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런드라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이야기하면서
이 작품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삶을 빗대어 말하고 싶었을까.
레슨이라는 배움의 형태가 가히 유쾌하지 못한 불편함이
마음을 짓누르는 듯 롤런드라는 인물이 겪어왔던 일련의 사건들이
뇌리에 오랫동안 남아 머릿속을 휘젓는다.
어린 소년에 불과한 그에게 피아노 교사 미리엄과의 만남은
삶을 파괴적인 국면으로 이끄는 시작점이 된다.
성적학대라는 쓰디 쓴 상처가 앞으로의 그가
사랑과 폭력으로 틀어진 인생의 경험치를 감당하게 될 그림들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어 아내 알리사가 쪽지만 두고 집을 나가게 되자
아들 로런스를 키우며 살아가는 상처와 배신의 경험을 보면서
어쩜 이렇게도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그럼에도 버티며 살아가는 롤런스 인생이 어찌나 애처로운지..
게다가 여러 세계사적 사건들
세계대전, 체르노빌 사고,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브렉시트, 코로나 19..
개인사와 광대한 역사적 사건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
거대한 중심축을 바꿔놓을
유기적인 관계 안에 놓여 인생의 시간이 흘러가는 걸 지켜보며
나의 지나온 과거와 현재를 문득 떠올려 보게 된다.
팬데믹에 휩싸였던 지난 시간 속에서
내가 잃었던 아픔과 상실이 떠올라
그 시간을 보상받을 수 없지만,
현재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다른 삶의 자세를 되찾게 된 점을 보면
나에겐 또한 또 한번의 레슨을 경험한 바가 아닐까.
여러 교훈들을 통해 배움이라는 질적인 만족감이 아닌
뼈아픈 고통의 경험일지라도
경험과 사건의 합이 이어져 온 개인의 서사가 완성되어가는 것이니 말이다.
자의적인 선택이 아닌 의도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무기력함 속에서 선택의 항로는 무수히 변경되고
바뀌어 나갈 수 있어서 인생을 참 알 수가 없다.
삶 속에서 부딪히고 충돌하며 깎이는 무수한 시간들이
남기는 장엄한 결과값을 우린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모습이 어떠하든 실패와 얼룩진 상처가
인생을 좀먹지 않도록 무수한 선택 속에서
거대한 중심축을 붙잡고 살아갈 수 있는
개인의 촘촘한 인생기가 완성되어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