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살아있다. 식물도 꽃도 모두 살아있는 유기체지.
말을 하지 않을 뿐 너희와 다르지 않아.
숲을 깊이 들어갈수록 그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독을 내뿜는다.
그걸 이겨낼 줄 알아야해. 해독약에는 한계가 있다."
벤 교수는 목소리를 낮춰 말을 이었다.
한결 비밀스러워진 분위기가 흘렀다.
"식물 마법이 치유 마법이라고들 하지. 물론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기억해라. 생명을 살리지만 죽이는 데 더욱 탁월한 마법이다."
p75
시야가 서서히 흐려지더니, 보랏빛 식물만이 명징하게 보였다.
노란 점들이 꽃잎 위를 요란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점들이 일어나 덮쳐오는 듯 온 세상이 일렁였다.
마치 우주 가운데 리아와 식물, 단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작고 긴밀한 점들이 식물 이파리에서 떨어져 나와 리아의 살갗에 달라붙었다.
강력한 한기가 돌았다. 휘감고 올라오는 작은 벌레들이 피부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차가운 금속 바늘이 몸을 혹독하게 찔러대는 것처럼.
그것들을 떨쳐내기 위해 힘을 주었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p105
열악한 환경의 아벨 보육원에서
주인공 리아는 아픈 동생 시아를 돌보며 지낸다.
이곳에서 일삼는 무례한 일들과 학대를 당하는 리아의 처지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탈출 계획에 성공하길 함께 빌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독방에 갇힌 의문의 남자로부터의 제안을 받아
아마란스 마법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리아.
의문의 남자는 이 학교의 벤 교수였다.
어딜가나 빌런은 있게 마련인데
첫 등장부터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 실체를 끝까지 의심하면서 책을 읽어 나갔다.
리아는 입학 후 선별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고
친구들과 마법 학교 생활도 차차 적응해 나간다.
식물과 관련된 마법이 특화된 학교인지라
각종 식물을 채취해 연구하는 모습의 묘사가
꽤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 고조시키는 듯 보였다.
게다가 흑여우가 봉인된 붉은 숲의 비밀 이야기와
소문과 전설이 무성한 마법학교의 실체가
어떻게 수면위로 떠오르게 될지
그 베일을 하나씩 벗겨나가는 재미가 있다.
식물원 화재로 누명을 쓰게 된 리아.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운명을 내팽개 치지 않고
증명해 나가는 모든 과정들이 한편의 성장 소설을 보는 듯했다.
읽는 내내 여러가지 설정들이 해리포터를 연상케해서
개인적으로 너무 사랑하는 판타지 소설이기에
이 작품과 비교하며 읽어보았다.
단편 속에서 다루기엔 방대한 스케일을
축약한 듯한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짧은 호흡으로 꽤 멋지고 근사한 판타지 소설을 재밌게 읽어본
좋은 기분으로 책장을 덮었다.
비밀이 숨겨진 마법학교의 설정들과
주인공의 서사가 지닌 성장 과정들이
잘 어우러진 판타지 세계관으로 드러나보여 흥미로운 책이었다.
해리포터를 즐겨 읽었던 독자들에게
한번쯤 권해보고 싶기도 하다.
마법의 매력과 꽤 정교한 K판타지의 세상 속으로
빠져들어 재미있게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