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 소설가의 쓰는 일, 걷는 일, 사랑하는 일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오가와 요코


정적이면서도 기품이 있고, 관능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일본의 여류 소설가. 1962년 오카야마 시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문예과를 졸업한 오가와 요코는 『상처 입은 호랑나비』로 1988년 가이엔 신인문학상을 거머쥐며 일본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독자와 평론가들로부터 꾸준히 사랑 받아온 그녀는 1991년 『임신 캘린더』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고, 2003년에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제55회 요미우리 문학상 소설상, 제1회 서점대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일본의 대표적인 여류 작가로 자리 잡았다. 2004년 『브라흐만의 매장』으로 이즈미교카문학상을, 2006년 『미나의 행진』으로 다니자키준이치로상을, 2012년 『작은 새』로 문부과학대신상을 수상하였으며, 작품들이 해외 10개국에서 출간되었다. 그 중 『약지의 표본』, 『침묵박물관』, 『호텔 아이리스』는 프랑스에서, 『박사가 사랑한 수식』, 『인질의 낭독회』는 일본에서 각각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약지의 표본』은 1999년 ‘프랑스에서 발간된 가장 훌륭한 소설 20’에 선정되었으며,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지에서는 “일본 문학계에서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새로운 세대의 작가.”로 호평한 바 있다. 2007년 프랑스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수여받기도 했다.

2007년 7월 제137회부터 아쿠타가와 상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 미시마 유키오 상(三島由紀夫賞) 심사위원, 다자이 오사무 상(太宰治賞) 심사위원, 신초 신인상(新潮新人賞) 심사위원 등을 맡게 되는 등, 일본 문단에서 중견의 지위를 굳히고 있다.

저서로는 『완벽한 병실』, 『바다』,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원고 영매 일기』, 『미나의 행진』, 『언제나 그들은 어딘가에』, 『상처 입은 호랑나비』(1988), 『완벽한 병실』(1989), 『식지 않은 홍차』(1990), 『슈거 타임』(1991) 『임신 캘린더』(1991), 『여백의 사랑』(1991), 『안젤리나』(1993), 『요정이 내려오는 밤』(1993), 『은밀한 결정』(1994), 『약지의 표본』(1994), 『안네 프랑크의 기억』(1995), 『수를 놓는 여자』(1996), 『호텔 아이리스』(1996), 『상냥한 호소』(1996), 『얼어붙은 향기』(1998), 『과묵한 사체 음란한 장례식』(1998), 『마음 깊은 곳에서』(1999), 『침묵 박물관』(2000), 『우연한 축복』(2000), 『눈꺼풀』(2001), 『귀부인 A의 소생』(2002), 『박사가 사랑한 수식』(2003), 『브라흐만의 매장』(2004)이 있다.


[예스24 제공]







틈을 내서 쉬는 시간이 더없이 필요한 때를 보내고 있다.


몸의 피로보다도 더 누적된 애쓰는 마음을

환기시킬 다른 무엇들 보다도 가벼운 걷기가

나에겐 잡념으로부터 벗어나는 시간이라 좋다.


그리 잘 걷거나 뛰는 편은 아니지만

집 앞 마실을 나갈 정도의 체력 정도는 있기에

생각이 많아질 때면 아무 생각없이 걷는다.


저자 역시 반려견과 가벼운 산책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완성된 글에 집중하며 산다.


느린 걸음 속에서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은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꽤나 효율적인 시간으로 여겨진다.


원고의 마감에 쫓기거나 매번 같은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가지 못하는 힘겨운 자기만의 싸움 속에서 지치기도 하고

자기 검열 안에 깊이 빠져 고된 시간을 지속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곰돌이 푸>에  나오는 이요르 생각을 한다는 건

굉장히 엉뚱한 발상같지만 꽤나 공감이 간다.


한구석에서 조용히 혼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다소 어눌해보이는 늙은 당나귀 이요르 말이다.


친구들이 놀러와도 시큰둥하며

자기 꼬리가 떨어질 것 같아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미련스러움이

웬지 모를 안도감과 위로가 되는 건 뭘까.


빡빡하게 나를 코너로 몰지 않는 샘솟는 에너지가 없어서

나를 다그칠 일도 나를 애써 위로한답시고 충고하지 않는

고요하리만큼 잔잔한 상태가 가만히 나를 위로해주는 듯하다.


산책할 때, 몸은 당연히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기분도 같이 따라가고 있는지 의문이 남곤 한다.

오히려 기분은 한 점에 머물러 몸이 지나치는 흔적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있다.

p27


몸이 움직이는 만큼 기분 또한 그 속도를 따라가지 않고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냥 멈춰있는 듯 정지 상태라고 해도 나쁜 것이 없다.


적당한 분리됨이 나쁘지 않고

아무런 생각을 해내지 못해도 망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저자 역시 10년동안 하루 두 번 개와 산책하며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려보는 기대감을 가져보지만

번번히 실패하는 헛된 꿈이라고 비유해도 나쁠 것이 없다.


걸을 때조차도 일에 신경 써야 하는

자신이 비참하기도 하지만 별 성과없는 별 소득없는

생각들로부터 내가 좀 더 별개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면 좋겠다.


특별히 주어진 한순간이라고 고맙게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저 아빠처럼 그 순간을 진심으로 즐겼던가.

일상의 하잘것없는 일거리에 마음을 빼앗겨 귀중한 시간을 그냥 지나쳐버린 건 아닐까.

p29


돌이킬 수 없는 한탄과 어리석음이

문득 별 것 아닌 상황 속에서 떠오를 때가 있다.


아무 생각없이 열심히 땀 흘리면 아이를 보다가도

내가 붙잡았던 애씀이 그렇게 괜찮아보이지도

더 나아보이지도 않은 것 같아

그저 해맑게 웃고 노는 아이처럼 살고 싶다란 생각을 해본다.


저렇게 활짝 웃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무탈하게 지내는 오늘에 감사하며

내일 또 걷게 될 걸 생각하면 마음이 가볍다.


생각이 가지런해진다.


쓰다만 소설 앞에 앉아 묵묵히 쓰고 앉아 있을 저자의 모습과

매일 걷는 산책 길에서 좋은 소설을 쓰게 될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모습 또한

나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아 보여 왠지 모를 위로가 된다.


살짝이 땀이 나 비누 거품 마사지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들면서

곤히 잠들 밤시간이 포근하게 느껴져서 좋다.


불완전한 모습과 생각을 이끌고

내일도 걷겠지만, 아무렴 오늘도 무사히 보내게 된 일에 다행으로 생각하며

가벼운 산책을 나또한 오래도록 지속하고 싶어진다.


삶의 균형을 적절히 지키는 무리하지 않는 선을 찾아서.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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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불편한 편의점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김호연

작가 지망생, 시나리오 작가, 만화 스토리 작가, 퇴근 후 작가, 생계형 작가, 공모전 헌터, 소설가를 거쳐 현재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2013) 『연적』(2015) 『고스트라이터즈』(2017) 『파우스터』(2019), 산문집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2020)를 썼고 영화 [이중간첩], [태양을 쏴라]의 시나리오와 [남한산성]의 기획에 참여했다. 부천 만화 스토리 공모전 대상, 세계문학상 우수상, CJ 오펜(O’PEN) 시나리오 작가 지원, 영화진흥위원회 기획개발 지원 사업에 당선되었다.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은 십여 편의 시나리오와 공모전에 당선되지 않은 수십 편의 이야기 역시 가지고 있다.


[예스24 제공]





<망원동 브라더스> 김호연의 동네 이야기 시즌2


청파동의 작은 골목길에 자리잡은 편의점.


우리네 이야기처럼 정겹고 따뜻한 이야기로

겨울의 매서운 한파가 유난히도 따스한 봄날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비좁고 작은 편의점 속에

사람 사는 이야기로 꽉 차 있는 아지트같아

요즘처럼 속 털어 놓을 곳이 없어 갑갑한 마음을

그곳 편의점 도시락 하나 사서 이야기 봇짐을 내려놓고 오고 싶은 심정이다.


그것도 우직한 편의점 알바생 독고에게 말이다.


노숙인이었던 그는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어눌한 말투를 숨길 순 없지만

최고의 카운셀러처럼 그 자리에서 무게를 담담히 감당하고

성실히 자리를 메워주는 진정한 보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독고에게 마음이 쓰였다.


알바하는 데 도움을 준 취준생 시현에게

작지만 큼 용기를 선물해주는 독고.


마음에 쌓여 있는 응어리가 어찌나 많은지

우리네 엄마를 보는 것 같아 그 사연이 참 가슴 아픈 선숙의 이야기를

잠잠히 들어주는 가슴 따뜻한 독고.


현실 속에서 삶에 너무도 찌들려 힘든

혼술하는 경만을 위해 추위를 피할 난로를 가져다주는 독고.


독고 씨는 조용히 다가와 선숙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곧 휴지를 한 뭉치 쥔 그의 손이 선숙의 눈앞으로 들어왔다.


"속상할 땐 옥수수..... 옥수수수염차 좋아요."

p105


아들에 대해 봇물이 터진 서러움이 독고 앞에서 쏟아져 나오는데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독고 때문이라도 기운을 내본다.


삼각 김밥에 편지 한통 부쳐 미운 아들에게 속마음을 조심히 내비쳐 줄

그 마음도 독고와 풀어낸 마음 앓이의 결론쯤으로

시원한 답이 되길 나또한 마음을 나누었다.


"확실한 거는...... 나는 원래 이렇게 살지 않았어요.

니는 사람들과 별로 나눌 게 없었던 거 같아요.

이런 따뜻한 기억이 별로 없거든요."

"따뜻한 기억이라면...... 무얼 말하는 거죠?"

"지금처럼 아가씨 같은 살마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눈다거나 하는 거요......"

p156


편의점이 무대.


온갖 인간 군상들이 드나드는 곳.


이 곳에 밤을 지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알바생.


탈북자인지 외계인인지 신원을 도통 알 수 없어 미스테리하다.


그런데 묘하게도 불편함에도 계속 이곳에서 푸념과 넋두리가 오간다는 것이다.


독고 씨가 있는 이 편의점에서

인경은 이곳이 자신만의 작업실이 되고

심신이 고단한 이들의 쉼터처럼 하루네 이야기를 나눈다.


술한잔 걸치기에 어색함이 없고

술을 깨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이 작은 편의점에서 말이다.


우리 동네 이야기처럼 편안한 현실 속 이야기꽃이

편의점이란 공간에서 피어날 수 있어 마음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걸까.


어색한 듯 불편한 경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토록 따뜻하고 인간적인 마음을 느낄 수 있다니.


게다가 애뜻하고 애잔함 속에서 눈물을 훔치다가도

웃음으로 털어내는 그 모습 때문에 더 슬프고 따뜻하다.


내가 기대어 살았던 공간 밖에서도

사람과 통할 수 있어 사람 냄새나는 그리움을

이 곳에서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더 짠하고 느껴지고 연민을 느꼈는지도 말이다.


편의점 참치 김밥에 샌드위치 하나 사와서 점심으로 한끼 해결하고

바깥 공기를 느끼러 나가봐야겠다.


주변을 좀 더 둘러보며 자꾸 드나들고 싶은 내 아지트를 나도 좀 찾아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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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을 때마다 한 발씩 내디뎠다 - 우울함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러너가 되기까지
니타 스위니 지음, 김효정 옮김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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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을 때마다 한 발씩 내디뎠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니타 스위니
미국 오하이오 대학 E.W. 스크립스 저널리즘 스쿨에서 언론학 학위,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법학 학위, 고더드 대학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 세계에 글쓰기 붐을 일으킨 작가 나탈리 골드버그의 워크숍에서 10년간 공부했고, 종국에는 보조 교사로서 ‘글쓰기 수련’과 명상 수업을 진행했다. 다양한 정기 간행물과 매체에 기사, 에세이, 시 등을 싣고 있다.

니타는 부모의 방관 아래 청소년기부터 폭음을 일삼았다. 20대 시절 극도의 다이어트로 인한 섭식 장애, 30대에는 변호사로 일하다가 번아웃으로 은퇴하며 우울증과 조울, 공황 장애, 자살 충동을 겪었다. 49세의 나이에 심각한 양극성 장애에 시달리던 그녀는 친구의 소셜미디어에서 달리기 관련 게시글을 본 후 반려견과 함께 길 위를 나서게 된다. 『울고 싶을 때마다 한 발씩 내디뎠다』는 깊은 무기력에서 벗어나 마라토너로 성장하게 된 과정을 그린 에세이로, 출판 전 초고가 윌리엄 포크너-윌리엄 위즈덤 문예창작상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글을 쓰거나 가르치지 않을 때는 달리기를 한다. 풀코스 마라톤 3회, 하프 마라톤 28회, 그보다 짧은 레이스에 60회 이상 참가했다. 남편이자 열성 팬인 에드, 달리기 파트너인 황색 래브라도와 오하이오 중부에 살고 있다.

역자 : 김효정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더 키퍼』, 『나무 이야기』, 『어떻게 변화를 끌어낼 것인가?』, 『마음을 빼앗는 글쓰기 전략』,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채식 대 육식』, 『어른으로 살아갈 용기』, 『당신의 감정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상황의 심리학』 등이 있고 계간지 《우먼카인드》와 《한국 스켑틱》 번역에 참여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그저 한 발씩 한 발씩 내딛는 것뿐이었는데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마음도 몸도 삶도..



사실 나는 희망을 지키고 싶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으면 진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 작은 성취는 내 상상 속에만 존재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도 당장은 희망을 붙잡고 늘어질 수 있었다.

p17

익숙하지 않은 일상 속으로 뛰어들 수 있었던 니타.

아마 그녀에겐 조금 더 뛰어봐야겠다란 생각이

수렁에서 삶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마지막 호흡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침체되어 있는 삶에 활력을 불어 일으키는

몸을 움직이는 활동들은 이전과는 다른 삶의 영양분을 공급해주니 말이다.

달리기의 구간이 조금씩 늘어가고 컨디션이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숨쉬기 운동이 전부였던 나에게도

런닝화를 신고 당장이라도 뛰고 싶은 충동을 여러번 느꼈다.

작은 성취라는 것을 맛본지가 얼마나 되었나 모르겠다.

달리기 쯤이야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땀을 흘리고 뛴는 순간

온갖 잡념들로부터 서서히 해방되고

몸의 불필요한 지방들이 연소되니 가성비 좋은 만족감을 얻기에 좋은 움직임이 아니었던가.

그 맛과 그 감을 나또한 잊고 살고 있었다.

붙들고자 하는 희망에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한 호흡이

걷고 뛰는 것에서 이처럼 경의로울 줄이야.

달리기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바로 상황을 바꾸는 방법이다.

나가기가 두려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결국에는 잘 나왔다 싶었다.

길을 잃을까 걱정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지만 결국 길에서 발견한 새로운 풍경에 황홀했다.

내가 어떻게 대응하냐에 따라 침울함은 사라질 수도 있다.

p363

마라톤 완주라는 스스로가 느끼게 되는 자부심이 얼마나 클까.

난 그저 활자 속에서 그 감격스러운 순간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나의 한계인가 싶어 좀 씁쓸해지기도 한다.

이 짜릿한 맛과 몸의 고통을 언제쯤 도전해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쉽지 않다.

두려움도 든다.

뭔가 익숙하지 않은 환경 안에 나를 집어 넣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지치고 힘들다.

몸의 고단함은 나중 문제이더라도 말이다.

몸이 튼튼해지고 근육이 붙는 과정들은 당연히

고된 훈련으로 따라오는 선물일테지만

이런 훈련의 산물이 나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지대하게 크다는 것에 참 부러웅을 느낀다.

뛰지 않으면 가질 수 없으며 느낄 수 없다.

여전히 안주하고 주저하고 있을 것인가도 내 몫이며

좀 더 바꿔 생각해보자 싶어 시도해보는 것 또한 내 몫이다.

"별거 아니야. 그냥 한쪽 발을 다른 발 앞에 놓으면 돼!"

p366

한 마일 한 걸음 한 걸음 다른 발 앞에 놓는 것.

그 별거 아닌 일이 이렇게도 위대한 결과를 가져올 줄

그녀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무사히 결승선에 도달한 러너의 여유인가 싶다.

​크게 복잡할 것 없이 느껴지는 건 뭘까.

시도를 한다는 건 뭔가 증명해 내야 하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사실 그런 부담 때문에 시도하지 않는 부분이 크다.

실수나 나의 어리석음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와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들.

그저 뛰기 위해 가볍게 옷을 차려입고 나가 천천히 한걸음 내딛는 그것이면 충분했던 것인데

너무 비장하게 생각했던 내 모습이 참 우습게 느껴진다.

오랜 우울증과 조울증, 불안 장애를 끝내 이겨내면서

나날이 걷고 재빨라지는 걸음 속에서

평범한 나날을 지내는 ​오늘을 그저 충실히 보내면 그 뿐이란 걸

책에서 더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호흡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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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들 - 나를 둘러싼 존재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 들시리즈 2
박훌륭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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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박훌륭
〈아직 독립 못 한 책방〉 주인장이자 약사.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이벤트를 열어 모두의 기분을 UP시키는 취미가 있다. 특별한 이름답게 살아보자는 삶의 방향 아래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를 특별한 일 없이 보내려 애쓰고 있다.

인스타그램 @A_DOK_BANG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석자의 이름 속에 각기 다른 사연들이

삶에 어우러져 있어 색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늘 신선하고 흥미롭다.


사실 더 흥미로웠던건

약국 내 책방을 운영하는 다소 특별하고도 특이한

공간 속에서 사는 이의 삶이 궁금했다.


아직 독립 못 한 책방..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이자 작가이며

여러 수식어구들로 다채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의 생각과

관심사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이다.


여러 소재들 속에 어울림들이

나와 비슷한 연대 의식을 느끼게 하는 건 뭘까.


얼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우리네 이야기, 내 이야기인마냥

신나게 책 속에 풍덩 뛰어들었다.



과거나 현재나 이 자리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동질감과 동지애를 품게 하는 동시에

삶의 재미와 슬픔을 모두 포함하나 결코 자극적이지 않은 매체.

이 같은 안정감은 나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도 만든다.

'언젠가 돌아올 사람은 돌아오고, 할 일은 결국 하게 된다.'

p59


아날로그 라디오를 좋아한다.


손으로 다이얼을 돌려 맞추는 그 라디오가 그리워서

얼마전 수동식 라디오를 하나 구입하면서

레트로함이 하나 더 추가되는 순간을 만끽했다.


오랫동안 즐겨듣던 별밤을 회상하면

지난 시절의 나와 내가 성장 일기처럼 스쳐지나간다.


라디오의 역사만큼이나 세월을 역풍으로 맞고 있는 지금 또한

꽤 오랜 끈끈함과 확신 안에서 살아간다.


그 자리 그대로 즐겨 듣는 주파수를 고정시키고

매 시간을 사수하며 시청하는 애청자로서

고된 하루의 노곤함을 청소하는 시간을 가진다.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은 책과 라디오는

나에겐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생존 도구와도 같다.


이런 안정감 속에서 내가 더 보존되고

생각이 너무 낡지 않도록 경계한다.


뻔하고 지루한 모습으로 비춰질지 모르나

나만 맛볼 수 있는 이 기쁨과 즐거움이 오래 지속되길 바라고 있다.


시간과 사물은 무척 가까운 사이고, 서로의 역사를 보여 주는 존재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또는 흘려보낸 시간이 스며 있다.

지금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좋아하는 물건은 뭔지,

과연 어떤 사물이 나를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지.

p124


식물을 좋아하지만 잘 키우지 못해

얼마 못 가 죽어나가는 식물들을 떠나보내며 늘 씁쓸함을 맛본다.


아직 배신하지 않는 반려책은 나에게 고마운 벗이다.


열심히 읽기도 사모으기도 하는 이 네모반듯한 사물에 난 경의감을 표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깊은 애정과

욕망이 이 사물이 깃대어 있다는 걸 실감한다.


마치 어린 아이가 조몰락 거리는 애착 인형마냥

매일 손에 쥐고 읽을 책을 쌓아두고서 마음에 안정감을 느끼는

고독한 독서가로 변하고 있는 나이다.


책이 내 곁을 지키고 있는 사물의 존재가

지금까지도 곁에 두고 함께 보낸 시간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그 깊이와 애정이 날로 더해간다.


좋아하는 물건이 무언지를 분명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 좋다.


좀 더 나를 드러낼 수 있고

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하나쯤 있다는 것에 있어서 안도감도 느낀다.


책방지기와 주변의 사물과 소소하고도

담백한 이야기들로 약국 안에 마련된 책방이란 쉼터에 앉아

함께 담소 나누는 시간처럼

뭔가 모르게 가까워진 기분은 나만 느끼는 건지 몰라도 상당히 유쾌했다.


이름이 있는 다양한 사물에 얽혀 사는

우리의 이야기가 전해주는 삶이 쌓아올릴 추억이 앞으로도 기대된다.


그런 작은 농담처럼 소소한 얘기들로 기분 좋은 시간을 이 책 속에서 보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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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 어떤 세상에서도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김제동과 전문가 7인이 전하는 다정한 안부와 제안
김제동 외 지음 / 나무의마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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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질문을 마주하는 순간

그동안의 무기력했던 마음들이 한순간에 영감으로 떠올랐다.


어마어마한 일곱 명의 전문가를 이 책 속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는 건

대단한 기회이자 복잡하고 민감했던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모든 영역이 하나도 버릴 것 없이

나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관심사들이

이 책 한 권에 집합되어 있는 느낌이라

시작부터 상당히 좋은 기분을 느끼고 곱씹으며

인터뷰의 흐름 속에 공존하고 있었다.



사실 우리 인간은 지구의 세입자잖아요.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라는 오만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석유, 석탄 같은 땅속 화석연료들은 우리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먼 옛날 어떤 특이한 사건 때문에

당시 생명체가 죽고 한동안 썩지 않아서 쌓인 거잖아요.

죽은 개체를 분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차곡차곡 쌓인 게 석탄과 석유 같은 것들인데, 매장량이 유한해요.

우리는 그걸 뽑아서 쓰면서 편리함을 누리고 지구의 온도를 바르게 높이고 있는 것뿐이죠.

p98


우주의 질서와 인간의 본성,

삶과 죽음을 과학자의 입장에서

너무도 시원하게 잘 짚어주고 있어 한동안 이 말이 꽤 뇌리에 남아 있다.


'지구의 세입자'


나의 오만한 생각으로 인해 다른 생명체를 쉽게 파괴 시키고

편리의 추구가 가져오는 끔찍한 참사를 미쳐 생각지 못했다.


자원의 유한함을 알면서도 늘 잊고 사는 것 또한

나의 편의라고 생각하는 그늘이 넓게 드리워져 그러한 것 같다.


물리학자의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 역시 원자일 뿐이라는 것.


그 말이 왜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지 모르겠다.


나의 존재 자체가 굉장히 작고 가볍다라기보다

지금의 복잡한 관계 안에 얽혀 살고 고민하는 문제에서

굉장히 마음 홀가분함이 느껴진다.


게다가 지구의 주인인 마냥 오만했던 모습을 생각할 수조차 없는

너무도 미비한 존재라는 걸.


당장 이번주에 있을 어려운 과제가

왜 이렇게 별 게 아닌 것처럼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한때 문학과 철학서에 푹 빠져 있다가

요즘 과학이 재미있어진 건 김상욱 선생님 덕이 분명해보인다.


더욱이 학생 때는 자연과학 책을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김상욱 교수님의 강연을 듣게 되고서부터

그 골이 아픈 물리 공부를 다시 해보고 싶다란 마음이 샘솟았다.


책에서도 그의 말을 놓치고 싶지 않아

밑줄치며 꼼꼼하게 되짚어 읽고 또 읽게 된다.


이상한 건 읽을 때마다 내 해석이 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것.


문학과 과학이 스며들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름답고 묘하게 표현되어 이해되는 이야기는 더 책을 읽는 흥미로움을 더한다.


한 사람이 살아갈 때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은 내가 밖에 나가서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봐요.

근처에 공원이 있으면 내 집이 조금 작아도 되고,

공원이나 골목길도 없고 들어가 앉아 있을 카페도 없으면 내 집이 조금 더 넓어야 하는 거죠.

p201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나의 집이

어떤 공간으로서 가꾸고 사용되고 있는지 유심히 생각해 보게 된다.


사실 너무 뻔한 아파트형 구조 안에서

작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끈질기에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벗어난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중요성을 더 실감하고 있다.


완전한 베이스캠프로서 이 곳이

내 취향이 가득 담긴 공간으로 바뀌면 좋을 것 같아

작년부터 상당히 고심하며 집안 분위기를 많이 바꿔놓았다.


집 가까운 곳에 도서관과 공원이 있는지 없는지는

나에겐 꽤 큰 변수이다.


최소한의 면적을 가지고 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아마도 이런 외부에 있는 공간이 주변에 자리잡아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주거지의 획일화가 가지고 오는 가치관의 정량화는

돈이라는 자본이 상대적인 가치로 인정받기 좋은 도구이기에

나만의 독특한 가치는 사라지는 안타까운 모습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여전히 세입자로 살아가는 나로서는

늘 우리만의 집을 염두하고 고민한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획일화된 주거공간 안에서

꾸역꾸역 살아가게 될 것이 진절머리나게 싫기도 하지만

집값이라는 사항에서 멀어지기란 쉽지 않다.


주택의 가치가 어디서부터 잘못 인식되어 뿌리내리고 있는지

파고 들면 더 복잡해지긴 하지만

공간이 주는 심신의 안정감은

요즘 시대에 상당히 크게 작용하기에 이 부분을 간과하기 힘들다.


전문가에게서 듣는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은

막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되

나만의 색과 가치를 잃어버리진 말자는 힘을 가지게 한다.


더 크고 명확해지는 가치의 정의와

현실의 감각도 적당히 균형을 맞춰갈 수 있는 유익한 책이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이야 말로 기꺼이 자발적으로 생각을 끌어내어

제대로된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는 심폐소생의 시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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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2-04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