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다 하다 앤솔러지 4
김엄지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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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열린책들 하다 앤솔로지 > 4번째 이야기의

<듣다>편을 만나보게 되었다.

총 5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다섯 작가들의 각기 다른 개성 넘치는 이야기들로 구성된 책이다.

듣기의 행동이 보여지는 청력 기능적인 면에서

소리가 울려 듣는 말의 소리에 집중할 것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소리에 대해 깊은 해석을 해볼 수 있었던 작품들이었다.

소리로 듣게 되는 단순한 의미가 아닌

듣는다는 것은 작은 배려와 사랑이 엿보이는 행동이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마음과 시선을 확장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사송>

오랜 연인관계 속에서의 권태로움도 있겠지만

이따금 대화와 감정들이 잘 오가지 못하고

굳어가는 서로의 언어에 대한 불편함이 감도는 기류 속에서

어떻게 서로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듣고 싶었던 이야기도 있었겠지만

다하지 못한 말이 많아 더 아쉽기도 더 공허하기도 하다.

<하루치의 말>

엄마의 이불 가게를 맡게 된 애실이 손님 현서와 친해지면서

얻게 되는 위로의 말들이 마음을 다독이다가도

돈 문제로 인해 균열이 생겨난 둘의 관계가

감정의 거리만큼 멀리 물러난 기류의 변화에 애처로움을 느낀다.

듣고 말하는 이상 관계가 주는 다정한 판타지에서 벗어나

현실을 마주한 난기류가 불편한 마음만큼이나 따끔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그녀는 기뻤다. 자신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이 소통이,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것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 p49

<나의 살던 고향은>

사유지에 있는 버섯을 캐다 덫에 걸려

사고를 당하게 된 엄마의 소식을 듣고 한동안 고향 땅을 떠나있던 영지가

감당해야 하는 산 주인의 고소를 어떻게 해결해야 했을지

영지의 뱉어낼 수 없는 막막한 마음이 느껴져 답답했다.

<폭음이 들려오면>

귀지를 파고 나서 가출한 고등학생 조카 연우의 속마음을 듣게 된다.

설정이 유머러스해서 웃음이 났지만

이내 웃음기를 걷어내고서 읽게 된 마음 찡한 내용이었다.

말로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가까운 사이인 '가족'.

나 역시 부모의 권위를 앞세워 자녀에게 행했던

말의 폭력에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아이의 모습을 봐야했던

아픔이 떠올라 마냥 웃음으로 넘길 수 없는 마음이었다.

좀 더 들어줄 것을.. 그 속에 있던 고단했던 마음들을..

<전래되지 않은 동화>

동화적인 설정이 인상적인 내용이었는데

자신의 목소리만 들리지 않게 된 주인공 이야기이다.

말은 언어로 쏟아내지 못하면 어떤 표현을 도구로 쓸 수 있을까.

그럼에도 들을 수 없는 말을 행위로 느낄 수 있게 하는

비언어적인 말들이 주는 꽤나 다정한 언어가 나를 환기시키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작은 배려로, 세심한 관심으로, 살뜰한 보살핌으로, 따뜻한 눈길로,

정다운 미소로, 넉넉한 포옹으로, 애틋한 눈물로, 말 없는 희생으로,

너그러운 이해로, 무조건적인 지지로, 웅숭깊은 용서로, 함께 꾸는 꿈으로...

p194

차분한 마음으로 듣기에 몰입하다보면

상대도 듣는 이로 하여금 배려받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경청의 자세를

겸손하고 친절하게 이해하게 되는

<듣다>의 목소리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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