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쉬운 글의 힘
손소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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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을 쓰고 출판하는 과정의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

작가로 활동하면서 인생의 2막을 준비하거나

독서에 빠져 지내다 글쓰는 재미에 푹 빠진 이들까지..

다양한 사연들을 가진 이들의 삶에서 말보다 글의 힘이 강하게 어필되고 있다.

책이 좋아서 읽고 쓰는 생활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기에

서평이 주를 이루는 글을 쓰긴 하지만

뭔가 체계적으로 배워본 적 없는 글쓰기의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만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도,

어떤 글이 과연 좋은 글인지 고민하는 사람도,

글을 쓴다는 사람이면 한번쯤 고민하고 궁금했던 점을 해소시켜주는 친절한 책이라 말하고 싶다.

좀 더 나은 결과물로 다듬어지는 과정을

알고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잘 설명하고 있으니 천천히 스며들듯 따라가보시길 바란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쉽고 간단하게 단순화한 짧은 글이 모든 글의 기본입니다.

글이 꼭 어렵고 거창해야 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글에 오히려 힘이 있으니까요.

짧고 쉬운 글이 좋은 글입니다.

읽기 쉬운 글이 쓰기도 쉽고,

쓰기 쉬운 글이 읽기도 쉽습니다.

복잡한 건 머릿속에 남지 않고,

읽기 힘든 글은 마음에 와닿지 않기 때문이죠.

p61

짧고 간결하게 글쓰기는 나에게 큰 과업처럼 느껴진다.

문장을 길게 늘려 쓰는 것에 익숙해서인지

짧은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겐 맞지 않은 옷처럼 불편했다.

문장 전달력이 짧은 글이 훨씬 좋다는 걸 알기에

글쓰는 습관을 좀 더 고쳐보고자 마음 먹어본다.

아무래도 장황한 문장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이해도 면에서도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기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삶의 좋은 순간들을 글로 붙잡아두자'입니다.

우리의 생존 본능 때문에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더 강하게 더 오래 남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글로 기록해놓지 않으면 우리가 막상 기억하고 싶은

행복한 순간들부터 하나씩 사라져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같은 일도 조금씩 다르게 기억하기도 하니까요.

매일의 기록, 일기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p139

일기쓰기는 가장 좋은 글쓰기의 도구가 된다.

꾸준히 써오지 못하고 특별한 날만 가끔

끄적거리는 형태로 다이어리에 기록을 하긴 하지만

일년이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에서 보면 기록의 양이 참 부끄러울 정도로 적다.

독서 노트보다 일기를 더 적게 적은 걸 보면

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현재까지는 독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좀 아쉬운 생각이 드는 건,

지나온 시간들이 그리 의미없던 날도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날도 많았지만

하루에 일어나는 일과 속에서

내가 느끼고 깨닫고 경험한 기억들이 잘 떠올려지지 않아 아쉬울 때가 있다.

'사소한 것이라도 좀 기록해 둘 걸'

'한 줄이라도 짧게 써둘 걸'

후회와 아쉬운 마음이 커지는 걸 보면

마음 잡고 이젠 일기 쓰기에 좀 더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싶다.

기쁨도 슬픔도 삶의 모든 순간을 붙잡아두는 건

흘러가는 말이 아니라 기록의 글뿐임을 말이다.

자서전도 마찬가지 선상에 있다.

일기도 자서전도 나를 위한 글쓰기라는 점에서

둘은 다른 듯 비슷해 보인다.

어쨌든 내 이야기를 풀어 쓴다는 점에서

나에게 의미있는 시간을 추억을 남겨준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인 글쓰기가 아닌가 싶다.

좀 더 글을 쓰는 이유와 명분을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살펴보고

짧고 쉬운 글쓰기의 강점을 책 속에서 체득하여

다듬어지고 완성 되어가는 글로 성장할 수 있길 나또한 바래본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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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
이치호 미치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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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유일했던, 단 하나뿐인 운명적 사랑 이야기




기다려 엄마, 친구랑 약속했다고. 빛이 있는 데, 빛이 있는 곳에 있어야 돼.

하지만 빛은 이미 사라졌다. 엄마는 평소보다 더 빠른 걸음걸이로 걸어서 손을 놓으면

나를 그냥 두고 뛰어 가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괜찮다, 마음속의 내가 말한다.

엄마가 나를 두고 간다면 카논이 있는 데로 돌아갈 수 있다.

함께 황록이를 묻고 카논과 놀아야지. 어두워져도, 내일이 돼도, 쭉.

하지만 엄마는 내 손을 세게 잡은 채 놓지 않았고 나는 엄마에게 반항하지 않았다- 늘 그렇듯.

p69

유즈와 카논, 다른 듯 닮은 그들의 동성간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의 유대관계가 좋지 못했던 유즈.

카논 역시 평범함과는 조금은 다른 사고를 가진 엄마 밑에서 자라왔고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다.

유즈와 카논은 유년시절 굉장히 긴박한 상황을 목격하게 되면서

짧고도 강렬한 첫 만남 후 얼마되지 않아 또 이별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다시 둘은 또 뜻하게 않게 재회하게 된다.

꽤나 긴 시간동안 많은 성장이 있었던 카논.

외모도 성적도 뛰어난 아이로 변해 있었지만,

그녀를 둘러싼 삶의 배경은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해보였다.

서로가 가진 아픔과 결핍들을 채워주려

서로의 빛이 되어준 두 사람.

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 라는 말로 나를 붙들어 매고 가버린 그 아이.

나는 지금도 나의 일부가, 그 부슬비가 내리던 밤중에 남아있다는 기분이 든다.

아직 익숙지 않은 거리의 야경이 엷게 고인 눈물로 번진다.

가로등을 지날 때마다 나를 두고 달려가 버린 카논의 뒷모습을 찾았었다.

카논이 없어지고 나서, 그 단지에 딱 한 번 간 적이 있다.

p220

둘은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을 반복한다.

결혼 후 두 사람의 기억 속에 서로의 존재를 잊혀진 걸까 싶지만

여전히도 그들에겐 반짝이는 존재로 남아 있다.

함께 한 시간보다 떨어져 있던 시간이 많음에도

이토록 가슴 시리게 그리움 가득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뭔가 다시 재회해서는 큰 접점을 통해

둘의 만남이 더 끈끈해지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

헤어짐이 없는 영원한 만남을 기대하게 만든다.

어쩌면 마음 속에 새겨진 깊은 사랑의 길이

보여지는 표면적 사랑보다도 더 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보이는 이로 하여금 더 아프고 슬프게 느껴지니 그저 애처롭다.

우리는, 계속 이런 식일지도 모른다. 잠깐의 소소한 행복과 이별을 되풀이하는 <캐논>.

그렇다면 다음 음표의 위치는 이미 정해져 있다.

앞서가는 차의 타이어가 바닷물을 내뿜듯 물을 튀겼다.

도희의 네온과 신호등은 얕은 강이 된 노면에 색을 떨어뜨렸고, 그 무질서한 색채를 보며

예배당의 스테인드글라스와 미사 시간을 떠올린다.

하지만 신을 향해 딸이 무사하기를 기도할 마음은 안 든다.

왜냐하면 기도하면 할수록, 그게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p427

긴 텀과 시간을 두고서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애틋함을 느끼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서로의 멈춰버린 시간 안에 그 사람이 영원토록 머무는 유일무이한 존재.

소설을 통해 느껴지는 이 감정이 낯설지만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사랑은 완전하지 않아 더 아름답다고 해야할까.

서로의 불완전함 속에서 완전함을 찾아가는

긴 시간동안 서로가 쌓아온 깊은 감정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삶의 빛처럼 반짝거리며 꺼지지 않을 것만 같은

희망으로 다가온 사람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너무 슬프게 다가오는 책이다.

동성간의 사랑 이야기가 낯설긴 했다.

두 사람의 좁혀질 듯 좁혀지지 않는 간극만큼이나

서로의 별이 되어 멀리서 지켜보게 되는 먼 발치의 사랑이

안타까우면서도 사뭇치게 아름다운 하나의 사랑 이야기로 기억될 것만 같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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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게 두오! : 괴테 시 필사집 쓰는 기쁨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배명자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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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시 필사집




텍스트 가득한 책을 읽다가도 마음의 쉼이나 느린 속도의 독서가 필요할 때는

아주 가끔 시집을 꺼내 읽는다.

급하게 무언가 기록으로 가득 채우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곱씹게 되는 음미의 시간에는 시집이 제격이다.

넘기는 속도감의 집착에서 벗어나

복잡하게 얽힌 생각들을 정리하는 휴식의 시간이 필요했다.

곁에 두고서 읽고 싶은 시집으로 손꼽히는

괴테의 시는 마음과 눈길을 멈추게 하는 깊이가 있다.




신도 인간도 싫고

아무것도 가슴에 와닿지 않는

그런 날이 있다

예술이라고 다르겠는가?

만족과 힘은 결코 멀리 있지 않으니

좋지 않은 때에 자신을 닦달하지 마라

힘 빠진 시간에 잠시 쉬어간다면

좋은 때에는 두 배로 힘이 나리니

p56

의연하고 호기롭게 인생을 살아가려 힘을 내지만

도저히 힘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아주 가끔 또는 빈번히

느닷없이 닥치는 내 안의 경고음을 난 인지하기에

그 시간은 잔뜩 움츠려 있다.

뭔가 더 나서서 하지 않고 동굴 속에 들어가 때를 기다린다.

힘이 빠진 시간.. 나에겐 억지스러운 응원보다

그저 그런 나도 괜찮다는 망가진 날 가만히 바라봐 줄 여유와

쉼이 더 필요하다.

숨을 고르듯 이 시간을 너무도 필요했었던 것처럼

정말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시간에 기대어

천천히 때를 기다리며 닦달하지 않는 나이고 싶다.

걱정 말고 과감히 빙판 위로 나아가라

가장 대담한 사람조차 가보지 않은,

너보다 앞서 길을 내지 않은 곳이라도

스스로 길을 내어라

사랑하는 내 심장아, 가만히 있어라

우지직 갈라지는 소리 들려도

깨지진 않는다!

깨지더라도, 너까지 깨지진 않는다!

p76

난 생각보다 용기가 없는 겁쟁이다.

뭔가를 쉽게 결정하는 것도 주저할 때가 많고

새로운 시도는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예민하고 소심할 때가 많았다.

그런 나도 이 틀을 조금씩 깨고 나오는데는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

결국은 스스로가 좀 더 용기낼 수 밖에 없다는 것.

주변에서 아무리 많은 응원과 격려가 쏟아진다해도

마음의 결심과 용기를 먹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별 수 없이 그저 똑같은 매일을 반복하게 된다.

스스로 길을 내라는 말이 정답이다.

누구도 그 길을 만들어주지 못한다.

그 길 위에서 무얼 마주칠지 모를 두려움에 겁 먹고서 피하는

나의 옹졸하고 좁은 맘을 벗어 던지고

깨지더라도 깨지지 않을 마음의 빗장을 열고서

담대히 나아가보는 그런 용기.

나에게 지금 그 용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새로운 시작과 출발의 선 상에 서 있기 때문이다.

우지직 갈라지는 소리에 움찔하지 말고

나아가 볼 것을 스스로 다짐하게 만든다.

문학사적으로 굉장히 의미가 있는 작품이자

시 한 편 속에 담긴 괴테의 고뇌와 언어적 의미를

천천히 사유하고 해석하면서 긴 시간과 텀을 두며 읽었다.

게다가 필사할 수 있는 책이라 더 마음에 들었던터라

아끼며 조금씩 꺼내 읽는 소장 욕구가 생기는 책이었다.

시인의 삶이 그대로 묻어 있는 시를 읽고 따라 쓰면서

마음 속에 새겨지는 정성스런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인생의 축적이 담긴 시의 세계 속에서

괴테라는 인물의 삶과 영혼을 울리는 고전의 깊이 있는 사유를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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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곽미성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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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정복하지 못한 언어의 갈증을 느끼는건

외국어 마스터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과 염원이 큰 이유가 크다.

닿지 않는 닿을 듯한 뭔가 모를 모국어의 우위에 놓인 듯한

이 묘한 외국어를 향한 짐착을 아직도 내려놓질 못한거 보면

이젠 정말 미련인가 싶어진다.

학창 시절부터 줄곧 배워왔음에도 성인이 된 지금도

원어민과의 프리토킹 정도는 가뿐히 하고 싶은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내가 포기하지 못한 외국어 정복의 꿈과

모국어 사이의 애증과 언어 세계의 매력과 판타지를

담백한 고백으로 전해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두 언어 사이를 오가는 일은,

마치 손으로 모래를 옮기는 것과 같았다.

아무리 손을 꼭 쥐고 조심조심 움직여도 알갱이가 술술 빠져나간다.

지금은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완벽히 '치환' 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번역 혹은 통역은 언어의 '치환'이 아닌, 두 언어 사이의 대화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p106

번역본과 원서를 비교하면서 읽는 사람들이 있다.

나에게도 그런 인생 책이 있었으나

원서를 읽어내는 어려움이 컸지만

온전히 담겨있는 완전히 다른 언어의 세계에 대한 매력을

아마 그 때쯤 알게 된 것 같다.

직역한 문장을 번역해내는 놀라움과 센스를

감탄할만한 작품을 만나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두 언어의 조화로운 대화가 텍스트 안에 묻어 있고

그 글을 눈으로 읽어내면서 마음으로 새기는 과정.

서로의 독립된 개별의 존재를

중간 지점에서 하나로 이어 붙이기 쉽지 않은 과정을

아주 가끔 멋진 번역서로 만나보게 될 때의 희열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난 여전히 간절함과 기대로 책을 펼쳐 들게 된다.

비단 이 책의 저자처럼 프랑스어와 모국어 사이의

가깝지만 가깝지만은 않은 그 선을 넘나드는 관찰자적

생활자의 모습은 너무 날 것 그대로 생생하게 전해져서 좋다.

비슷하게 공감할 수 있는 독자의 취향을 저격해버린 것 마냥 말이다.

모국어의 세계에 속하지 못한 결핍도 있고, 프랑스어의 세계를 잃어버렸을 때의 결핍도 있다.

모국어로 생각한 것을 프랑스어로 표현할 때에도 결핍은 생기고,

프랑스어로 생각한 것을 모국어로 이야기할 때도 결핍은 느껴진다.

앞의 두 가지가 '그리움'에 해당하는 결핍이라면,

뒤의 두 가지는 언어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지 못하는,

로맹 가리가 말한 카멜레온의 고통에 가까운 결핍일 것이다.

p119

두 언어를 두 개의 방식으로 사고 할 수 있을까.

자라온 환경과 문화도 다른 곳에서

애초에 절반만 희석되어 살아가는 삶은 가능할지 모르겠다.

완전히 스며들기 위해선 어느 것 하나의 결핍은 두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결과일 듯 보인다.

'그립다'라는 정서를 프랑스어로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깊고 넓은 범위를 나타내는지

그 감정 하나를 싣는 것만으로도 뭔가 모를 한계가 극명히 보이는 듯하다.

두 세계를 다 담아낼 수 있는 언어를 만나볼 수 있긴 한가.

어떤 언어도 완전히 담을 수 없다는 말에 동감한다.

그런 결핍과 허기, 간극을 줄여나갈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해방되어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염원을 가득 담은 간절한 마음은 영원할테지만 말이다.

두 언어가 서로 가까이 가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그 마음이 그대로 보이는 책이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이는 건

나또한 닿지 못한 세계에 대한 간절함이 아직도 있기 때문이다.

해방을 꿈꾸지만 완전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가까이 닿기 위해 매일을 배우는 마음으로 외국어를 놓치 못할 것이다.

기분 좋게 밀려가기도 맞닿기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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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지음, 김이랑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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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제인 오스틴.

그 두번째 장편소설인 <오만과 편견>은

'다아시'의 오만을 향한 엘리자베스의 편견을 의미한다.

남자 주인공 '다아시'는 낯선 사람들을 어려워하고, 겸손함이 다소 부족한

오만한 고위급 귀족의 모습이 엿보인다.




"아니, 다아시 씨라고! 누가 그런 상상이나 했겠니? 그런데 정말이라고?

얘, 리지야, 넌 돈더미 위에 올라앉게 되었구나! 돈이다, 보석이다, 마차다, 제인은 댈 바도아니다.

비교가 안 돼. 정말 기쁘다. 리지, 정말 행복해. 얼마나 멋있는 남자냐 말이야!

잘생긴 데다 키도 늘씬하고. 리지야, 내가 너무 차갑게 대해서 미안하다고 전해 주렴.

물론 그 사람은 그런 건 문제도 삼지 않겠지. 귀여운 리지!

시내에 집을 갖게 되고! 얼마나 멋있니!

딸 셋이 결혼이라! 일면에 일만 파운드야!

아이고, 난 어떻게 된다지? 정신을 못 차리겠구나."

p464

당시 여성들은 가난이라는 현실적인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결혼이라는 걸 받아들이며 살았고,

18세기 영국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입지와 제약이 많았다.

베넷 가문의 부모 역시 배우자를 찾기 위해 매우 필사적인 모습이었다.

당시의 지배적인 결혼관이 작품 속에서도 뚜렷이 보여진다.

"자기가 한 일에 만족할 수 없더라도, 적어도 자기 마음 내키는대로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데서

커다란 기쁨을 느끼겠죠. 저는 다아시 씨처럼 자기 뜻대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어요."

"다아시는 자기 뜻대로 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누구는 그러기를 안 좋아하나요?

다들 마찬가지죠. 다만 다른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다아시는 부유해서다른 사람들보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은 것뿐이죠.

저는 진심으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장남이 아닌 차남은 극기와 의존에 익숙해야만 하는 법이죠."

"제 생각에는 백작의 차남이면 극기고 의존이고 그다지 알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대령님은 극기와 의존을 체험해 보신 때가 있으신가요?

돈이 없어서 가고 싶은 곳을 못 가셨다거나 마음에 드는 것을 손에 넣지 못한 때가 있으셨어요?"

"따끔한 질문이군요. 그런 성질의 어려움을 체험한 때가 있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좀 더 중대한 문제에서는 돈 때문에 골치를 앓는 일이 있습니다. 차남은 결혼도 마음대로 못 한답니다."

"재산 많은 여자를 바라지 않는다면 쉽게 할 수 있죠."

"저 같은 신분에 돈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결혼해 줄 만한 마음 넓은 여자도 많지 않을걸요."

p234-236

베넷 가문의 첫째 딸 제인은 착한 성품과 외모,

현숙한 여인의 모습을 띄고 있으며

반면 언니와는 다르게 둘째 엘리자베스는 당찬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자기 주장이 확실하고 자존감이 높아보이며

다른 자매와 달리 다소 독립적인 성격이 눈에 띈다.

그녀의 행동이 틀을 벗어난 모습으로 보여줘

타인에게는 반감을 사기도 한다.

무도회에서 만나게 된 오만한 모습의 '다아시'에게 반감을 갖게 된 엘리자베스.

반면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 만다.

첫인상의 편견이 굳어진 상태라 그런 다아시의 청혼을 거절하다

이들은 서로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쌓인 오해를 풀어나간다.

서로간의 틀을 깨어부수는 노력을 통해 사랑과 화합을 찾아가는

둘의 사랑 이야기가 마냥 그저 흐뭇하게 느껴진다.

편견없이 상대를 바라보고

진짜 그 사람의 가치와 중심을 발견할 줄 아는 모습에

얼마나 이들이 성숙한 사랑으로 발전하고 있는가를 곁에서 지켜볼 수 있어 행복했다.

누구나 함부로 상대를 쉽게 판단해서도 제단해서도 안된다.

엘리자베스 처음 다아시를 향한 오만함을 편견으로 가지고 있었던 점에서

그녀 역시 오만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서로의 갈등과 오해를 풀어가면서

진실된 사랑의 형태를 갖추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과 생각의 기준이 편견이 되어 버린

그 실타래가 조금씩 풀려가는 과정 속에서 진실이 밝혀지는 모습은

독자들 역시 이 둘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세밀한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가 더 흡입력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었기에

평단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뽑는 훌륭한 작품임을 인정하게 만든다.

시대의 사랑은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하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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