가 아니었나 싶어 흐뭇했다.

사랑이 더 견고해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위기를 함께 뚫고 나아갈 힘을 얻는 건

바로 이 두 가지 요소가 아닌가 싶다.

모처럼 마음을 꽁닥거리게 만드는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사랑이라는 힘은 모든 걸 이겨나갈 버팀목이 되고

새 삶을 살아갈 치유의 능력도 있구나 싶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타인의 시선에 비춰진 현실적인 아픔과 제한들이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불가능한 것이 없어보였다.

그런 사랑을 우리 모두가 꿈꾸고 경험하는

기분 좋은 현실을 마주할 수 있길 바란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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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9가지 심리실험 - 위로와 공감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실험
이케가야 유지 지음, 주노 그림,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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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와 공감편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뇌과학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책은 그 가운데서도 다양한 사례와 다양한 심리실험을 거친

검증된 논문들을 엄선해 독자들의 흥미와 재미를 느낄만한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실험 시리즈는

다양한 주제로 쉽게 접할 수 있게 어렵지 않은 부가 설명과

삽화가 독자들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위로와 공감편>으로 다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마음의 연대와 놀라운 뇌과학에 숨겨진 심리 변화를 살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우리 뇌는 고생하지 않고 얻은 것보다 무언가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것을 선호한다.

예법에 집착하는 다도는 통과 의례가 있기에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쥐는 제법 영리해 레버를 누르면 먹이가 나오는 장치로 바꿔도

바로 학습해 능숙하게 레버를 눌러 먹이를 챙겨 먹는다.

그래서 그릇에 담긴 먹이와 레버를 눌어야 나오는 먹이를 동시에 급여하는 실험을 해봤다.

쥐들은 어떤 먹이를 선택할까?

p132

결과는 레버를 누르는 수고를 하고 먹이를 얻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처럼 노동을 하고 먹이의 값어치를 높이 생각하게 되는

노동의 가치를 뇌의 본질적 속성에서 알아볼 수 있었다.

책에서도 유윶적하고 무위도식하는 생활이

우리에겐 굉장한 로망처럼 생각하지만 막상 이런 생활을 하게 된다면

정말 꿈꾸던 행복한 삶을 살게 될까를 묻는다.

막연하게는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수고하지 않고 그저 즐기기만 하는 생활이

계속 된다면 무료한 삶이 될까 염려되긴 한다.

퇴보하는 삶으로 변질될까하는 우려와 함께

본래의 행복을 찾아 꿈꾸던 삶이

생기를 잃게 될바에는 작은 대가라도 치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적당한 노동의 강도를 자발적으로 즐겨야하나 싶다.

린 시절 글자에 노출될 기회가 적고 읽고 쓰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의 뇌에서는

최소한의 반응밖에 관찰할 수 없었다.

성인이 된 후 글을 배워 문맹에서 탈출해도 뇌 반응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독서를 권장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글자 인식이 능숙한 삶은 글자뿐 아니라 얼굴과 일상 도구,

건출물에 대한 시각 반응 정확도도 높고, 자신이 본 대상이

좌우 대칭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테스트 성적도 우수했다.

p166

자녀들에게 일찍이 영상을 많이 접하게 하는 것보다

'독서'를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하는 것이 중요해보인다.

어른이 되서 독서의 재미에 빠진 이들도 많지만,

어린 아이들만큼 뇌반응이 풍부하게 일어나지 못하므로

기왕이면 어릴적부터 취미를 독서로 두면

단순히 읽기 능력 뿐 아니라 다각도로 뇌의 반응성이 좋아지므로

좀 더 적극성을 띄어도 좋아보인다.

요즘 아이들이 꽤 영상 노출에 오랜 시간과

흥미와 재미를 쉽게 느끼는 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중독이라는 말을 꺼내며

고충을 토로하는 부모들도 많아지고 있다.

너무 쉽고 도파민을 충족시키는 손 쉬운 디지털 문명이란 이름 아래에

지배가 아닌 노예로 전락해버린

아이들의 최후를 생각한다면 참담한 기분이 든다.

독서의 중요성은 분명 알기에

어린 시절부터 독서와 그 이상의 다각적인 경험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능력치를 키워나가기 위해 부모가 먼저 읽고 쓰며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준비된 마음 가짐으로 매일을 생기롭게 살아가볼테다.

뇌와 인간의 심리 관계가 이렇게 얽혀있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재미있는 삽화와 쉽게 이해되는 설명으로

어렵지 않게 뇌과학의 비밀을 파헤쳐 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

'뇌과학'의 숨은 궁금증을 쉽게 해소할 수 있는

재미있는 심리실험을 살펴보면서

인간의 끊임없는 호기심을 탐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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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개정판
조예은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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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월드라 할 수 있는 다양한 변주의 세계관을 가진

참신한 소재의 책들을 재미 있게 읽었던터라

2017년에 출간되었던 작가님의 첫 장편 소설을 이렇게 개정판으로

만나보게 되어 설렘과 기대가 컸다.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 두 작품으로

조예은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접하면서 스럴러 장르의 대세로 불릴만한하며,

독창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호러, 스릴러, 미스터리의 신선한 자극은 물론이고

인간애와 사회 문제 등을 다루는 작가님의 뻔하지만은 않은 클리셰와

독자들의 매혹시키는 필력이 타고난 작가란 생각이 든다.




옮기는 것은 낫게 하는 것과는 달랐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 그대로 타인에게 넘어가는 것.

당시 찬의 몸은 온통 신자들에게 옮겨 받은 상처와 흉터로 가득했다.

걸치고 있는 옷가지마다 피와 고름이 묻어났다.

모두가 기적에 감복할 때 찬은 홀로 고통을 견뎠다.

란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원망했다.

p114

능력은 반드시 악용된다.

거대한 부담감이 란의 어깨에 올라탔다.

공포, 두려운, 책임감과 같은 감정들이 줄줄이 따라왔다.

그것들은 갓난아기처럼 내달린 채로 떨어지지 않았다.

p151

그럴 리가. 그토록 기적을 찾아 헤맸는데 돌아온 건 차갑고 괴이한 진실뿐이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만 겨우 이룰 수 있는 것이었다.

대가 없는 기적, 정말 그런 게 존재할리 있냐고 온 세상이 자신에게 다그치는 것만 같았다.

지금의 이창을 채우고 있는 것은 허탈함과 관성, 산발적인 분노와 무기력, 그리고 체념에서

싹을 띄운 아주 약간의 희망이었다.

기적이 요구하는 건 담백했다.

하나를 원하면 다른 하나를 내놓아야 한다.

p228

첫 장편 소설인 <시프트> 고통을 옮기는 자는

주인공 '란'이 가진 기이한 능력을 말한다.

환자의 아픔을 덜어주는 치유의 능력이 아닌 고통을 옮겨

옮겨받은 이는 죽게 되는 저주받은 능력을 가진 란.

사실 그 능력은 형 '찬'에게서 옮겨 받은 것이다.

형의 과거에 숨겨진 배후의 사건을 알고 있는 란은

형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집단들을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마침 조카 채린의 불치병을 고치고자 전력을 다하는

또다른 주인공 형사 '이창'이 등장한다.

불치병을 낫게 해주는 기적을 행한다는 사이비 교주와 교단을 쫓다가

란의 행방까지 추적하게 되는데

알고보니 교주가 이들 형제 찬과 란에게 행했던 범햄과

부고한 아동들의 납치와 살인이 수면위로 들어나게 된다.

교주에게는 사실 기적적인 치유의 능력은 전혀 없었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형 찬을 통해

돈벌이 수단으로 악이용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그 이상으로

추악한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같은 존재를 보며

선과 악의 대립 속에서 기필코 드러날 진실이 밝혀지길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면서

쉴새없이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악인들의 욕심이 불러일으킨 거대한 폭풍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까.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란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사건 뒤에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를 향해

복수의 향방을 따라가는 빠른 전개 속에서

숨가쁘게 미스터리의 전말들을 풀어헤쳐보며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기적이 아닌 거래라면 다른 선택지가 있겠는가.'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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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
세라 핀스커 지음, 정서현 옮김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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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속에서 조화롭게 어울리고 살아갈 집단의 이해관계를 꿈꿔보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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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
세라 핀스커 지음, 정서현 옮김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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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하늘의 오묘한 조화로움이

꽤 멋스럽고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표지의 책을 마주하면

감히 예상하기로는 스토리의 힘과 상상력이

절묘하게 잘 조합된 엄청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세계 3대 SF 문학상을 석권한 '세라 핀스커'의 첫 소설집이라니..

이 책은 13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들에게 던질그녀의 독창적인 세계관이

이 책에 얼마나 잘 반영되어 있을지 기대감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엄마가 슈퍼에 갔는데 엄마를 기억 못하는 친구를 마주치거나 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예요.

모두가 기억하거나 아무도 기억하지 않거나 하는 방법뿐이잖아요, 할머니."

"그렇지만 나쁜 기억과 함께 좋은 기억들도 너무 많이 감춰버리잖니."

"좋은 기억들도 아픈 거 아닐까요."

p59

일 년에 하루는 끔찍한 전쟁의 기억을 떠올리는 엄마.

망각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모든 기억들을 잊게 만듦과 함께

좋은 기억들도 사라지고 만다.

왜 자신이 휠체어에 타고 있는지,

내가 참전하게 된 그 처참한 전쟁을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생각하게 되는

이 상황의 선택을 난 주저없이 동의할 수 있을까.

기억을 삭제할 수 있는 기술력도 좋지만

고통스럽지 않기 위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추억 또한 상실된다면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아픔을 끌어안을 용기를 내며 난 살아갈 수 있을까.

인사이드 더 뮤직: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세요.

개비 로빈스: 바다에서 저는 거의 의식을 잃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저를 구해줬어요.

그건 다른 삶, 더 작은 삶이었어요.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있어요. 사람들은 내가 새롭게 써낸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p102

베이의 머릿속의 가사는

제목의 글처럼 언젠가는 모든 것이 바다로 떨어지지만

어떤 것들은 다시 기어 나와 새로운 것으로 변한다는 것.

끔찍한 재난 상황에 처한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로

부유한 자들과 함께 호화로운 배에서 공연을 하게 된 연주자 개비.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이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떠나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생존의 도시, 폐허가 된 도시의

육지로 향하는 모습이 반감을 가지게 만든다.

그럼에도 그는 특유의 여유와 위트를 던지며

음악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꾼다는 건 이런 모습일까 싶다.

온톤 휘어진 탑과 폐허 속의 도시 속에서

희망을 노래할 구명 보트에 몸을 싣게 된 여정은

닥치지 않았으면 하는 미래의 어두운 단면과

새로운 세계속에서 조화롭게 어울리고 살아갈 집단의 이해관계를 꿈꿔보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같은 현실이 일어나지 않는 미래이길 바라면서 말이다.

짧은 단편들의 이야기이지만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미래의 우울한 이면과

현재의 상황들을 떠올려보면

우리가 살아갈 또 다른 세계를 희망차게 노래할 수 있을까?

그 세계 속에 골몰히 빠져 도무지 답을 내릴 수 없었지만

새로운 출발점이자 전환점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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