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왜 할아버지에게 바쳐야 하나 원망할 때가 많았다.
남들 다 가는 대학도 못 하고,
남들처럼 내 월급 고스란히 나를 위해 쓰지도 못했고, 그게 그렇게 억울했다.
내 무능함은 뒤로하고 할아버지 탓만 하며 초라한 삶을 떠넘기려 했던 게 죄송하긴 했다.
나 서지영이 이 미친 년은 정말로 이제 끝났다고 생각해 해방감마저 느꼈다.
이 속마음 아마 평생 누구에게도 말 안하고 나 혼자 안고 살아가겠지.
p37
"마란톤에서 당신 일으켜 줄 때도 그렇고,
그 이후에도 나는 당신에게 한 번도 능력을 쓰지 않았다는 걸 말하고 있는 거예요.
내 능동적 사랑을 표현하려고."
이 시점에서 그의 능력이 진짜 '초능력'인지 알 수 없다.
사실 초능력을 현실에서 믿는 게 말이나 되겠는가.
사촌마저도 그를 조현병 환자로 분류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그의 '초능력'은 그만큼 자신이 보유한 능력의 '특별함'을 말하는 것이고,
난 그의 초능력 같은 '매력'에 지배당한 것으로 해석하면 되는 것이다.
p209
주인공 서지영은 치매 걸린 할아버지를
10년 넘게 돌보며 지내고 있다.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이 생활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상태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장례식에서 만난 서은우,
운명을 상대를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그는 '사람저널' 대표로 서울로 와서
자신의 신문사에서 일해보자고 제안하게 된다.
힘든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 서울로 상경하기로 결심한 지영.
그와의 대면에서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된다.
자신의 손을 잡으면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초능력을 가진 사나이.
정말 어이가 없는 이야기이지만
그 고백을 믿어주는 지영을 보면서
이 로맨스는 지금부터가 시작이겠다 싶었다.
그러다 옛 여자친구 이윤경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이하나 싶었다.
얽힌 관계와 숨겨진 비밀은 후반부로 가면서
더 흥미진지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더욱 놀라운 예상치 못한 반전도 있지만
서로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힘을 바탕으로
둘의 사랑은 끈끈한 신뢰로 이어진다.
초능력을 소재로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너무 뻔하지 않은 스토리라 맘에 들었다.
주인공 지영이 가진 아픔과 상처들을
누군가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독자인 나 역시 둘 사이가 더 끈끈해질 수 있었던 건
믿음과 신뢰가 아니었나 싶어 흐뭇했다.
사랑이 더 견고해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위기를 함께 뚫고 나아갈 힘을 얻는 건
바로 이 두 가지 요소가 아닌가 싶다.
모처럼 마음을 꽁닥거리게 만드는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사랑이라는 힘은 모든 걸 이겨나갈 버팀목이 되고
새 삶을 살아갈 치유의 능력도 있구나 싶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타인의 시선에 비춰진 현실적인 아픔과 제한들이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불가능한 것이 없어보였다.
그런 사랑을 우리 모두가 꿈꾸고 경험하는
기분 좋은 현실을 마주할 수 있길 바란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