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망각 일기 ㅣ 세라 망구소 에세이 2부작
세라 망구소 지음, 양미래 옮김 / 필로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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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몸은 시간의 흐름을,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시절을 기록하고 있었다

몸이 언어를 위한 도구가 되기도 전에 기억을 위한 도구였다는 사실을 상기하려 애쓰고 있었다.†

남편이 유년기를 보내고, 시어머니가 삶과 죽음의 시간을 보낸 섬에서 우리는 매일 무지개를 본다.

새에도, 나무에도, 별에도, 구름에도, 아이들에게도, 그 밖의 온갖 것에 무지개가 드리운다. 현실 세계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과 무관하게 돌아간다.†

무언가를 지속하는 일에 내포된 본질적 문제는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 속에 홀로 남겨진 기억들은 요약본의 형태로 굳어진다. 원본은 복구가 불가능하다

더 많은 감정을 기억할수록 그 감정은 강해진다. 닳아 없어지지 않는다.

공허감과 충만감이라는 개념이 행복에 대한 형편없는 은유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쓰기는 했지만 어째서 나는 충분히 애를 쓰면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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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1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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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굴뚝은 구름으로 된 검댕으로 시꺼멓게 변해 있었다

하늘 어딘가에서 폭풍우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고, 끊임없는 번개가 그 윤곽을 언뜻언뜻 드러냈다. 바람이 차가웠다.

내가 이런 일을 꼭 해야 하는 건 네가 거기 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어. 개인적인 이유는 전혀 없어…….」

내가 죽더라도, 내가 죽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산들을 정복할 필요가 있어.

아마 죽을 운명에 있는 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도전을 받아들였을 때 불사(不死)의 존재에 가장 가까워지는 것인지도 모르겠군.

그녀 위로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 걸려 있는 빨간 별. 천사의 검. 불사조의 날개. 불타는 영혼. 그리고 그것은 까마득하게 멀리 있는 나를 향해 휘황찬란하게 불타올랐다.

이토록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팀의 마지막 노력이 될 것이 틀림없는 산행을 통해,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잿빛과 옅은 자주색의 산등성이에 오르기 위해.

그 위로 계속되는 길은 아이스크림이었고, 위스키사워였고, 모닝 커피였고, 저녁 식사 후의 담배 한 대였다.

이제 우리는 황혼의 세계에 와 있었다. 일찍이 어떤 인간도 발을 디딘 적이 없는 처녀지를 걷고 있는 것이다.

마치 『신곡』의 한 구절을 생각나게 하더군. 연옥은 산이었다는 걸 기억하나. 그리고 그때 난 에덴동산으로 가는 동쪽 길을 지키고 있는 천사 생각을 했어

난 이 산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일생 동안에도 다 쌓을 수 없을 정도의 악업을 쌓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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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캐롤 ㅣ 에디션 D(desire) 9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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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는 밖으로 나가다가 호텔 문턱에 발이 걸렸다. 순간, 외로움이 공허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처음으로 파도에 맞은 테레즈는 온몸이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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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망각 일기 ㅣ 세라 망구소 에세이 2부작
세라 망구소 지음, 양미래 옮김 / 필로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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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이가 살아가는 배경이 되고, 시간이 된다.

나는 시간의 연속성에 저항하며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내 몸, 내 삶은 내 아이의 삶을 이루는 풍경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개체가 아니다. 나는 하나의 세상이다

강인함은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이고, 강인함이 있어야 고통에 잡아먹히지 않은 채 온화함을 간직할 수 있다. 온화함, 그 무형에 가까운 평온함 속에서 나는 아이를 안았다

영혼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아가씨 나이였을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실패의 악취?그게 나를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

젊은 시절에 한 약속들이 떠오르고,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궁금해지고, 내가 가볼 수 있었을지도 모를 장소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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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1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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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장갑 없이는 아버지와 악수를 나눌 수도 없었고, 어머니와 작별 키스를 나눌 수도 없었던 내 생각을? 정말 기묘한 느낌이다

이 고독함, 대기 중의 분자를 재배열하며, 전 세계를 냉각시키고 있는 기계의 윙윙거림만을 벗 삼아 이 푸른 세계 속에서 오직 홀로 존재한다는 이 느낌은

하늘은 이제 완전히 핑크빛이고, 새벽과 저녁에는 거의 적갈색으로 바뀐다

바람은 여전히 매섭다. 날아오른 재로 이따금 하늘 전체가 어두워질 때도 있다.

시계는 커다란 소리로 째깍거리고, 그 째깍거림의 간극을 기계의 윙윙거림이 메우고 있다

데들랜드의 청색은 일종의 시각적인 침묵이다.

아침에 보면 바위들조차 푸른 서리에 뒤덮여 있는 것을 본다. 이것은 미(美)일까 추(醜)일까?

아마 환영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미 환청을 경험하고 있으므로. 데들랜드에는 유령이 살고 있을까? 아니, 이곳에서는 유령이 될 만한 것이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가 내는 조그만 소음들은 파란 빙원(氷原) 위의 미세한 흑점처럼

2백 년 전, 어느 생화학자 한 사람이 자신의 당직 기간 중 위스키라는 전설적인 음료가 표준 형태에게 끼친 것과 같은 영향을 고양이 형태에게도 끼칠 수 있는 화합물의 연구에 몰두했던 적이 있었다

〈눈꽃 펀치〉를 완성시켰다. 이 칵테일은 그들의 위를 따뜻하게 데워 주었고, 가르랑거리던 그들을 킥킥 웃게 만들었다.

「우리가 이곳에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실제로는 천 년이나 되었는데.」
「세월은 유수처럼 흐르기 마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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