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수학가게입니다 - 십대를 위한 수학소설 ㅣ 탐 청소년 문학 16
무카이 쇼고 지음, 고향옥 옮김, 전국수학교사모임 추천 / 탐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수학가게입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무카이 쇼고(向井湘吾)는
1989년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나 도쿄대학을 졸업했다. 고등학교 재학 중, 일본수학올림픽 예선에서 A랭크를 수상했고, 본선에 진출했다. 좋아하는 분야는 수열이다. 검도 4단으로, 대학에서는 검도부 정규 선수로 전국 일본학생검도우승대회에 출전한 바 있다. 《어서 오세요! 수학가게입니다》로 포플라사 소설 신인상을 받고 2013년에 데뷔했다.
역자 고향옥은
동덕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일본 문학을 공부하고, 일본 나고야대학에서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공부했다. 지금은 한일 아동문학연구회에서 어린이 문학을 공부하며 좋은 일본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 《나는 입으로 걷는다》, 《에이, 바보》, 《하모니 브라더스》, 《마이 스위트 대디》, 《도무라 반점의 형제들》, 《우리들의 7일 전쟁》, 《중학생주의보》, 《어서 오세요! 수학가게입니다》 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모처럼 도전해보는 수학소설을 만나보게 되었다.
공대생임에도 수학이 너무 어려워 늘 끙끙거렸던
대학시절을 떠올려보면서 잔뜩 긴장하면서 책을 읽게 되었다.
표지에선 아주 재미있는 소설책이란 가벼운 느낌이 들지만,
수학이란 단어만으로도 엄청난 중압감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초등 딸아이를 둔 학부모로써 주변 아이들이
기계적으로 연산을 척척 풀어가고 자기 학년보다도
더 높은 학년의 수학까지 소화하는 걸 보면
정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수포자가 많은 현실...
단순히 배우는데 큰 즐거움이 없고,
수학에 대한 엄청난 중압감과 함께 패배를 맛보게 된다.
현실이 참 씁쓸하다.
지금 어른인 내가 왜 그렇게 애를 쓰며 공부했었는지
그렇게 여유도 없고 허덕거리다 포기해야하나 매일 밤 고민했던 수학이 떠오른다.
그런 트라우마를 내 아이는 적어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란 생각에서
엄마인 나도 수학의 악몽에서 벗어나
좀 더 편하게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긴장된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고 소설책을 보듯이
담담하게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의외로 책이 재미있었다.
굉장히 딱딱하고 재미었는 수학 이야기일 줄로만 알았는데
십대를 겨냥한 수학소설이라 그런지
폭잡한 수식이나 엄청난 테크닉이 요구되는 고난이도 수학문제들이
등장하는 부담스러운 책이 아닌 것이다.
이 책의 스토리가 수학에 대한 고민들로 가득 찬
우리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고민상담소이다.
이야기의 설정도 참 재미있게 되어 있어서 요즘 책들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나오구나 싶었다.
단순히 수학적인 기호로 쓰여진 복잡한 구조가 아닌
이건 마치 소설 책을 읽으며 수학적인 요소가 간간히 들어가 있어서
감칠맛을 더해주는 재미있는 수학 소설이었다.
실제로 이런 수학 가게가 있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나또한 단골 고객이 되지 않을까.
세 종류의 방향이 존재하는 게 3차원이야.
전후, 좌우, 상하.
수학적으로 말하면, 가로뿐인 수직선 1차원. 거기에 세로가 더해지는 xy 평면 도형 같은 것이 2차원.
그리고 거게에 다시 높이가 더해지는 입체 도형이 3차원."
"하지만 말이야, 만약 지구에 산과 바다 같은 오목하고 볼록한 요철 공간이 없다면,
우리는 전후와 좌우 이동만으로도 생활할 수 있는 거잖아?"
"3차원 구체 표면에서만 살아간다면, 2차원적 이동만으로도 충분해.
실제로는 하나 낮은 차원 이동으로도 충분하다는 거지."
- 책 중에서 -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원리적 개념을 차근차근 짚어주는
수학 가게..
애미하고 이해하기 힘든 것들을
계속 풀이하고 풀이해 나간다.
읽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이다.
나도 책을 보면서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하루카를 공감하면서 멍해지고 했는데
뭔가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어서인지 방향성을 찾아갈 수 있었다.
절대 이해되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비유나 설명이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3차원의 우주는 4차원의 표면이라는 말이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코끼리 몸에 올라간 개미 이야기를 비유로 들어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귀가 큰 코끼리와 작은 개미..
코에 한 마리, 귀에 한 마리, 개미들은 자신이 보는 광경이 전부하고 믿으며 평생을 살 것이라는 상황이
아주 적절한 비유와 설명이었다.
우리는 개미고, 우주는 코끼리.
하지만 실제로는 코끼리가 걷는 곳은 땅바닥, 다시 말해 지구다.
다시 그 지구 바깥쪽에 진짜 우주가 있는 것이다.
코끼리의 형태조차 모르는 개미들은 그 코끼리마저도 능가하는 거대한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운반되는 것이다.
- 책 중에서 -
우리집 옆에 이런 수학가게가 있다면
수학포기자였던 나 역시도 다시 잃어버렸던
수학의 회복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모처럼 정말 재미있게 수학을 즐겼다.
즐겼다라는 표현이 정확히 맞다!
정말 거부감과 부담감이 큰 수학이였지만,
고민상담소를 통해 모르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어서
거기에서 오는 성취감이 꽤 컸다.
그래서인지 내가 관심없었던 분야라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조금은 탈피할 수 있었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과
수학에 대한 용기가 생기는 놀라운 힘이 있는 책이었다.
늦지 않았다!
고민 거리를 안고 수학가게에 노크해보자!
함께 친구처럼 편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수학적 고민과 이해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