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휴먼 스테인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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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는 인간들 본전 챙겨주자고 상대한테 맞아주라고? 열다섯번째 줄에 앉은 누군지도 모를 재수 없는 새끼 기분까지 헤아리라고? 내가 139파운드에 5피트 8인치 반이고, 상대는 145파운드에 5피트 10인치나 되는데 밀리는 척하느라 머리에 네 번, 다섯 번, 열 번, 공매를 맞아주라고? 그런 쇼는 너나 해라, 자식아.

뉴욕대에서 고전학을 전공하고, 고등학교 수석 졸업생이고, 안경사에 식당차 웨이터에 아마추어 언어학자 겸 문법학자 겸 규율가 겸 셰익스피어 학도였던 고故 클레런스 실크의 아들인 그가 대답했다.

머리를 좌우로 홱홱 틀며 주변을 살피는 폼은 또 어떻고. 아, 정말 끝내주는 녀석들. 최고다. 까옥거리는 소리. 시끄러운 까옥 소리. 들어봐. 한번 들어보라구. 아, 난 저 소리를 사랑한다.

하기야 나는 까마귀 둥지 옆에 사는 것뿐이지 둥지 안에 사는 건 아니니까. 나도 둥지 안에 살 수 있으면. 까마귀로 살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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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휴먼 스테인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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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가 그를 위해 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거의 명령조였다. 그가 그 터무니없는 사건에 대해 쓴다면, 전혀 보태거나 빼지 않고 그대로 쓰더라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내 편이 되어달라고 찾아갔을 때 그 친구가 한 말이네. 그것도 내 면전에서.저는 저 사람들 편에 서야만 합니다. 저 사람들이라니!

무관심. 오만. 냉담. 개인적 고민. 뭔지 누가 알겠소?’ 그자들이 물었지. ‘그러면 그런 요인들에 비추어 이 학생에게 어떤 긍정적 충고를 해주셨나요?’ ‘충고 같은 걸 할 수 없었소. 한 번도 그 학생을 본 적이 없으니까.

아직도 충분히 생기 넘치는 인간의 내면을 계속 갉아먹는 굴욕적인 불명예

그건 뭐랄까, 샌클러멘티에 웅크리고 있는 닉슨을 찾아갔을 때, 목수가 되는 것으로 자신의 패배에 대한 속죄를 시작하기 전에 조지아에 있던 지미 카터를 찾아갔을 때 볼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고는 그 이상하고 평온한 만족감 속에서 그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타고난 섬세함의 상당 부분을 쾌락을 손에 넣어 소중히 다루는 데 써버렸던 멋진 지난날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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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미국의 목가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8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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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 오천만 명이 거대한 칠면조 한 마리를 먹는다. 거대한 칠면조 한 마리가 모두를 먹이는 것이다. 이상한 음식과 이상한 방식과 종교적 배타성은 유예되고, 유대인의 삼천 년 묵은 노스탤지어도 유예되고, 그리스도와 십자가와 기독교인을 위하여 십자가에서 못박히는 것도 유예된다.

모든 불만과 원한이 유예된다.

평소에 늘 다른 모든 사람을 의심하는 미국의 모든 사람이 그렇다. 이것이 최고의 미국의 목가이며, 딱 스물네 시간만 지속된다.

밴드의 연주를 들으며 메리가 애프터눈티를 마시던 곳. 그애가 강간을 당하기 전에. 메리는, 그의 여섯 살 난 딸은 수석 웨이터와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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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미국의 목가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8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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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아이에게 준 모든 것, 삶이 아이에게 제시한 모든 것, 삶이 아이에게 요구한 모든 것, 아이가 태어나던 날부터 아이에게 일어난 모든 것이 그것을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는 전에는 한 번도 어긴 적 없는 지침, 폭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명령을 무시하고 강제로 아이의 입을 비틀어 열었다.

"말해!" 스위드는 다그쳤다. 마침내 아이의 진짜 냄새가 그에게 이르렀다. 썩어가는 산 것과 썩어가는 죽은 것의 악취를 제외한 가장 고약한 인간 냄새.

아이가 폭탄으로 날려버린 네 사람?그것은 너무 기괴하고, 너무 어마어마해서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은 세 아이의 어머니이고, 다른 사람은 막 결혼했고, 또 한 사람은 이제 퇴직할 참이었고……아이는 그들이 누구이고 뭘 하는 사람들인지 알았을까…… 그들이 누구인지 관심이나 가졌을까

그가 그렇게 보호벽을 세워놨는데 아이가 강간을 당하다니. 그렇게 보호를 했는데 아이가 강간당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니. 나한테 다 이야기해! 그놈들을 죽여버리겠어!

그는 세상 최악의 도시에 남은 마지막 공장에 혼자 앉아 있었다. 하지만 폭동 기간에 앉아 있을 때보다도 심각했다.

스프링필드 애비뉴가 불에 탔고, 사우스오렌지 애비뉴가 불에 탔고, 버건 스트리트가 공격을 당했고, 사이렌이 울려퍼졌고, 무기가 발사되었고, 지붕 위의 저격수들이 가로등을 쏘아 깨뜨렸고, 약탈하는 군중이 미친듯이 거리를 돌아다녔고, 아이들이 라디오와 램프와 텔레비전을 들고 다녔고, 남자들이 옷을 한아름 안고 다녔고, 여자들이 술 상자와 맥주 상자가 잔뜩 쌓인 유모차를 밀고 다녔고, 사람들이 도로 한가운데에서 새 가구를 밀고 다녔고, 소파와 아기 침대와 식탁을 훔쳤고, 세탁기와 건조기와 오븐을 훔쳤다.

그들의 힘은 엄청나고, 팀워크는 흠잡을 데가 없다. 유리창을 박살내는 일은 전율을 일으킨다. 물건값을 안 내는 것에 도취된다.

아버지가 세우고, 아버지가 그에게 맡긴 사업이 그들의 손에 모두 타 잿더미가 되기 전에……

하지만 그는 계속 남는다. 떠나려 하지 않는다. 뉴어크 메이드는 뒤에 남는다. 그러나 그것도 아이가 강간을 당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는 공장을 파괴자들에게 내팽개치지 않는다. 그뒤에도 노동자들을 버리지 않는다. 그 사람들에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그래도 그의 딸은 강간을 당한다.

소리도 있었다?쿵 하는 소리, 아이의 비명, 아주 비좁은 공간에서 후다닥 달아나는 소리. 절정에 오른 한 남자의 무시무시한 울부짖음. 남자의 끙끙거림. 아이의 훌쩍거림. 엄청난 강간이 모든 것을 지워버렸다.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남지 않았을 때 뭔가를 해보려고 점점 더 미쳐간다.

스위드가 그 화가에 관해 묻거나 묻지 않은 것, 이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것, 알거나 알지 못한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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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미국의 목가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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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버린 집의 잡석 더미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 젊은 남자는 다음날 한때 컬럼비아 대학 학생이었으며, 폭력적인 반전시위의 베테랑이며, ‘민주사회를 위한 학생들’의 급진적 분파의 구성원인 것으로 밝혀진다

햄린의 가게를 날려버린 것도 다이너마이트가 채워진 파이프였다. 죽은 아이는 새로운 폭탄의 재료들을 섞다가 뭔가를 잘못해서 타운하우스를 날려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햄린의 가게, 이번에는 그애 자신. 그애는 실제로 해냈다

저녁 식탁에서 이기적인 어머니와 아버지와 그들의 부르주아 생활을 격렬하게 비난하며 자신의 투쟁 동기라고 선언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체제를 바꾸고, 현재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아무런 권한이 없는 90퍼센트의 민중에게 권력을 주려고."

세계가 지켜보고 있음에도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의 사슬 가운데 하나의 고리에 불과한 듯했다. 비명도 꿈틀거림도 없었다. 불길 한가운데에는 그의 고요함뿐이었다. 카메라에 비친 누구에게도 고통은 보이지 않았다

실종자의 부모가 사실은 바로 자신처럼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 말이 되지 않는 이유들 속에서 밤이나 낮이나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

스위드가 서서히 불안해진 것, 서서히 겁을 먹게 된 것은 메리가 이제 두려워하기보다는 호기심을 느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놓아둔다. 그것이 텔레비전에 중계되기를바라는 것이다.그들의 도덕성은 어디로 간 것일까? 촬영을 하고 있는 텔레비전 촬영팀의 도덕성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의 딸은 그중 어느 하나와도 상관이 없었다.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돈이 아니까. 돈이 확실하게 알고 있으니까

명상의 종僕인 듯, 자기 자신을 잊은 채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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