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을 향해 헤엄치기
엘리 라킨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햇살을 향해 헤엄치기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엘리 라킨
ALLIE LARKIN

엘리 라킨은 이타카 컬리지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세인트 존 피셔 컬리지에서 작문을 공부하며 첫 작품인 《기다려(STAY)》의 초고를 완성했다. 이후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글쓰기를 향한 갈망을 잊지 못해 직장을 그만두고 글쓰기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첫 장편소설인 《기다려》와 차기작인 《나는 왜 당신이 될 수 없는가(WHY CAN’T I BE YOU)》가 큰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섰다. 《나는 왜 당신이 될 수 없는가》는 곧 영상화될 예정이다. 현재 라킨은 남편 제레미와 겁 많고 충직한 저먼셰퍼드 스텔라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역자 : 이나경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르네상스 로맨스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메리, 마리아, 마틸다》 《어쌔신 크리드: 르네상스》 《어쌔신 크리드: 브라더후드》 《불타버린 세계》 《세상의 모든 딸들》 《피버 피치》 《애프터 유》 《로그 메일》 《세이디》 《프랑켄슈타인》 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햇살처럼 따뜻한 위로 속에서

다시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힘이 있는 책.


아픔과 상실이 주는 고통 속에서

영원히 헤매일 것만 같지만

사실 나를 지탱하고 있었던 주변을 바라보면 아직 삶을 살아갈만하다.


혼란한 상황들에 부딪혀 살다보면 다시 일어날 힘이 상당히 고갈된다.

그럼에도 이따금 책을 보며 또 다른 결의 위로를 얻으며

다시 걷게 되는 것 같아 두 다리에 힘을 모으는 연습을 위해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아무것도 영원한 건 없는데, 넌 영원한 결정을 하려고 하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세월이 보이기 시작하면, 가장 두려운 일은 충분히 열심히 사랑하지 않은 것이란다.

사랑이 잘 되면, 우리는 안녕을 고할 때를 선택하지 않아.

그건 그냥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지.

그러니 네게 가능한 건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어라 사랑하는 것뿐이야.'

p563


실패한 인생이란 자책으로 평생 자신을 괴롭히며

이 일들이 하나의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내일도 멋진 아침을 꿈꿀 수 있다면

인생을 사는 게 마냥 괴롭지는 않아 보이지 않는가.


삶을 계획하는대로 살아갈 수 있는가.


그런 오만함 속에서 여전히 갇혀 산다면

당장 상실 속에서 위로하는 법을 찾길 바란다.


시간이 지나고나서야 상처도 끌어안게 되고

좋은 일을 기억할 순간이 찾아온다.



뜨거운 물이 다 떨어질 때까지 욕실 바닥에 주저않아 있었지만,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나는 거기 앉아서 목까지 차오르는 고통에, 가슴을 찢는 고통과 정말로 외롭다는,

항상 정말로 외로웠다는 끔찍한 느낌에 숨이 막히지 않으려고 애썼다.

세상은 규칙에서 위안을 받는 사람들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에는 폭풍우 속에서 아빠가 독 위에서 죽는 걸 본 애들이 가득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p478


주인공 케이틀린이 가진 상처와 아픔.


이혼에 얼룩진 인생과 남은 것이라곤 애완견 바크뿐인 빈털털이 삶.


그런 불안한 밤들을 혼자 외로워하고 고군분투하며 살아왔던 그녀의

심리 묘사 속에서 묘한 동정심을 느끼게 한다.


결혼 생활이 주는 안정감도

그녀를 단단히 지탱해줄 무언가가 상실된 텅빈 마음을.


그럼에도 곁을 지키는 바크와 주변 인물들이

그녀의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다.


모든 면에서 최고인 환희.

그때 우리는 온전히 살아있었다.

p345


"밀어내버려. 하늘의 구름처럼.

감정에 휩싸이는 건 나중에 해도 된다.

이건 명상이야. 도움이 된다면 주문을 찾아."

p528


케이틀린의 삶이 처절하고 비극적으로 보이는 듯하나

그녀를 위로하는 이들에게서 사랑하는 법도

다시 웃는 법도 배우는 시간이 된다.


그녀의 할머니 나넷은 나에게도 깊은 영감을 주는 인물이었다.


네넷이 주는 힘있는 에너지는

나이와 비례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여자로서의 삶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대범함을 노년의 여유로움과 가벼운 위트 속에서

안온함을 느끼게 되는 건 왜 일까.


내던져진 인생처럼 망가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책 속 인물들의 강한 연대와 주인공 케이틀린의 향한

아름다운 지지와 응원이 나에게도 따뜻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아직 삶을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진행 중인 이 긴 레이스를

우린 넘어지기도 일어나기도 뛰기도 한다.


잠시 땀을 닦고 쉬어야 할 때라면

충분히 목마름을 해소하며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돌아온 길을 천천히 살피는 것보다

남은 긴 여정을 또 다시 한번 땀흘리며 뛰어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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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가장 긴 실만을 써서 무늬를 짠다
타스님 제흐라 후사인 지음, 이한음 옮김 / EBS BOOKS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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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가장 긴 실만을 써서 무늬를 짠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타스님 제흐라 후사인
타스님 제흐라 후사인(TASNEEM ZEHRA HUSAIN)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퍼즐에 푹 빠져 있었다. 숨은 패턴 찾기든 단어 맞추기든 논리 퍼즐이든 보이기만 하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연보다 더 두뇌를 자극하는 것은 없었기에, 물리학에 푹 빠지게 된 것은 필연이었다.

끈 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파키스탄 여성으로서는 최초였다. 그 뒤로 11차원에서의 초대칭 플럭스 배경을 분류하는 연구를 했다. 이탈리아에서 대학원생으로 있다가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 생활을 했다. 연구원으로 있을 때 고향인 라호르에 LUMS 과학공학대학 설립을 도왔고, 지금은 바로 그곳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창의성이 예술에서와 마찬가지로 과학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개념, 개념을 다루는 온갖 방식, 그 상호 작용이 우리 자신과 우리의 생각을 빚어내는 과정에 관심이 많다. 여러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고, 성인과 청소년을 위한 교양 과학서 편집과 발간에도 참여하는 이유다. 현재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머물고 있으며, 두 번째 책을 집필 중이다.

역자 : 이한음
서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공부했으며, 글을 쓰고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바스커빌가의 개와 추리 좀 하는 친구들〉, 〈청소년을 위한 지구 온난화 논쟁〉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노화의 종말〉, 〈바디: 우리 몸 안내서〉,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논픽션과 픽션의 중간쯤으로 보이는

내용 전개나 구조가 특이한 책을 만났다.


여성 물리학자가 쓴 소설로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거쳐

물리학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풀어낸 멋진 소설이다.


지적 호기심은 물론이고 세계를 탐험하는

연구자들의 시선과 닿지 못했던 과학의 세계 안에

조금씩 스며드는 기분이 들었다.


딱딱한 과학서, 학술서로 접근하기 보다는

묘한 감동과 시적 표현들이 난무하는

아름답고 경의로운 책이란 생각을 떠올리게 만든다.


담고 있는 과학적 이론과 설명이 책을 술술 넘기게 하고 있진 않지만

천천히 호흡하며 곱씹고 넘어갈 부분들이 많아

이 책은 굉장히 호흡이 긴 책이라 봐야 한다.


조금씩 꺼내 먹는 달달한 디저트처럼

어려운 과학을 다양한 문학 작품과 어울려

읽는 재미가 배가 되는 기분을 천천히 스며들어 읽기 권하고 싶다.


하늘의 혜성은 태양에 얽매여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도는 천체라고 설명되었다.

꼬리를 태우면서 날아가는 혜성은 어떤 무시무시한 질병을 퍼뜨리는 존재가 아니었다.

더 이상 "불길한 전조"와 "미래 세대에 닥칠 불행의 조짐"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불타는 모습은 그 어떤 전조가 아니라, 그저 태양을 도는 우리 행성처럼 확실하게 규정된 궤도를 따라

지루하게 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혜성은 운명의 전령이 아니었고, 따라서 두려워할 대상도, 인간사에 조언을 해줄 존재도 아니었다.

p123


현상을 현상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많다.


우주의 여러 현상들을 단순히 다양한 운동의 통합으로 이해하고

지구에 작용하는 현상이라고

여기는 정도로 생각을 이해하고 넘어가도 좋지만,

운명을 판가름 하는 듯 혜성의 불길한 전조를 점치며

자신의 운명마저 그에 맡기는 모습이 조금은 아이러니 해진다.


인간이 우주 탐사와 정복에 앞장 서고 있지만

한편으론 운명에 속박되어 있는 모습 같아 의아하다.


오히려 규정된 궤도를 돌고, 끊임없는 반복되고 있는 자연 현상에

그저 속박되어 있는 건 천체인데

작은 선입견에 빠져 큰 그림을 볼 줄 모르는

인간의 옹졸한 모습이 유난히 작아보이는 건 왜 일까.


'시공간의 모양'을 이야기할 때 생기는 한 가지 문제는

시공간이 무형의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시공간이 휘어져 있다는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고등 수학을 더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우리 자신,

우리의 놀이터가 속한 세계의 모양이 바뀐다는 것뿐이다.

p231


어쩌면 양자역학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가장 강력한 교훈은 이것인지도 몰라.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것 말이야.

겉으로는 별개인 양 보이는 것들이 더 깊이 파고들면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경이로운 근본적인 현실의 서로 다른 측면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나.

아마 자연의 진정한 모습이 감당할 수 없을 만치 엄청난 까닭에 우리는 걸러진 이미지만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몰라.

p297


우리가 중력이라 부르는 것이 휘어진 기하학의 한 표현이라면

질량을 가진 물체도 빛도 휘어질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별에서 오는 빛이 태양을 스칠 떄

살짝이  경로를 바꾸게 된다는 걸

이미 그 옛날 아인슈타인은 방적을 통해 빛이

휘어지는 정확한 각도까지 예측하였으니 실로 놀라울 뿐이다.


이런 지적 호기심이 가득찬 밤이면

밤하늘의 별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캄캄한 우주 공간안에서 천제가 숨기고 있는

많은 비밀들을 하나씩 파헤쳐 볼 때 오는 쾌감과

아직 모르고 있는 자연의 범주 안에서

우린 얼마나 예의를 지키며 사는지도 고심하게 만든다.


물리학에 빠져들면 혼란만 가중한다고 생각하고

입자와 파동이 뒤섞인 영역 너머에서

너무 먼 발치에서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 끝이 어딜까 싶어 아득하기만 한 자연의 짜임새를

쉽게 간파하긴 힘들겠지만

작은 조각이라도 그 실마리를 가지고 과학적 발견을 이루어가는

연구자들의 노고와 다양한 이론을 결합시켜

굉장한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단번에 간파할 수 있는 책은 결코 아니다.


학문적, 문학적 접근이 굉장히 신선했던 책이라

이 책이 담고 있는 풍성한 과학 이론들 안으로

좀 더 가까이서 그 세계를 동경하며 관찰해 보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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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초등 맞춤법 - 틀리기 쉬운 단어들만 알면 나도 맞춤법 박사!
정가영 지음 / 경향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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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초등 맞춤법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정가영
대학에 갈 때는 우리말이 좋아서 초등국어교육을 전공했고, 대학원에 갈 때는 그림이 좋아서 초등미술교육을 전공했다. 지금은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교실에 앉아 아이들과 소소한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학교 안팎의 아이들 모습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모아 2017년부터 웹툰 ‘이래 봬도’ 시리즈를 네이버 도전만화, 초등 아이스크림 사이트에 쉼 없이 연재 중이다.

웹툰 보기 NAVER.ME/GTMNLJZ7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초등 맞춤법의 좋은 가이드가 되는 책을 만났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러스트로 쉽게 이해할 수 있어 가장 좋았다.


틀리기 쉬운 맞춤법을 알기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어

아이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예전엔 일기쓰기가 숙제였기에

과제처럼이라도 글을 쓰는 연습을 했었다.


그런데 요즘 작은 아이를 보면

문장의 글을 쓸 일이 줄어

어휘에 대해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하고 있다.


때마다 틀린 글자 정도를 짚어주고

자주 틀리는 낱말을 보면

비슷한 소리가 나는 낱말들끼리 헷갈려서 틀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런 취약점을 제대로 짚어주고 있는 책이었다.


가,나,다 순서대로 낱말을 다루고 있다.


등장하는 채소 캐릭터의 친구들과 재미있게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어휘를 구분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마음에 드는 책이다.


예를 들어

낫다 vs 낮다


낫다는 원래 것보다 더 좋다,

낮다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다는 뜻으로

책에서는 두 의자의 색을 비교하며

"이 색보단 이 색이 낫다, 그치?"

높이가 다른 의자 둘을 비교하며

"좀 더 낮은 것으로, 이 의자는 어때?" 라며

채소 친구들이 대화를 나눈다.


"전에 본 것보다 높이도 더 낮고,

색깔도 더 낫고."


한번 더 두 낱말을 문장 안에 어울리게 만들어 대화를 마친다.


수군수군과 수근수근

엎지르다와 업지르다

역할과 역활

오랜만과 오랫만

왠과 웬


낱말들이 헷갈리기 쉬운 것들이라

틀리기도 여러번이었던 낱말을 쉽게 풀어 설명해주고 있다.


구체적인 상황을 예를 들어

두 채소 친구들의 대화를 따라 읽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기에 조금 어렵게 생각했던 낱말까지도

이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맞춤형 어휘책이라

 이 책으로 바른 어휘 공부에 도움이 될만하다.


쉽게 볼 수 있는 책이라

초등 저학년 친구들부터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책으로

어려운 어휘 공부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재밌는 책으로 초등 맞춤법 정복을 이 책으로 입문해봐도 좋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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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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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박애희

헤매고 흔들리는 사이, 결코 젊다고는 할 수 없는 그러나 많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란 진실을 마주한 후부터 기쁨보다 아픔, 높은 곳보다 낮은 곳, 강한 것보다 약한 것, 눈부신 것보다 스러져가는 것들을 더 많이 사랑하리라 다짐하며 살고 있다.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연약하지만 다정한 마음으로 쓴 글이 읽는 이의 마음에 작은 물결처럼 일렁이길 소망한다.
기대와 다르게 언제나 조금씩 어긋나는 삶 속에서 어떻게 생의 의지를 지켜가야 하는지, 울고 화내고 방황하면서 어떻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썼다.
13년 동안 KBSMBC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했으며, 사랑하는 엄마를 보내고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 쓴 책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등 세 권의 책을 펴냈다.
누군가 당신은 어느 편인지 묻는다면
준비해놓은 답이 하나 있다.
“슬픔의 편.”
슬퍼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삶과 인간에 대한 속 깊은 헤아림, 슬픔을 알고 있는 사람이 품은 연민과 진정성. 이런 것들이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인생이 기쁨보다 슬픔에게 자주 자리를 내어준다는 것을 깨달은 어느 날부터 슬픔과 관계를 맺고 있는 고통, 불안, 상실, 좌절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읽고 쓰고 있으며 그 안에 숨겨져 있을 생의 기쁨과 의미들을 찾느라 날마다 고군분투 중이다.


[알라딘 제공]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나이가 들수록 더 위축되는 마음의 크기는

내가 불안을 이겨내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저 작은 구멍만 보이면 들어가 쉬고 안주하길 좋아했고

전보다 더 사람과의 관계를 멀리하고 숨어 지낸다.


자기 방어 측면에서 부딪히지 않으려 나름 고심하는 방법이라지만

꽤나 고독하고 지독하게 외로운게 큰 흠이다.


슬픔과 아픔을 대하는 나의 소극적인 태도가

이따금 답답하게 비춰질 수 있겠다 싶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하소연도 해보지만 크게 나아지지 못하는 걸 경험해 본 바 있기에

여전히 존재하는 이 고통 속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슬기로운 태도와 생각을 책 속에서 찾아보았다.


인생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는 시간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실패와 시련의 순간들이, 상실의 서러움과 그리움에 먼 곳을 바라보던

외로운 나날들이 결국에는 다시 생의 선물로 돌아온다는 진실을 확인하며 느릿느릿 걸어가는 할머니를 그려볼 때면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 후르츠>가 생각난다.

p138


오래 살수록 인생은 더욱 아름다워진다고 믿고 싶었다.


내가 중년에 접어들면서 지나가는 노인들의 모습도

나이 들어가는 내 부모님의 모습도 그냥 훑어보지 않고 유심히 관찰하게 되는 건

마음이 많이 기울어져 있어서인가보다.


당신들의 시간 속에 더 많은 아픔과 이별과 상실과 슬픔을

경험했을 것이 분명하기에

그 생을 버틴 그들을 보면서 참 아름답고 성숙해지는 것에 대해

다시금 나이듦에 대해 곱씹어보게 된다.


주름이 깊어지고 몸이 예전과는 다르지만

살아온 삶과 버텨낸 정신을 바라보면

그저 존경의 마음을 보낼 뿐이다.


조용히 그런 내 노년을 생각해보면

그리 나쁘지 않을거란 기대와 희망 속에서 나도 늙어가리라 믿고 싶다.


빛을 잃어가는 듯 보이지만

전과는 다른 색으로 더 주변을 아늑하게 품어주는 온기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워진다고 굳게 믿고 싶으니까 말이다.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힘겨운 시간이 저 멀리 오랜 시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때마다 궁금해진다.

그런데 어떻게 세상은 무너지지 않고, 생은 또 생으로 이어지고 있는 걸까.

음악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의 선의와 연대 덕분일지도 모른다고.

p204


이번 생은 망한 것 같은 낙심과 좌절과 분노 속에 빠져있을 땐

딱히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침참하고 혼자 고독을 씹으며

나만 이토록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지껏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었다는 말을 실감하는 건

항상 나를 지켜주는 주변의 애틋한 시선과 마음이 늘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 덕분에 그들 때문에

지금의 시간들을 무사히 지킬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기쁜 일에 더 내 일처럼 기뻐하는 그 사람들.


끊어질 수 없는 연대 속에서 내가 아직도 그들과 살아가고 있다는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

인생은 아직도 살아볼만하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많이 존재하는 것 같다.


뼈를 때리는 듯한 아픔도 흘러간다.


더 침착하지 못하게 행동하고 좌절했던 그 시간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만도 했고 그렇게라도 해야했기에.


잘 살아가는 법을 지금도 배우고 있고

늘 시행착오를 겪는다.


지금의 불안과 두려움도 분명 잘 버텨 나갈 거란 확신과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면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불안과 행복을 오가며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할테지만

살아갈 날들에 대한 희망은 늘 내 안에서 빛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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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어느 날의 물건 - 일러스트레이터 배현선의 사는 마음
배현선 지음 / 자그마치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사사로운 어느 날의 물건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배현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씁니다.

어딘가 어설프지만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을 좋아합니다.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오늘부터 휴가》 《우엉이와 오니기리의 말랑한 하루》 저자

인스타그램 @BAEHYUNSEON @3MONTHSSHOP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물건과

행복한 하모니를 이루며 살아가는 맛이란

꽤 유쾌하고 즐겁다.


그런 행복감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지금 내 주변의 것들을 하나씩 곁에 두고

더 알뜰히 살피며 애정 듬뿍 마음을 담아두고 싶어진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건

이  물건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내 곁을 지켜주었던 다정한 물건들.


이 다정한 시간을 추억하며 책장을 조용히 넘겨본다.

책이 좋은 이유는 무얼까, 사람들은 왜 서점과 도서관을 찾고 책을 읽을까?

책을 펼쳐 종이 위에 빼곡하게 인쇄되어 있는 활자를 먼 시선에서 바라보고

차르르 소리가 나도록 책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겨보았다.

익숙한 이 물체가 마치 조금 전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양 새삼스럽게 이리저리 살펴보고,

손에 들고 쥐었을 때의 적당한 두툼함을 느끼며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게다가 그것을 두고두고 온전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축복이다.

p42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지극히 오래된 취미인 독서가 날 오래도록 붙들어주고 있다.


책에 기대어 살아왔던 시간이

지금은 너무 감사하다.


작년부터 집 안에 있는 시간이 자연히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시간을

더 오래도록 책 속에 머물러 있게 되어

갑갑한 시간을 좀 더 무탈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책의 물성이 좋아서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던 시간이

더 날 단단히 세워주고 있어 좋았다.


종이책은 언제나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함께

텍스트 속에 담긴 메시지들로 배부를 수 있어 행복하다.


오랜 시간을 책과 함께 버틸기 위한 체력이 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고작 네다섯 송이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집안은 생기가 돌고 기분은 한층 달뜨게 된다.

작은 사치를 부림으로써 스스로를 다독이며 소중하게 대해주는 것이다.

나를 위한 몇 송이의 꽃들은 분명 기쁨이 되어줄 것이다.

p162


정말이지 고작 한 송이라도 꽃을 꽂아 둔 공간은

뭔가 모를 생기와 활력이 생긴다.


가끔 서점에 들러 책을 사고

꽃집에 들러 많이는 아니지만 커피 한잔 테이크 할 돈으로 꽃을 산다.


거실에 둔 꽃이 주변을 더 아늑하게 하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분위기를 더한다.


작년부터 유독 꽃이 좋아서

눈길을 사로잡는 꽃을 보며 횡단보도 신호도 놓친 적이 많아졌다.


나를 위해 꽃을 사는 행위는 꽤 큰 만족을 더해준다.


삶의 소소한 기쁨이 되어주는 물건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작은 소비 생활로 나를 알뜰히 보살필 좋은 물건들이

내 곁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런 만족감으로 오늘도 내일도 살아갈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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