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슈퍼에 갔는데 엄마를 기억 못하는 친구를 마주치거나 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예요.
모두가 기억하거나 아무도 기억하지 않거나 하는 방법뿐이잖아요, 할머니."
"그렇지만 나쁜 기억과 함께 좋은 기억들도 너무 많이 감춰버리잖니."
"좋은 기억들도 아픈 거 아닐까요."
p59
일 년에 하루는 끔찍한 전쟁의 기억을 떠올리는 엄마.
망각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모든 기억들을 잊게 만듦과 함께
좋은 기억들도 사라지고 만다.
왜 자신이 휠체어에 타고 있는지,
내가 참전하게 된 그 처참한 전쟁을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생각하게 되는
이 상황의 선택을 난 주저없이 동의할 수 있을까.
기억을 삭제할 수 있는 기술력도 좋지만
고통스럽지 않기 위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추억 또한 상실된다면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아픔을 끌어안을 용기를 내며 난 살아갈 수 있을까.
인사이드 더 뮤직: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세요.
개비 로빈스: 바다에서 저는 거의 의식을 잃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저를 구해줬어요.
그건 다른 삶, 더 작은 삶이었어요.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있어요. 사람들은 내가 새롭게 써낸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p102
베이의 머릿속의 가사는
제목의 글처럼 언젠가는 모든 것이 바다로 떨어지지만
어떤 것들은 다시 기어 나와 새로운 것으로 변한다는 것.
끔찍한 재난 상황에 처한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로
부유한 자들과 함께 호화로운 배에서 공연을 하게 된 연주자 개비.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이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떠나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생존의 도시, 폐허가 된 도시의
육지로 향하는 모습이 반감을 가지게 만든다.
그럼에도 그는 특유의 여유와 위트를 던지며
음악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꾼다는 건 이런 모습일까 싶다.
온톤 휘어진 탑과 폐허 속의 도시 속에서
희망을 노래할 구명 보트에 몸을 싣게 된 여정은
닥치지 않았으면 하는 미래의 어두운 단면과
새로운 세계속에서 조화롭게 어울리고 살아갈 집단의 이해관계를 꿈꿔보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같은 현실이 일어나지 않는 미래이길 바라면서 말이다.
짧은 단편들의 이야기이지만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미래의 우울한 이면과
현재의 상황들을 떠올려보면
우리가 살아갈 또 다른 세계를 희망차게 노래할 수 있을까?
그 세계 속에 골몰히 빠져 도무지 답을 내릴 수 없었지만
새로운 출발점이자 전환점이 되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