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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ㅣ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불편한 편의점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김호연
작가 지망생, 시나리오 작가, 만화 스토리 작가, 퇴근 후 작가, 생계형 작가, 공모전 헌터, 소설가를 거쳐 현재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2013) 『연적』(2015) 『고스트라이터즈』(2017) 『파우스터』(2019), 산문집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2020)를 썼고 영화 [이중간첩], [태양을 쏴라]의 시나리오와 [남한산성]의 기획에 참여했다. 부천 만화 스토리 공모전 대상, 세계문학상 우수상, CJ 오펜(O’PEN) 시나리오 작가 지원, 영화진흥위원회 기획개발 지원 사업에 당선되었다.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은 십여 편의 시나리오와 공모전에 당선되지 않은 수십 편의 이야기 역시 가지고 있다.
[예스24 제공]

<망원동 브라더스> 김호연의 동네 이야기 시즌2
청파동의 작은 골목길에 자리잡은 편의점.
우리네 이야기처럼 정겹고 따뜻한 이야기로
겨울의 매서운 한파가 유난히도 따스한 봄날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비좁고 작은 편의점 속에
사람 사는 이야기로 꽉 차 있는 아지트같아
요즘처럼 속 털어 놓을 곳이 없어 갑갑한 마음을
그곳 편의점 도시락 하나 사서 이야기 봇짐을 내려놓고 오고 싶은 심정이다.
그것도 우직한 편의점 알바생 독고에게 말이다.
노숙인이었던 그는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어눌한 말투를 숨길 순 없지만
최고의 카운셀러처럼 그 자리에서 무게를 담담히 감당하고
성실히 자리를 메워주는 진정한 보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독고에게 마음이 쓰였다.
알바하는 데 도움을 준 취준생 시현에게
작지만 큼 용기를 선물해주는 독고.
마음에 쌓여 있는 응어리가 어찌나 많은지
우리네 엄마를 보는 것 같아 그 사연이 참 가슴 아픈 선숙의 이야기를
잠잠히 들어주는 가슴 따뜻한 독고.
현실 속에서 삶에 너무도 찌들려 힘든
혼술하는 경만을 위해 추위를 피할 난로를 가져다주는 독고.
독고 씨는 조용히 다가와 선숙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곧 휴지를 한 뭉치 쥔 그의 손이 선숙의 눈앞으로 들어왔다.
"속상할 땐 옥수수..... 옥수수수염차 좋아요."
p105
아들에 대해 봇물이 터진 서러움이 독고 앞에서 쏟아져 나오는데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독고 때문이라도 기운을 내본다.
삼각 김밥에 편지 한통 부쳐 미운 아들에게 속마음을 조심히 내비쳐 줄
그 마음도 독고와 풀어낸 마음 앓이의 결론쯤으로
시원한 답이 되길 나또한 마음을 나누었다.
"확실한 거는...... 나는 원래 이렇게 살지 않았어요.
니는 사람들과 별로 나눌 게 없었던 거 같아요.
이런 따뜻한 기억이 별로 없거든요."
"따뜻한 기억이라면...... 무얼 말하는 거죠?"
"지금처럼 아가씨 같은 살마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눈다거나 하는 거요......"
p156
편의점이 무대.
온갖 인간 군상들이 드나드는 곳.
이 곳에 밤을 지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알바생.
탈북자인지 외계인인지 신원을 도통 알 수 없어 미스테리하다.
그런데 묘하게도 불편함에도 계속 이곳에서 푸념과 넋두리가 오간다는 것이다.
독고 씨가 있는 이 편의점에서
인경은 이곳이 자신만의 작업실이 되고
심신이 고단한 이들의 쉼터처럼 하루네 이야기를 나눈다.
술한잔 걸치기에 어색함이 없고
술을 깨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이 작은 편의점에서 말이다.
우리 동네 이야기처럼 편안한 현실 속 이야기꽃이
편의점이란 공간에서 피어날 수 있어 마음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걸까.
어색한 듯 불편한 경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토록 따뜻하고 인간적인 마음을 느낄 수 있다니.
게다가 애뜻하고 애잔함 속에서 눈물을 훔치다가도
웃음으로 털어내는 그 모습 때문에 더 슬프고 따뜻하다.
내가 기대어 살았던 공간 밖에서도
사람과 통할 수 있어 사람 냄새나는 그리움을
이 곳에서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더 짠하고 느껴지고 연민을 느꼈는지도 말이다.
편의점 참치 김밥에 샌드위치 하나 사와서 점심으로 한끼 해결하고
바깥 공기를 느끼러 나가봐야겠다.
주변을 좀 더 둘러보며 자꾸 드나들고 싶은 내 아지트를 나도 좀 찾아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