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이자 정치사상가이자
유대인이며 난민이자 지식인이었던 한나 아렌트.
뛰어난 통찰력과 지성을 겸비한 한나의 신념과 용기는
20세기 최고의 정치사상가의 표본이 되었다.
평생 사유를 위해 자신의 철학적 신념을 가지고 노력하며
실천적인 삶을 살았던 한나 아렌트.
철학의 본질에 대한 의경과 현실의 부딪힘 속에서도 거침이 없었고
나치의 박해를 피해 18년간 난민으로 살았으며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망명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같은 경험이 차별과 인간의 권리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 사유 활동으로 이어진다.
정치적, 사회적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악의 평범성을 극복하기 위해 사유의 힘을 강조했고,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크게 내기도 했다.
그녀의 삶과 열정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아무 말 없이 엄숙해지고 만다.
"위험한 생각은 없다. 단지 생각 그 자체가 위험할 뿐이다"라고 말할 때
이 점을 염두에 두었는지도 모른다.
사유 활동,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이 활동은 내가 믿는 모든 것을 뒤흔드는 힘을 갖고 있다.
사유는 내 빗장을 여는 힘을 갖고 있다.
p22
끊임없이 사유하고 또 사유하는 활동으로 현실을 감내할 수 있다는 해석은
나에게 굉장히 도전이 되는 말이었다.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 바로 사유함이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마르크스까지 이어진 철학의 뿌리와 사회가 맞물려
고민해서 읽게 되는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 되는 사유는
절저히 고독한 대화의 시간을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이기에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을 나눠 갈등했던 그 모습들이 떠오르게 만든다.
인류 역사상 희망이 인간보다 힘이 센 적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전쟁, 그러니까 이 강제수용소에서만큼은
희망이 인간에게 아주 몸쓸 짓을 저질렀다.
우리는 희망을 포기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그 때문에 오늘도 가스실에서 사라져갔다.
p132
'비폭력과 지혜'에 대한 교훈을 선사하는 브레히트의 시를 마음에 새기면서도
보로프스키는 무분별한 낙관과 절망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했다.
강제수용소의 끔찍하리만큼 잔혹한 현실속에서
희망을 버리는 건 삶을 위해 삶을 거부한다는 것.
한나 또한 사회적 유대감을 해치고 인간관계를 망가뜨리는 위험한 걸림돌은
희망이 행동을 가로막고 낙관이 세상을 똑바로 못 보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적인 사적인 삶의 구분이 없어지면 인류애는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말이다.
네가 사유-판단-의지에 관한 글쓰기 준비를 폭탄의 준비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난 어떤 의미에서도 폭탄을 준비하는 게 아냐.
오히려 반대로 내가 하는 일이 모두 다 허무해.
성패가 좌우되는 일에 비해 몽땅 시시하게 느껴지거든.
과거와 미래 사이에 자리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그 시간에 몰두하면 지금의 허무함이 사라진다고 생각해.
p286
한나는 이 세상에 왜 악이 존재하고 어떤 사삶들은 악의 무리에 동조하는지
그 이유를 사유라는 행위와 상상으로 찾기 시작했다.
<정신적 삶>에서 사유가 곧 활동 그 자체임을 말하고
새로운 언어를 원하고 있었다.
의미 그 자체, 즉 사유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서말이다.
막연한 진리에 대한 갈망과 탐구를 넘어서서
끊임없이 구호활동과 사색으로 이어진 그녀의 불꽃같은 삶과 열정에 감탄하게 된다.
한나를 둘러싼 격동 속에서도 차분히 현실을 헤쳐 나가는
사유의 모습이 인상적이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지유를 이어나간 한나 아렌트의 고집있는 철학과 소신은
오늘 우리에게 많은 해답을 안겨주고 있다.
저항적이고 통찰력있는 사상가로 이름을 남기기까지
고단했을 그녀의 여정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한 개인이자 시민으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읽혀져야 할 책이 아닌가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