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인간도 싫고
아무것도 가슴에 와닿지 않는
그런 날이 있다
예술이라고 다르겠는가?
만족과 힘은 결코 멀리 있지 않으니
좋지 않은 때에 자신을 닦달하지 마라
힘 빠진 시간에 잠시 쉬어간다면
좋은 때에는 두 배로 힘이 나리니
p56
의연하고 호기롭게 인생을 살아가려 힘을 내지만
도저히 힘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아주 가끔 또는 빈번히
느닷없이 닥치는 내 안의 경고음을 난 인지하기에
그 시간은 잔뜩 움츠려 있다.
뭔가 더 나서서 하지 않고 동굴 속에 들어가 때를 기다린다.
힘이 빠진 시간.. 나에겐 억지스러운 응원보다
그저 그런 나도 괜찮다는 망가진 날 가만히 바라봐 줄 여유와
쉼이 더 필요하다.
숨을 고르듯 이 시간을 너무도 필요했었던 것처럼
정말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시간에 기대어
천천히 때를 기다리며 닦달하지 않는 나이고 싶다.
걱정 말고 과감히 빙판 위로 나아가라
가장 대담한 사람조차 가보지 않은,
너보다 앞서 길을 내지 않은 곳이라도
스스로 길을 내어라
사랑하는 내 심장아, 가만히 있어라
우지직 갈라지는 소리 들려도
깨지진 않는다!
깨지더라도, 너까지 깨지진 않는다!
p76
난 생각보다 용기가 없는 겁쟁이다.
뭔가를 쉽게 결정하는 것도 주저할 때가 많고
새로운 시도는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예민하고 소심할 때가 많았다.
그런 나도 이 틀을 조금씩 깨고 나오는데는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
결국은 스스로가 좀 더 용기낼 수 밖에 없다는 것.
주변에서 아무리 많은 응원과 격려가 쏟아진다해도
마음의 결심과 용기를 먹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별 수 없이 그저 똑같은 매일을 반복하게 된다.
스스로 길을 내라는 말이 정답이다.
누구도 그 길을 만들어주지 못한다.
그 길 위에서 무얼 마주칠지 모를 두려움에 겁 먹고서 피하는
나의 옹졸하고 좁은 맘을 벗어 던지고
깨지더라도 깨지지 않을 마음의 빗장을 열고서
담대히 나아가보는 그런 용기.
나에게 지금 그 용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새로운 시작과 출발의 선 상에 서 있기 때문이다.
우지직 갈라지는 소리에 움찔하지 말고
나아가 볼 것을 스스로 다짐하게 만든다.
문학사적으로 굉장히 의미가 있는 작품이자
시 한 편 속에 담긴 괴테의 고뇌와 언어적 의미를
천천히 사유하고 해석하면서 긴 시간과 텀을 두며 읽었다.
게다가 필사할 수 있는 책이라 더 마음에 들었던터라
아끼며 조금씩 꺼내 읽는 소장 욕구가 생기는 책이었다.
시인의 삶이 그대로 묻어 있는 시를 읽고 따라 쓰면서
마음 속에 새겨지는 정성스런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인생의 축적이 담긴 시의 세계 속에서
괴테라는 인물의 삶과 영혼을 울리는 고전의 깊이 있는 사유를 경험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