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마음 상담소 - 나를 돌보는 게 서툰 부모를 위한
이영민 지음 / 공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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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마음 상담소



나를 돌보는 책




사춘기 자녀와 계속되는 갈등과 대립이

고통스러울만큼 힘든 때에 가장 필요한 심리처방전으로

책을 선택해 읽고 있다.

끊임없이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들이 오가고

아이의 변해버린 모습에 실망하고 낙심하며

자녀는 내 맘대로 되지 않는구나라는 걸 번번히 알면서도 넘어진다.

자녀가 내 맘대로 되서도 안되지만

한결같이 고집스럽고 아이에게 기대와 집착을 접지 못하는

나의 서투른 모습에 화가 나기도 헀다.

무엇이 그렇게 불안하고 두려웠던걸까.

부모에게서 독립하고자 애를 쓰고

자기의 틀을 깨고 나오려는 아이에게

다시 들어가라고 하는 꼴인 엄마인 나야말로

아이를 정신적으로 독립시키지 못한 불안정한 형상이 아닐까.

사춘기 자녀와 대립하면서 그동안 외면했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런 시간을 책으로 객관적인 상황들을 정리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방향성을 찾아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해본다.

미성년 자녀를 키우는 시기의 부모-자녀는 철저히 어른-아이의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자녀가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서 어쩌다 부모를 위로할 수는 있으나

부모가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는 수준보다 넘어서면 부모는 아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부모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던 한 아이의 간절한 마음에도 절대 구부러지지 않는 부모에 대한 원망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실수도 감싸주고, 먼저 미안하다거나 고맙다고 따뜻하게 말해주는 부모를 원했습니다.

자녀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부모라면 자녀를 위해서 기꺼이 물어나주고,

자녀 앞에서 져주어도 수치스럽게 느끼지 않는 어른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p129-130

아이를 마음을 품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바라봐주는 것.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머리가 굵어진 자녀를

아직도 품 안에 싸고 내 방향성대로 자라도록

전두지휘를 내가 해서는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다.

예상치 못한 사춘기라는 시기에

이 같은 갈등으로 아이와 이렇게 대립하게 될 줄 나도 몰랐다.

아이는 끊임없이 깨어져 나오고자

온전하게 독립하고자 애쓰는 것일 수도 있다란 걸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아직은 엄마 품이 더 안전하기에

위험하고 실패를 덜 경험시키기 위해서라도

좀 더 내가 붙들고 있어야 안심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면 그럴 수록 한없이 나약해지고마는 아이의 인생은

결국 내 것이 아니고 부모님의 것이 되어버릴테니

지금의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태도로

아이를 양육해 나가야할지 굉장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그 파열음이 이같이 크기에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쪽이 내가 더 컸던 것 같다.

아이가 변한 모습을 수용하지 못했던

나의 부족한 모습들,

기대치와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하나씩 꺼내 살펴보면서

지금은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돌보는 시간이어야겠다란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그것이 나의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정면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고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억압하면 할 수록 더 반발심만 생기는 이 악순환을

난 이제 그만 하고 싶어 책을 통해 조용한 상담을 시간을 가진다.

때로는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더디게 혹은 힘겹게 과업을 이행하는지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이 또한 지나가고 다시 평온한 시간이 올 테니까요.

p165

문제 해결의 키를 내가 갖고 있더라도

아이가 직접 찾아서 자신의 힘으로 이 문제를

어설프게나마 부딪히고 해결하려 애쓰는 시간이 필요하다.

빠른 길을 둘러서 가는 것 같아 답답할 때도

그저 지켜봐야 하고 한걸음 물러서야 함은

나에게 가장 힘든 고통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아이에겐 더없이 좋은 성장의 기회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엄마인 나도 온전히 아이에게 독립된 개체로

나로 살아갈 방법들을 고심해보며

지금은 어쩌면 아이보다 나를 돌보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긴 전쟁의 종식할 그 날을 손꼽아보며

오늘도 돼지우리가 된 딸아이 방의 방문을 열었다 조용히 닫아둔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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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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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알렉스 존슨 (Alex Johnson)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블로거. 옥스퍼드대학 퀸스칼리지에서 현대사를 전공하고, 《선데이타임스》 《인디펜던트》 등에서 기자와 잡지 편집자로 일했다. 음식, 미술,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쓰는 프리랜서 작가이며, 무엇보다 책에 관한 책을 쓰는 애서가다. 끝없이 펼쳐진 책의 세계를 탐험하며 《북타운(Book Town)》 《책 중의 책(A Book of Book Lists)》 《있을 것 같지 않은 도서관(Improbable Libraries)》 등을 썼다. 책뿐만 아니라 서가 디자인과 오두막 꾸미기에도 진심이다. 그의 이런 관심사를 완벽하게 반영한 《작가의 방》은 우리가 오래도록 사랑한 작가들과 작품들이 탄생한 공간에 관한 이야기다. 버지니아 울프의 오두막 집필실에 앉아 보고, 제인 오스틴의 문구함을 열어 보는 이 특별한 여행이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 책을 쓰고 싶은 이들 모두에게 신선한 영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자기만의 서재를 꿈꾼다.

나역시 나만의 편안한 공간을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놓고 사유의 공간 안에서

맘껏 유영하며 읽고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런 바램을 천천히 실현시켜 나갈 기대를 가지고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머릿 속 설계와 현실적인 절충이

잘 합을 이룬 그 때를 늘 갈망해왔다.

지금 현재 작은 방 하나를 서재로 쓰고 있다.

오롯이 책에 집중하고 쓰고 그리고 맘껏 즐길 수 있는

이 취미 공간을 매일 들락날락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하루의 에너지를 이 곳에서 충전해 나간다.

그런 나에게 모든 감각을 일깨워주는

좋은 영감의 공간과 그 안에서 지적 사유를 경험하는 작가들의 모습을

이 책 안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에 너무 흥분되고 기뻤다.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개별적인 공간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 어떤 분위기와 어떤 모습으로

창작 활동을 꾸려왔는지 넌지시 살펴보며 천천히 책을 음미하며 읽었다.

오웰은 한번씩 거실에서 글을 쓸 때도 있었지만,

주로 커다란 다락방의 어수선한 책상이나 침실에서 가운 차림으로 작업했습니다.

오래된 레밍턴 홈 포터블 타자기로 직접 원고를 쳤죠.

어떨 때는 타자기를 무릎에 올려놓고 균형을 잡아 가며 타이핑을 했어요.

점점 더 건강이 나빠져 기침을 하다가 피를 토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면서도 말아 피우는 담배를 끊임없이 피워 댔습니다.

블랙커피와 차를 많이 마셨으며, 작은 등유 난방기로 몸을 따뜻하게 데웠어요.

p57

오랜 시간 질병과 과로에 시달리던 조지 오웰은

스코틀랜드 주라섬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

작가의 고독함과 외로움, 결핵을 안고 있던 그의 모습을 보면서

대단히 멋져보이는 서재의 풍경은

내 머릿 속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건강이 점점 나빠지자 타자기 치기도 불편했던 그는

침대에서 글을 쓰는 것에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그조차도 깔끔하게 타자조차 칠 수 없었던 그의 마지막 모습이 그려진다.

섬 생활 당시에 그가 모든 공해로부터

과로한 생각을 상기시키지 않기 위해 은둔생활을 해왔던 건

스스로가 그 고독을 받아들이기 위한 차선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대단할 것이 없었던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그는 피를 토하면서까지 고통을 끌어안고 써내려갔던 곳이었다.

그래서 더 그 곳이 더 경건하게 느껴진다.

카시타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심지어 함부로 청소도 할 수 없는 아옌데만의 "신성한"공간이었습니다.

30초면 다른 세상으로 출근할 수 있었죠.

아무도 자신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전화나 인터넷도 놓지 않았어요.

고요한 분위기에서 오직 글쓰기에만 집중하는 이 순간은 마치 명상을 하는 것 같았다고 해요.

p106

스페인어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집필실은

자신만의 신성한 공간이었다.

오롯이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해요소들을 제하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이 공간안에서

몰입하며 사유할 수 있었다는 것에 도전을 얻게 된다.

애트우드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도 하지만,

누워서 혹은 몸을 반쯤 웅크린 채로 쓸 때도 있어요.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은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것입니다.

공책과 노란색 리걸패드를 즐겨 쓰는데요,

주석을 남기기 편하도록 여백이 있는 줄 간격이 넓은 공책을 선호하죠.

그런데 너무 좋은 공책은 쓸 때 마음이 불편하대요.

p140

20세기 캐나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틀 안에 형식화된 공간의 제약없이

다양한 장소에서 글을 쓴다고 한다.

창가든, 비행기 혹은 커피숍에서도

정해진 작업 공간 없이 이동하며 작업하는 모습이 멋져 보이기까지 한다.

커피를 굉장히 좋아했다고 하는데 글을 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까지 한다니

잘 마시지도 못하는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켜

애트우드를 따라해볼까도 싶어진다.

한동안 커피향을 맡게 되면 애트우드의 집필 모습이 머릿 속을 떠다닐 듯 하다.

체호프는 서재 밖 세상에서 자주 영감을 받았습니다.

체호프와 그의 글을 뒷받침해 준 것은 바로 정원이었죠.

그는 원예학과 꽃, 나무, 채소 재배에 관한 모든 글을 탐욕스럽게 읽었고,

인부에 의존하는 대신 자기 손으로 직접 정원을 가꿨습니다.

매일 정원 일을 하지 않았다면 글을 쓸 수 없었을 거라고 했죠.

p187

러시아의 천재 작가 안톤 체호프는 평범한 서재에서 글을 썼다고 한다.

집필실의 신성성보다 책상 위치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자신이 사랑하는 정원과 사과나무를 볼 수 있는 위치에 두었다고 한다.

건강이 좋지 않았ㄷ너 그가 마지막까지도 서재 창가에서 밖을 바라보며

영감을 얻으며 작품 활동에 몰두할 수 있었던 건

꽃과 정원이 주는 생기와 기쁨이

창작의 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자기 마음을 달래고 숨을 수 있는 공간이

집에 없는 자에게 애석한 마음이 든다."

  • - 생미셸드몽테뉴 -

저마다의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가진 글을 쓰며

치열하게 생을 살아가는 작가들의 모습이

멋지기도 아련하기도 서글프기도 한다.

그 어떤 곳이 되었든 집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일상의 작은 동력이 혼자만의 지극히도 개인적이고

고독한 공간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

비록 대단한 공간이 아니더라도

지금 펜을 들고 있고 있는 이 자리가

나의 멋진 창작활동의 아지트가 되기 마련이니

핑계 뒤에 숨지 말고 계속해서 쓰고 사유하며 살아가야겠다.

영감의 통로가 이어지는 건 바로 내가 있는 그 출발점에서 시작되니

내가 있는 그 곳이 바로 작가의 공간이 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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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 - 방구석 프리랜서 작가의 일과 꿈 이야기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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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이지니

2022년,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의 나이다. (하지만 어젯밤에도 홈쇼핑 광고에 금세 결제 버튼을 눌렀다고 한다) 생후 18개월이 된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 청소를 마치면 곧장 서재로 출근한다. 정확히 말하면 거실, 부엌, 화장실 모두 그녀의 작업 공간이다. 노트북이 있는 서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스마트폰을 들고 집안 곳곳에서 글을 읽거나 쓰기 때문이다. 그녀 스스로 밝히지 않는 한, 다들 시간이 많은 줄 안다. (실상은 육아만으로도 바빠서 ‘짬’조차 내기 어렵다) 그녀는 일도 하고 나라에 세금도 내지만 말하지 않으면 집에서 노는 줄 아는 프리랜서다. 그래서 티 좀 내려고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단다. 그 외 저서로는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영심이, 널 안아줄게』 『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외 3권의 전자책이 있다.

블로그 '이지니의 글쓰기 놀이터'

인스타그램 @leejinny_writer

[예스24 제공]




글쓰기에 진심인 저자의 책을 보면서

성실 근면함이 떠오른다.

역시나 좋아하서 하는 것이니만큼

즐기는 자를 어떻게 말릴 수 있겠는가.

꿈꾸는 엄마들의 글쓰기가

육아의 해방감을 느껴지게 하는 함성처럼 다가온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평생 글을 쓰겠다'라고 다짐한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쓰기'에 미쳐 있다.

누가 들으면 잠도 안 자고 글만 쓰는 줄 알겠지만 그건 아니고,

약 10년 동안 한 번도 메모장에서 손을 뗀 적이 없고

5년 동안 단 하루도 한글 문서를 열지 않은 날이 없다.

p21

역시나 글쓰기는 엉덩이의 힘으로 하는 것인가.

마음 먹었다고 해도 금방 수포로 돌아설 수 있기 마련인데

그 성실함과 지속성이 놀랍기만 하다.

10년 동안 매일 기록을 남기며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또한 써보겠노라 마음 먹고

정말 한 달동안 글을 붙잡고 산 적도 있었다.

처음의 결심과 동기가 무뎌지니

지금은 한글 문서를 열고 싶지도 쳐다보지도 않고 싶은 마음에

책은 늘 읽으나 이따금 기록을 남긴다.

여러 핑계를 변명 거리를 떼놓고는 말할 수 없는

게으른 글쓰기로 여전히 뒤에 숨어 가끔 쓰고 싶다란 갈망이 있는

난 쓰는 것도 읽는 것도 꽤 좋아하는 사람임은 분명한데 말이다.

저자의 그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닮고 싶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꾸준히 쓰는 게 습관이 되지 않은 분들에게는 감히 '곤욕'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힘든 시간일 수 있다.

물론 곤욕스럽다고 느낄 정도라면 쓰지 않는 게 낫다.

쓰는 행위 자체가 말 그대로 '즐거워야' 꾸준히 할 수 있을니까.

p128

뭐든 나에게 재미와 흥미로 다가와야 할 수 있다.

아마 글쓰기에 처음 맛을 본 건

초등학교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한 경험을 시작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그냥 좋아서 재미있어서 써본건데

좋은 결과라는 선물을 받게 되었으니

어린 그 때에 굉장히 흥분되고 꽤 짜릿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상경력들이 화려해지면서

뭔지 모를 자신감과 나도 잘하는 게 있구나라는 걸 경험하면서

취미로의 글쓰기를 제대로 맛들였던 그 때가 생각난다.

세월이 지나 글쓰기를 전공을 삼지 않고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며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로

퇴근이 없는 독박 육아를 감당하면서

늘 나로써 완전해지는 갈증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

별로 거창하진 않아도 좋아하는 것을

매일의 삶 속에서 나를 위해 해나가는 것들을 찾다보니

번잡하지 않은 책읽기와 글쓰기가 어느덧

내 삶 속에 다시 자리잡아 가기 시작했다.

글을 쓴다는 건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하다.

적어도 나에겐 그래왔다.

문서 파일에 자판을 두드리는 행위는 멋진 행위 예술과도 같았고

꽤나 근사한 기록의 형태가 완성되면

혼자 모를 뿌듯함에 웃음 짓게 되는 별 것 아닌 재미가

나를 살게 하는 새로운 동력이 아닌가 싶다.

오늘도 무얼 먹을까를 고민하다가도

무얼 읽을까로 빠져드는 독서로 경로를 이탈해

점심 준비도 뒤로하고 읽고 싶은 책을 꺼내 읽고 감상을 남긴다.

이게 뭐라고

사는 맛을 느끼게 하는 걸까.

먹고 사는 즐거움도 좋지만

맘껏 읽고 사유하는 재미 또한 오롯이 나를 위한 즐거움이라

좀 더 부지런히 읽고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고 싶다.

노는 걸로 보이든 말든 말 안 해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꿈꾸는 삶을 그냥 살면 그만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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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65
샬럿 브론테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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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에어



열린책들 세계문학

165-166




열정과 욕망을 다룬 샬럿 브론테의 로맨스 소설.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고전 문학이다.

당시 시대적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엄격하고도 암묵적인 편견을 피하기 위해

저자는 '커러 벨'이라는 남성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했다고 한다.

여성의 위치가 한없이 제한적이었던 시대에

삶을 개척해 나가는 당당한 여성으로의 주체성을 보여주는

이 책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당시 파격적인 여성상이라 볼 수 있는 제인에어는

여성을 남성의 사유물로 취급하며 선택받는 쪽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모습에서 여성의 해방된 자유를 느끼게 만든다.

물론 시대적 한계는 있지만 말이다.

"당신이 내게 내린 버른 고약한 당신의 아들이 아무 이유 없이 나를 때리고 넘어뜨렸기 때문이었어요.

누가 물으면 이 이야기를 그대로 해줄 거예요.

사람들은 당신이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 하지만 당신은 못되고 모진 사람이에요.

당신이야말로 거짓말쟁이라고요."

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내 마음은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한

야릇한 자유와 승리감으로 부풀어 오르고 후련해지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굴레가 떨어져 나가고 생각지도 않았던 자유 속으로 헤치고 들어간 느낌이었다.

p57

그의 편안한 태도는 나를 답답한 구속으로부터 자유롭게 풀어 주었다.

따뜻하면서도 예절에 어긋나지 않는 친밀한 솔직함 때문에 나는 그에게 끌렸다.

때로 그가 내 주인이 아니라 친척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여전히 제멋대로 구는 때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데에 개의치 않았다.

p237

나는 그가 매우 끈기 있고 참을성이 많으면서도 엄한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내게 많은 것을 기대했다.

내가 그의 기대를 충족시키면 그는 그 특유의 방식으로 충분히 칭찬을 표명했다.

조금씩 그는 나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내 마음의 자유가 사라졌다.

그러나 나는 내 복종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p651

어린 시절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외숙부의 가족과 살면서

온갖 불합리함과 고되고 힘든 생활을 겪게 된다.

버림받은 그녀는 자선 학교로 가게 되고

가정교사로 손필드 저택에까지 이르게 된다.

가정 교사로 일하던 제인에어는 로체스터씨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사실 그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었고,

사랑했던 그에게마저 신뢰가 깨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겪게 된다.

그를 떠나게 되지만 이후 이들은 다시 재회하게 된다.

늘 홀로 외톨이가 된 듯한 그녀의 외로움 삶을 보고 있노라면

따뜻한 가족의 품도 사랑하는 애인에게마저도

온전한 사랑과 신뢰를 얻기 힘들었던 그녀의 고단한 삶이 그저 안쓰럽고 애처롭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굉장히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서

신념이 확고한 모습에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충분하다.

여성이 스토리의 중심이 되어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성격을 가진

이 책의 로맨스의 흐름이 제인 에어라는 인물을 통해

당시 구속과 억눌림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여성의 마음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는 듯하다.

제인 에어의 삶을 통해

여성의 불꽃이 피어오르는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모습에 큰 영감을 얻게 되는 책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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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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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나 아렌트 평전







철학자이자 정치사상가이자

유대인이며 난민이자 지식인이었던 한나 아렌트.

뛰어난 통찰력과 지성을 겸비한 한나의 신념과 용기는

20세기 최고의 정치사상가의 표본이 되었다.

평생 사유를 위해 자신의 철학적 신념을 가지고 노력하며

실천적인 삶을 살았던 한나 아렌트.

철학의 본질에 대한 의경과 현실의 부딪힘 속에서도 거침이 없었고

나치의 박해를 피해 18년간 난민으로 살았으며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망명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같은 경험이 차별과 인간의 권리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 사유 활동으로 이어진다.

정치적, 사회적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악의 평범성을 극복하기 위해 사유의 힘을 강조했고,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크게 내기도 했다.

그녀의 삶과 열정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아무 말 없이 엄숙해지고 만다.

"위험한 생각은 없다. 단지 생각 그 자체가 위험할 뿐이다"라고 말할 때

이 점을 염두에 두었는지도 모른다.

사유 활동,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이 활동은 내가 믿는 모든 것을 뒤흔드는 힘을 갖고 있다.

사유는 내 빗장을 여는 힘을 갖고 있다.

p22

끊임없이 사유하고 또 사유하는 활동으로 현실을 감내할 수 있다는 해석은

나에게 굉장히 도전이 되는 말이었다.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 바로 사유함이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마르크스까지 이어진 철학의 뿌리와 사회가 맞물려

고민해서 읽게 되는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 되는 사유는

절저히 고독한 대화의 시간을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이기에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을 나눠 갈등했던 그 모습들이 떠오르게 만든다.

인류 역사상 희망이 인간보다 힘이 센 적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전쟁, 그러니까 이 강제수용소에서만큼은

희망이 인간에게 아주 몸쓸 짓을 저질렀다.

우리는 희망을 포기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그 때문에 오늘도 가스실에서 사라져갔다.

p132

'비폭력과 지혜'에 대한 교훈을 선사하는 브레히트의 시를 마음에 새기면서도

보로프스키는 무분별한 낙관과 절망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했다.

강제수용소의 끔찍하리만큼 잔혹한 현실속에서

희망을 버리는 건 삶을 위해 삶을 거부한다는 것.

한나 또한 사회적 유대감을 해치고 인간관계를 망가뜨리는 위험한 걸림돌은

희망이 행동을 가로막고 낙관이 세상을 똑바로 못 보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적인 사적인 삶의 구분이 없어지면 인류애는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말이다.

네가 사유-판단-의지에 관한 글쓰기 준비를 폭탄의 준비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난 어떤 의미에서도 폭탄을 준비하는 게 아냐.

오히려 반대로 내가 하는 일이 모두 다 허무해.

성패가 좌우되는 일에 비해 몽땅 시시하게 느껴지거든.

과거와 미래 사이에 자리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그 시간에 몰두하면 지금의 허무함이 사라진다고 생각해.

p286

한나는 이 세상에 왜 악이 존재하고 어떤 사삶들은 악의 무리에 동조하는지

그 이유를 사유라는 행위와 상상으로 찾기 시작했다.

<정신적 삶>에서 사유가 곧 활동 그 자체임을 말하고

새로운 언어를 원하고 있었다.

의미 그 자체, 즉 사유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서말이다.

막연한 진리에 대한 갈망과 탐구를 넘어서서

끊임없이 구호활동과 사색으로 이어진 그녀의 불꽃같은 삶과 열정에 감탄하게 된다.

한나를 둘러싼 격동 속에서도 차분히 현실을 헤쳐 나가는

사유의 모습이 인상적이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지유를 이어나간 한나 아렌트의 고집있는 철학과 소신은

오늘 우리에게 많은 해답을 안겨주고 있다.

저항적이고 통찰력있는 사상가로 이름을 남기기까지

고단했을 그녀의 여정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한 개인이자 시민으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읽혀져야 할 책이 아닌가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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