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자기만의 서재를 꿈꾼다.
나역시 나만의 편안한 공간을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놓고 사유의 공간 안에서
맘껏 유영하며 읽고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런 바램을 천천히 실현시켜 나갈 기대를 가지고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머릿 속 설계와 현실적인 절충이
잘 합을 이룬 그 때를 늘 갈망해왔다.
지금 현재 작은 방 하나를 서재로 쓰고 있다.
오롯이 책에 집중하고 쓰고 그리고 맘껏 즐길 수 있는
이 취미 공간을 매일 들락날락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하루의 에너지를 이 곳에서 충전해 나간다.
그런 나에게 모든 감각을 일깨워주는
좋은 영감의 공간과 그 안에서 지적 사유를 경험하는 작가들의 모습을
이 책 안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에 너무 흥분되고 기뻤다.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개별적인 공간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 어떤 분위기와 어떤 모습으로
창작 활동을 꾸려왔는지 넌지시 살펴보며 천천히 책을 음미하며 읽었다.
오웰은 한번씩 거실에서 글을 쓸 때도 있었지만,
주로 커다란 다락방의 어수선한 책상이나 침실에서 가운 차림으로 작업했습니다.
오래된 레밍턴 홈 포터블 타자기로 직접 원고를 쳤죠.
어떨 때는 타자기를 무릎에 올려놓고 균형을 잡아 가며 타이핑을 했어요.
점점 더 건강이 나빠져 기침을 하다가 피를 토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면서도 말아 피우는 담배를 끊임없이 피워 댔습니다.
블랙커피와 차를 많이 마셨으며, 작은 등유 난방기로 몸을 따뜻하게 데웠어요.
p57
오랜 시간 질병과 과로에 시달리던 조지 오웰은
스코틀랜드 주라섬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
작가의 고독함과 외로움, 결핵을 안고 있던 그의 모습을 보면서
대단히 멋져보이는 서재의 풍경은
내 머릿 속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건강이 점점 나빠지자 타자기 치기도 불편했던 그는
침대에서 글을 쓰는 것에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그조차도 깔끔하게 타자조차 칠 수 없었던 그의 마지막 모습이 그려진다.
섬 생활 당시에 그가 모든 공해로부터
과로한 생각을 상기시키지 않기 위해 은둔생활을 해왔던 건
스스로가 그 고독을 받아들이기 위한 차선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대단할 것이 없었던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그는 피를 토하면서까지 고통을 끌어안고 써내려갔던 곳이었다.
그래서 더 그 곳이 더 경건하게 느껴진다.
카시타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심지어 함부로 청소도 할 수 없는 아옌데만의 "신성한"공간이었습니다.
30초면 다른 세상으로 출근할 수 있었죠.
아무도 자신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전화나 인터넷도 놓지 않았어요.
고요한 분위기에서 오직 글쓰기에만 집중하는 이 순간은 마치 명상을 하는 것 같았다고 해요.
p106
스페인어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집필실은
자신만의 신성한 공간이었다.
오롯이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해요소들을 제하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이 공간안에서
몰입하며 사유할 수 있었다는 것에 도전을 얻게 된다.
애트우드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도 하지만,
누워서 혹은 몸을 반쯤 웅크린 채로 쓸 때도 있어요.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은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것입니다.
공책과 노란색 리걸패드를 즐겨 쓰는데요,
주석을 남기기 편하도록 여백이 있는 줄 간격이 넓은 공책을 선호하죠.
그런데 너무 좋은 공책은 쓸 때 마음이 불편하대요.
p140
20세기 캐나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틀 안에 형식화된 공간의 제약없이
다양한 장소에서 글을 쓴다고 한다.
창가든, 비행기 혹은 커피숍에서도
정해진 작업 공간 없이 이동하며 작업하는 모습이 멋져 보이기까지 한다.
커피를 굉장히 좋아했다고 하는데 글을 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까지 한다니
잘 마시지도 못하는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켜
애트우드를 따라해볼까도 싶어진다.
한동안 커피향을 맡게 되면 애트우드의 집필 모습이 머릿 속을 떠다닐 듯 하다.
체호프는 서재 밖 세상에서 자주 영감을 받았습니다.
체호프와 그의 글을 뒷받침해 준 것은 바로 정원이었죠.
그는 원예학과 꽃, 나무, 채소 재배에 관한 모든 글을 탐욕스럽게 읽었고,
인부에 의존하는 대신 자기 손으로 직접 정원을 가꿨습니다.
매일 정원 일을 하지 않았다면 글을 쓸 수 없었을 거라고 했죠.
p187
러시아의 천재 작가 안톤 체호프는 평범한 서재에서 글을 썼다고 한다.
집필실의 신성성보다 책상 위치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자신이 사랑하는 정원과 사과나무를 볼 수 있는 위치에 두었다고 한다.
건강이 좋지 않았ㄷ너 그가 마지막까지도 서재 창가에서 밖을 바라보며
영감을 얻으며 작품 활동에 몰두할 수 있었던 건
꽃과 정원이 주는 생기와 기쁨이
창작의 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자기 마음을 달래고 숨을 수 있는 공간이
집에 없는 자에게 애석한 마음이 든다."
저마다의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가진 글을 쓰며
치열하게 생을 살아가는 작가들의 모습이
멋지기도 아련하기도 서글프기도 한다.
그 어떤 곳이 되었든 집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일상의 작은 동력이 혼자만의 지극히도 개인적이고
고독한 공간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
비록 대단한 공간이 아니더라도
지금 펜을 들고 있고 있는 이 자리가
나의 멋진 창작활동의 아지트가 되기 마련이니
핑계 뒤에 숨지 말고 계속해서 쓰고 사유하며 살아가야겠다.
영감의 통로가 이어지는 건 바로 내가 있는 그 출발점에서 시작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